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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0 (화)


유가 100달러 충격에 코스피 급랭…서킷브레이커 또 울렸다

삼성전자·하이닉스 급락, 외국인 3조 매도
중동 전쟁 격화에 ‘AI 반도체 랠리’ 흔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격히 흔들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충격이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면서 코스피는 장중 8% 가까이 폭락했고, 결국 53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며 시장은 사실상 패닉 장세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3.00포인트(5.96%) 하락한 5251.8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낙폭을 빠르게 키우며 한때 5096.16까지 떨어져 5100선 붕괴 직전까지 밀렸다.

 

한국거래소는 개장 직후인 이날 오전 9시 6분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고, 이후 하락률이 8%를 넘자 오전 10시 31분 52초 코스피 시장 전체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가동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4일 이후 불과 3거래일 만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낙폭도 컸다. 삼성전자는 7.81%, SK하이닉스는 9.52%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현대차 또한 8% 넘게 떨어졌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대형주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원 이상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70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4조6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다.

 

코스닥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6% 수준까지 확대되며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환율 역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99.2원까지 올라 1500원선을 위협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 급등 랠리 덮친 유가 쇼크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국제유가 급등이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대되면서 중동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국제유가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117달러까지 치솟으며 하루 상승률이 30%에 육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1988년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시장에선 충격이 더 크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이어진 증시 급등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스피는 불과 6개월 전과 비교해 약 70% 상승했고,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도 같은 기간 15배에서 21배까지 높아졌다.

 

시장에선 단기 상승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서 지정학적 충격이 겹치자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며 조정 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상승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중심의 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시장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융정보 플랫폼 <바차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는 AI 반도체 종목에 투자 쏠림이 컸던 만큼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구조”라고 짚었다.

 

다만 시장에선 이번 급락이 단기적인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확대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도 있다. 중장기적으론 결국 기업 실적과 산업 사이클이 시장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은 중동 사태의 향방을 주시할 것”이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부와 유가·가스 가격 흐름이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근 지정학적 긴장과 높은 밸류에이션이 단기 조정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약세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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