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미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판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6대3으로 판단했다. 이는 지난 1, 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엄청난 무역적자를 이유로 국가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10%의 기본관세에 더해 국가별로 매긴 상호관세는 법적 기반이 붕괴됐다.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관세 정책으로, 이번 대법원 결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대미투자를 포함하는 새로운 무역 합의를 한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의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근거로 삼은 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EEPA는 1977년 발효된 것으로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 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경제 거래를 통제할 여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권한 중 하나가 수입을 '규제'할 권한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수입을 규제할 권한에는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관세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IEEPA가 대통령에게 주는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상호관세 부과 권한은 대법원에 의해 무력화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위한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과 미국 언론들은 그간 상호관세 대체 수단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및 122조, 관세법 338조 등을 거론해왔다.
다만, 이들 수단을 활용해 관세를 다시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IEEPA보다 속도가 느리거나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고 또 다른 소송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아울러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에 관세를 납부해온 기업들이 대대적인 환급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 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의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이날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한 환급 요구액이 1천750억 달러(약 2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따라 미국과 새롭게 무역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한국의 경우 당장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봐가며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14일 취재진과 만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전제로 "미국과 합의를 했던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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