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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22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아스트로가(Astroga)에서 엘아세보(El Acebo)까지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

-제임스 오펜하임

 

고지를 향해

오늘은 Astroga에서 El Acebo까지 37km를 걷는 구간이다. 안내서에 따르면 해발 1500m 높이를 넘어 가는  순례길 전체에서 가장 높은 곳을 넘어가는 일정이다. 출발할 때부터 비가 오고 있어 조금 힘든 하루가 예상되지만, 힘든 하루는 기억에 오래 남는 추억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기대감으로 더 힘을 내 본다. 멀리 높이 가야하니 조금 일찍 서둘러야겠다.

알베르게 출구로 나오니 비가 내리는 아스트로가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 자주 마주친 순례자가 비 옷을 쓰고 있기에 도와 주니 그 순례자도 비 옷을 쓰는 것을 도와준다

이른 새벽 비 오는 아스트로가 거리를 사진에 담으면서 그 아련한 느낌에 참 행복하다는 기분이 든다

행복한 기분에 잠시 비 오는 거리에 서 있다가 둘러보니 근처 빵집이 6시부터 문을 열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비 오는 길을 따라 끼미노 위에 선다

  

 

 새벽에 문을 열어놓은 빵집이 알베르게 앞에 있어 바로 들어와서 아침 식사를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Astroga에서 El Acebo까지>

Astroga에서 El Acebo까지 37km 구간이다. 아스트로가에서 출발하는 경우 보통 라바날까지 20여 킬로미터를 걷고 다음날 폰세바돈을 지나 철 십자가가 있는 정상을 넘어갈 것을 권장하고 있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철십자가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만으로 그대로 정상을 넘어갔지만 가급적이면 나누어 갈 것을 추천한다. 오래 걸어 지쳐있는 다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완주하려면 체력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좋겠다. 돌이켜 보면 운이 좋지 않았다면 남은 순례 기간동안 힘들어질 수도 있었던 구간이었다.

철십자가까지에 도착했다면 정상에 오른 기쁨과 함께 다시 내려가는 겸허함을 느낄 수 있는 명상을 잠시라도 하고 넘어가 보자. 언제나 길은 열려 있지만 허락되지 않으면 가기 어려운 구간이니 감사함도 같이 느낄 수 있는 구간이기를 희망한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는 아스트로가. 시청 앞 광장의 모습을 비와 가로등이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비 젖은 도시의 가로등 불빛 위로 여명이 밝아오면서 도시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와 함께 순례자들만을 위한 길처럼 보이는 길을 따라 간다.

  

 

Santa Catalina de Somoza

9.5km 정도 걸어와서 도착하는 마을이다. 그대로 속도를 내서 지나 가니 Murias de Rechivaldo를 빨리 지나가고 Santa Catalina de Somoza를 지나간다. 지나가면서 보니 마을이 길을 따라 이쁘게 펼쳐져 있다. 앞 마을처럼 이 지방 특색을 잘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 3곳의 알베르게가 있고 식사를 하는데도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Santa Catalina de Somoza 마을을 그대로 지나간다.

 


 십자가가 보여 가까이 가보니 사망한 순례자를 위한 기념비이다. 호랑이와 함께 있는 순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날은 흐리지만 비는 많이 내리지 않는다.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 보니 다음 마을에 도착한다.

  

 

El Ganso

아스트로가에서 13.7km 걸어오면 도착하는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나면서는 완만한 오르막을 1시간 넘게 가는 것은 은근히 지치게 한다. El Ganso에는 2곳의 알베르게가 있다. 시립 알베르게는 화장실과 수도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니 이 마을에 머물고자 한다면 참고하기 바란다.

  

 

 마을 안을 쭉 따라오다보면 까미노 표시를 만나면서 마을을 벗어날 수 있다.

  

 El Ganso를 지나고 완만하긴 하지만 한동안 오르막을 따라 걷다가 보면 다음 마을에 도착한다.

  

 

Rabanal del Camino

20km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이다. 20km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다리에 피로감이 급격하게 커진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는데다 마침 점심 때라 Rabanal del Camino에서 점심을 먹고자 바에 들어간다. 보통 안내 책자에서는 이 마을에서 쉬고 다음날 정상을 넘어가는 일정으로 안내한다. 멈추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점심만 먹고 출발한 뒤 산을 넘기 전 마을이 하나 더 있으니 그 마을에서 결정하기로 하고 출발한다.

라바날에는 4군데의 알베르게와 기타 숙박시설 등이 잘 되어 있어서 순례자들이 머물렀다 가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라바날을 지나고부터는 계속되는 오르막과 만나야 하니 지쳐 있다면 무리하지 말고 하루 머물고 가는 편이 낫다.

 

 

 식당 내부에는 여러 나라 순례자들이 써 놓고 간 글귀들이 보인다. 스파게티와 식빵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출발을 한다. 마을을 지나가는 동안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라바날을 지나고부터는 비가 거의 오지 않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가 흐려졌다 한다. 길을 따라 산 길로 올라가는 중에 멀리 보이는 풍경을 파노라마로 담아 보았다.

 

 

Foncebadon

출발한지 26km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이다. 라바날에서는 5.7km 걸어오면 된다. Foncebadon에 도착하니 알베르게 중 하나에서 안면 있는 스페인 친구가 뭐라고 하는데 스페인 말이라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대충 자기는 여기에서 자고 내일 출발한다고 들어올건지 넘어 갈건지를 물어 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손짓으로 넘어 간다고하니 알았다고 손을 흔들어 준다.

17세기까지 Foncebadon에는 산을 잘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동행자가 있었다고 한다. 19세기 초까지 200여명의 주민이 살다가 까미노가 쇠락하면서 없어졌다가 까미노의 부활과 함께 다시 살아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와보면 숙박시설이 많이 보이는 한편 무너진 집터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5군데 정도의 알베르게가 있어 산을 마지막으로 넘어가기 전에 힘을 비축할 수 있는 곳이다.

날씨가 흐리기는 하지만 웬지 정상에 있는 철십자가에 도착하면 파란 하늘을 볼 것 같은 막연한 믿음이 생긴다. 내일을 비가 올 것 같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철십자가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조금 늦은 듯한 시간인데도 아예 산을 완전히 넘어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알베르게도 식당이 보인다. 깔끔하게 단장한 집과 무너져서 흉물스러워 보이는 집들이 공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흐리기는 했지만 마을에서 바라본 산 위로 파란 하늘이 보였던게 철십자가에서 파란 하늘을 볼 것 같다는 믿음을 줬던 것 같다. 앞서 자전거로 올라가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La Cruz de Hierro

Foncebadon에서 2km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다. 거리가 짧기는 하지만 지쳐 있을 때는 한 참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La Cruz de Hierro 모양은 돌무더기 위에 나무 전봇대 세우고 꼭대기에 철십자가 꽂아 놓은 것과 같다. 구름이 오락 가락 해서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도착하니 잠시 하늘이 파랗게 열린다. 운이 참 좋았다는 느낌과 예상이 맞아 떨어져서 더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날은 비가 오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하니 무리한 보람이 있었던 셈이다. 

La Cruz de Hierro가 프랑스길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해서 한국의 산과 같은 정상을 생각했더니 차가 지나갈 수 있는 도로가 옆에 있으니 가장 높은 곳이란 실감이 크게 나지 않는다. 아마 중세에는 정상에 도착하고 나면 힘든 산행을 한 듯한 느낌과 겸허함이 생겼을 듯 하다.

 

 

 기대한 대로 이루어졌다. 파란 하늘을 배경을 철십자가를 찍을 수 있었다.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그 느낌대로 되니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 날 안개와 비바람이 있었다고 하니 조금 무리한게 잘한 선택이 된 셈이다.

 

 철십자가에 붙어 있는 순례자들의 기념품들과 주변 모습이다. 까미노는 다음 마을로 비교적 평탄하게 이어지다 본격적으로 내리막이 될 예정이다.

  

 

Manjarin

아스트로가에서 30km 정도 걸어왔다. 라바날에서는 9.8km 걸어오는 거리이다. 토마스란 사람이 버려진 옛 병원을 개조해서 알베르게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주위에는 무너진 집터만 보이고 다른 집은 보이지 않는다. 매트리스를 깔고 바닥에 자는 곳이고 기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이하게 아침 7시 이전에는 출발하지 못하게 하고 7시에 아침 식사를 준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좀 흉물스러워 보이는데 하룻밤 머물러 간다면 특이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그 경험을 아마도 템플기사단의 정신을 느낀다고 할 것 같다.

조금씩 내리막길로 이어지던 길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 길로 이어진다.

 


 토마스란 사람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인 듯 하다. 주변에는 무너진 집터 외에는 다른 건물이 안 보인다.

  

 길을 따라 조금씩 오르고 내리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El Acebo

Manjarin를 지나고 나서부터 내리막 길만 있을 듯하더니 길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많이 분다. 바람은 산을 넘고나서부터 강해지기 시작했었는데 비와 함께 정면에서 불어오기 시작하니 시야를 자꾸 가려서 불편하다. 길은 작은 돌과 흙탕물이 흐르면서 걷기가 불편해지고 발목이 뻐근해질 정도가 되었다. 비가 정면에서 몰아치고 바지가 젖어 들면서부터는 신발에까지 물이 들어 가려 한다. 원래는 8km쯤 더 걸어 Molinaseca에 도착하려고 했지만 비바람에 할 수 없이 El Acebo에서 멈추어만 했다.

여기 알베르게 중 3곳은 한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2군데의 알베르게가 더 있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안내 표지판을 보고 마을 끝 있는 Albergue la casa del peregrino에 들어 왔더니 호텔 같은 알베르게이다. 까미노 경로 중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되어 있는데 들어와서 보니 과연 그렇다. 전통 알베르게나 아기자기한 알베르게의 체험도 좋지만 적어도 한번쯤은 호텔 같은 시설에서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마을 끝까지 와서 최근에 만들어진 호텔 같은 알베르게에 들어왔다. 방을 배정 받고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까지 예약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러 왔더니 주는 식사 메뉴이다.

   막스와 싸이러스 옌스와 함께 식사를 했다. 막스는 옷이 다 젖었다고 세탁해 놓고 담요를 몸에 감고 식사를 하러 내려 왔다.

  

 식사를 하면서 창 밖을 보는데 그렇게 많이 오던 비가 그치고 빛 내림이 보인다.

  

 

오늘의 일기

몇일째 계속 비가온다. 내일도 비가 예보되어 있다. 이틀은 바람이 안불어 다행이라고 여겼더니 산을 넘으니 비바람과 마주해야 했다. 그래도 제일 높은 구간을 넘었다니 편한 느낌도 드는 하루다.

저녁은 미국에서 온 싸이러스, 독일사람 옌스, 브라질 출신 막스와 함께....

옌스는 길과 알베르게에서 몇번 만났지만 싸이러스와 막스는 여기에서 처음 만났다.

싸이러스가 독어, 스페인어를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간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다양한 대화를 여러 언어로 끌고 나가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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