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전세금이 제때 반환되지 않아 새 집으로 이사하지 못하고, 결국 계약금까지 날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의 전세금 미반환이 직접적인 원인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핵심에는 ‘동시이행 항변’이라는 법리가 자리 잡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세금 반환채무와 임차인의 인도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임차인은 임대차 목적물을 인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 구조 때문에 임차인이 아직 집을 비우지 못한 상태라면, 임대인은 “전세금을 안 준 것이 아니라, 인도가 없었기 때문에 줄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동시이행 관계가 손해배상 단계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전세금 미반환으로 인해 새 집 계약이 파기되고 계약금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법원은 먼저 임대인의 ‘지체책임’이 성립하는지를 본다.
그런데 임차인이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상태라면, 임대인의 전세금 반환의무 역시 지체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의 전제가 무너지는 구조다.
엄정숙 변호사는 이에대해 “임차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라며 “전세금을 못 받았으니 당연히 임대인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임대인이 늦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 줄 의무가 없는 상태였는지’를 먼저 따진다”고 설명했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실무에서는 이사 날짜를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임대인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임대차 종료 시점에 인도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인도 제공 의사가 명확히 표시되었는지, 임대인이 인도를 거부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된다. 이러한 사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전세금 미반환과 계약금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역시 쉽게 부정된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 문제는 단순히 ‘돈을 못 받았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동시이행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새 집 계약부터 체결하면, 손해가 발생해도 법적으로는 구제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사·인도·반환 요구의 순서와 방식이 사실상 분쟁의 성패를 가른다”고 덧붙였다.
전세금 분쟁에서 손해배상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반환의무가 지체 상태에 들어갔다는 점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차인에게 발생한 계약금 손해는 ‘안타까운 사정’에 그치고, 법적 책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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