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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인한 자는 남을 사랑할 줄 안다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인한 자는 남을 사랑할 줄 알고, 예를 갖춘 자는 남을 공경할 줄 안다.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자는 남도 늘 그를 사랑하고,

남을 공경할 줄 아는 자는 남도 늘 그를 공경한다.” - 〈이루 하〉 8.28

 

맹자가 제자들과 유세를 다닐 때는 수많은 수레와 구름 같은 제자들로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맹자는 평생 고독한 처지였습니다. 자신의 염원인 ‘왕도정치’ 사상을 실현할 ‘덕’이 있는 위정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선한 마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성선설’이라고도 합니다. 그러한 바람직한 동기와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비록 정치인으로 중용되지 않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자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자신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 때문인데, 군자는 인(仁)을 마음에 간직하고 예(禮)를 마음에 간직한다.” 인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예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서 인한 자는 남을 사랑할 줄 알고, 예를 갖춘 자는 남을 공경할 줄 안다라고 했습니다. 더 중요한 말은 그 다음에 나옵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이 항상 그를 사랑하고, 상대방을 공경하는 사람은 남이 항상 그를 공경한다.”입니다.

 

즉, 인과 예의 마음을 갖추고 다른 사람을 거기에 맞춰서 대한다면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대해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마을의 어른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복잡한 사회에서 단지 나이가 많다고 누구나 나를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자칫 말 한마디에 꼰대로 치부당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면 주변에 나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겁니다. 그것을 진정한 사랑과 존경이라고 자칫 착각하게 됩니다. 그중의 대부분은 나의 진면목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내가 가진 권력 때문에 그런 것인데요. 그것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막상 달콤한 말을 누군가 늘어놓으면 본능적으로 즐기게 됩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내가 평생 동안 높은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원래 어마어마한 부자이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마음껏 베풀 수 있는 수준이라면 조금 더 오랫동안 달콤한 말을 들을 수 있겠지만요.

 

자연인이 된 후에 그 현실을 처음에는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곤 합니다. 한마디로 ‘현타’가 오는 것인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점차 수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나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오히려 빨리 나의 현 상태를 인정하고 다음 단계를 취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겁니다.

 

인과 예로 상대방을 성심성의껏 대한다는 것

 

이때 맹자의 조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인과 예를 갖추고 살다 보면 분명히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나의 현재 상태가 어떻든 간에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분명히 인과 예를 갖추고 성심성의껏 상대방을 대했지만 상대방은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을 때입니다. 이럴 때 맹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반성해 보라고 합니다. ‘내가 반드시 인하지 못하고, 반드시 예가 없었나 보구나. 어찌 이렇게 되었는가?’ 즉, 내가 상대방에게 충실하지 못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돌아본 후에도 여전히 상대방이 나를 도리에 어긋나도록 대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 맹자는 ‘이 자 역시 몹쓸 사람일 뿐이다. 이와 같다면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짐승에게 무엇을 꾸짖겠는가?’라고 조언했습니다.

 

공자도 《논어》의 ‘자한 편’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충심과 신의를 주로 하고,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하지 말며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즉 군자는 진실된 마음과 신뢰를 중요시하고, 잘못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자기보다 못한 자는 인과 덕이 부족한 사람을 일컫습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아무리 고고하고 바르게 살려고 해도 주변에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가득하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맹자는 공자보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내가 성심성의껏 대해도 나를 그렇지 않게 대하는 사람은 ‘짐승’과 다름없으니 그들을 탓한다고 해서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냥 어울리지 않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하루하루의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인과 예의 마음을 간직하는 자세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이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자세를 유지하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맹자는 “군자는 죽을 때까지 하는 근심은 있어도 하루아침의 걱정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고대의 순임금과 같이 천하의 모범이 되지 못하고 마을 사람의 평범함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근심할 거리라는 것입니다. 또한 근심만 하면 안 되니 순임금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의 메시지는 내가 위대한 성인처럼 살아야 된다는 것보다는 나만의 가치를 향해서 꾸준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해석됩니다. 그렇게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의미 없는 관계나 허명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맹자는 마지막에 “군자는 인이 아니면 걱정하지 않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다. 만일 하루아침의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군자는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회사나 가족,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등이 늘 있습니다. 주변에 많은 이들이 더 나은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거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길을 잃게 되고 어떤 삶이 과연 바람직한 인생인지 혼동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인정에 대한 갈망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다 큰 가치를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삶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인과 예의 기준을 갖고 상대방을 대하고 나의 행동과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치밀한 리더의 한 수,《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출간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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