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사단법인 한국세법학회(회장 박훈)가 지난 12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베리타스홀에서 한국국제조세협회(이사장 김석환), 조세 전문검사 커뮤니티(좌장 박현준)와 함께 ‘2025년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고도화되는 조세 범죄에 대한 처벌 체계를 점검하고 급변하는 국제조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유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조세범죄 처벌 체계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정 변호사는 “조세포탈죄는 사기죄와,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죄는 문서 위조죄와 구조가 유사하다”며, 그럼에도 “기본법(조세범처벌법)에서는 이들보다 낮게 처벌하는 반면, 가중처벌법(특가법)에서는 오히려 특경법상 사기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등 전체적인 형벌 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과세관청이 포탈세액과 가산세(40%)를 징수하는 상황에서, 징역형에 더해 고액의 벌금까지 필수 부과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그 해결책으로 “행위의 불법성보다 결과(세액)에만 연동되는 ‘배액벌금형 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형법과 같이 확정벌금형 제도로 전환해야 하며, 형평을 결여한 벌금형 합산제한규정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서 박영웅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최근 세법 개정으로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관련 가산세율이 상향되었고, 전산화 및 과세관청의 정보 수집 능력이 고도화되었다”며, “실질적 세수 일실이 없는 세금계산서 수수에 대해 가산세 외에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하 교수(한양사이버대)가 ‘필라2의 QDMTT 관련 최근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국내 법제화 영향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적격 소재국 추가세(QDMTT)’에 대해 “특정 국가 내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의 구성 기업(자회사 등)이 해당 국가에서 15%의 최저한세율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부담할 경우, 그 미달하는 세액을 소재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공적인 QDMTT 입법을 위해 “제도가 국제적으로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OECD 주석서상의 의무 규정은 철저히 준수하되, 재량 규정은 과세권 확보와 기업의 납세협력비용을 비교 형량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QDMTT 세이프하버’ 요건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국내 세법과의 조화가 시급하다며 “특정외국법인(CFC) 과세 시 해외에서 납부할 QDMTT 예상액을 선반영해 이중과세를 방지하고, 그룹사 간의 추가세액 정산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이 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용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토론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은 OECD 주석서상 의무 규정을 반영하면서도 과세권 확보와 납세협력비용을 적절히 형량한 입법”이라면서도 “QDMTT의 특성인 ‘소득 통산’과 ‘지정 배분’으로 인해 특정 자회사의 소득과 세액이 1:1로 대응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합리적인 법정 산식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재영 부부장검사(서울북부지검)는 ‘조세포탈 구성요건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양 부부장검사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는 문언은 여전히 불확정 개념의 나열에 불과해 실무상 적용에 어려움이 크다”며 “조세포탈의 본질은 세무공무원의 심사 의무를 무력화시키는 ‘위계’에 있으며, 이는 법적 성격상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단순한 거짓 기재를 넘어 장부 조작, 명의 위장, 거짓 외관 창출, 징수 불능 유발 등 구체적인 조작 유형을 중심으로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유형별 접근을 통해 불확정 개념인 부정행위의 징표를 구체화함으로써, 수사 및 재판 실무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처벌의 명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보영미 변호사(국세청)는 “형사처벌이 목적인 조세범처벌법과 행정제재 성격인 부당가산세 등은 그 입법 취지가 다른 만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개념도 구별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상 행정소송이 형사판결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으나, 최소한 조세포탈죄의 전제 요건인 ‘조세채무의 성립’ 여부는 조세법령 해석의 전문성을 갖춘 행정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세법학회 양승종 차기회장(김·장 법률사무소)은 “이번 공동 학술대회는 학계와 법조계, 검찰이 협력하여 조세 형사법과 국제조세의 난제들을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조세 형사법의 이론적 발전과 실무적 정합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세법학회는 지난 1986년 한국세법연구회로 창립된 이래 40여 년 가까이 세법분야를 연구해왔다. 교수·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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