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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15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Boadilla del Camino에서 Carrion de los condes까지
더불어 함께 가는 길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용기를 내면 '안정된 발판'을 잠시 동안 잃는다.

그러나 용기를 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 쇠렌 키르케고르 -

 

  

아침 식사는 다른 알베르게에서…..

오늘은 Boadilla del Camino에서 Carrion de los condes까지 25km정도 걷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어제 많이 걸었던 탓에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걷기로 한다.

전날 Boadilla del Camino에 늦게 도착해선 여러가지로 난감했는데 먼저 와 있던 론과 형식을 우연히 만나니 론과 형식이 있는 Titas 알베르게에선 아침을 2.5 유로에 준다고 하기에 시간 맞춰 서둘러 도착하니 이미 아침 식사가 진행 중이다. 알베르게 주인이 반겨주면서 식사를 마련해 주니 하루가 유쾌할 것 같은 좋은 예감마저 든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아침 식사에 커피와 쿠키까지 먹고 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다들 출발하기 위해 알베르게를 나서니 주인이 환송의 인사를 해 준다. 쌀쌀한 날씨지만 상쾌한 출발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 둘러본 알베르게 내부 모습. 아기자기한 알베르게 안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Boadilla del Camino에서 Carrion de los condes까지>

Boadilla del Camino에서 Carrion de los condes까지 25km 구간이다. Boadilla del Camino에서 부터는 풍경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몇일 동안 메세따 평원과 광활한 밀밭 사이를 고독하게 걸어왔다면 Fromista까지는 수로를 따라가다. Fromista부터는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길을 걸어가야 한다. Boadilla del Camino를 벗어나면 17세기 후반에 엔세나다(Ensenada) 후작이 가스띠야 각 도시들과  Santander 항구까지 물품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가스띠야 수로(Canal de Castilla)를 따라 간다. 전체 공사는 완료되지 못했지만 207Km에 달하는 수로 중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 4중 수문을 통과하면 Fromista에 들어서게 된다.

 

 

 

 몇 번 마주친 스페인 순례자가 우리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영어를 못하는 스페인 사람이라 말은 통하지 않지만 얼마 유쾌한지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즐거움이 느껴진다.

 

 

 수로를 따라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해 뜨는 하늘 아래로 빛 내림을 볼 수 있었다. 전날과는 달리 수로를 따라서 많은 순례자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수로를 따라 한참을 오니 수로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한 4중 수문에 도착했다. 돌로된 책도 만져보고 수문을 건너가니 Fromista에 도착한다.

 

 

Fromista

Boadilla del Camino에서 6km 정도 걸으니 Fromista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제법 큰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필요한 것도 사고 ATM 기계에서 출금도 하고 있는데, 몇번 마주친 적이 있는 체코에서 온 마이클이란 친구가 바나나도 하나 주고 과자도 주고 지나간다.

Fromista는 로마시대 풍부한 곡류 생산지대로서 로마 농업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고 한다. 예술적인 보물로는 스페인 로마네스크 구조물인 San Martin 성당이다.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큰 편이라 순례자를 위한 대부분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이제부터 길은 발 닦여진 보행자 길을 따라 되고 지평선을 보며 걷는 시간이 길어진다.

 

 

 Fromista를 벗어나게 되면 고속도로 위로 나있는 다리를 지나게 되고 걸어가는 길의 풍경이 바뀌게 된다.

  

 단조롭고 평이한 보행자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다음 마을에 도착한다.

 

 

 

Poblacion de Campas

Fromista 7.5km 정도 더 가니 Poblacion de Campas하는 마을에 도착한다. 입구에서 표지판을 발견하고도 조금 걸어 들어가야 마을을 지나갈 수 있는데 알베르게가 한군데 있고 바를 겸한 레스토랑이 있어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까미노 표시가 있는 표지석이 늘어서 있는 곳을 지나면서 마을 벗어나게 된다.

 

 

 마을을 벗어나면 다시 도로를 따라 가는 길이 이어진다. 지평선을 보며 걷다 보면 조금은 단조로운 풍경 속에서 두고 두고 그리울 것 같은 먼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일가족으로 보이는 3명의 순례자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Revenga de Campos

안내 자료에선 안보였던 마을인데 안내 표지판이 보이고 마을은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순례자 조각상이 보여서 기념사진도 찍고, 아침에 쌀쌀한 날씨는 어디를 갔는지 강렬한 햇볕 덕분에 더운 느낌이 들어 휴식하면서 겉옷을 벗어서 배낭에 넣어야 했다.

 

 

 

  작은 마을이지만 까미노를 지나는 순례자를 위한 몇가지 시설들이 보이는 마을이다.

   

 지평선을 바라보며 걸어가다 보면 유채꽃이  가득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먼 지평선 끝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모습은 외로워 보이기도 하면서 한가롭게 보이기도 한다.

 

 

Villarmentero de Campos

Bar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여름에만 문을 연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나는 곳에 작은 공원으로 꾸며진 곳에 소나무 아래 의자와 탁자가 하나 있는 쉼터가 편의 시설로는 유일하다. 알베르게는 40명이 이용 가능한 곳이 한 곳이 있다고 하니 작을 마을이긴 하지만 머물렀다 갈 수 있는 곳이다. 길을 걷는 도중에 까미노 표지석이 길 중간에 계속 이어져서 물어보니 로열로드라고 예전에 왕과 왕비가 걸었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나는데는 얼마 걸리지가 않는다. 소개 자료에는 소나무 아래 의자와 탁자가 1개 있는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몇 개가 있어서 더운 여름에는 쉬어 가기 좋을 듯 하다. 까를로와 마르코를 다시 만났는데 까를로가 다리가 불편한지 쉬고 있고 마르코는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주 낮은 언덕을 조금 넘어 가면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앞서 가는 마르코는 까를로가 뒤에 있다보니 천천히 걸어가는 듯이 보이는데 쉽게 가까워지지 않고 한참을 쫓아 가야 했다..

 

 

 

Villacazar de Sirga

이 마을에는 Santa Maria la Blanca 성당이 있다. 순례자라면 꼭 보고 지나야 할 성당이라고 알려져 있는 템플기사단 성당이다. 템플기사단 성당은 레온과 갈라시아 지방에 있는 것과 합쳐서 총 3군데 있다. 성당은 일반 관광객에게는 3 유로, 순례자에겐 1 유로의 입장료를 받는다. 성당이 보이는 곳에 순례자 상과 테이블이 있어서 기념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성당이 보이는 위치에 테이블과 순례자 상이 놓여져 있다.

   

 마을을 벗어나는데 자판기 옆에 산티아고까지 419km 남았다는 표시가 보인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거리를 걸어왔다. 아직도 온 거리만큼 다시 가야 하지만 익숙해진만큼 조금씩 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늘의 구름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길의 모습은 큰 변화가 없는 길이다. 걸어가기 순탄한 길을 걷다 보니 오래 걸어왔는데도 쉽게 지치지는 않는 느낌이다. 멀리서부터 오늘의 목적지인 Carrion de los condes가 보이기 시작한다.

 

 

Carrion de los condes

Carrion de los condes에 도착해서 보니 도시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다. 큰 요양 병원도 보이고 음식점이나 편의시설 등 모든 형태의 상점이 다 있다.

중세 안내서에는 16세기까지는 12군데 성당이 있을 정도로 발단한 곳이었고 빵과 와인, 고기 맛이 좋은 곳이라는 소개도 있다고 한다. 현재는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가 겹쳐 6군데의 성당이 남아있고, 알베르게는 3군데가 있고 다른 숙박시설도 잘 갖춰진 곳이다.

Santa Clara 수녀원 알베르게라고 생각되는 사설 알베르게를 찾아서 들어가니 안내하시는 분이 아주 유쾌하다. 한국사람 많이 온다면서 나중에 오는 한국 순례자들을 데리고 와서 여기 한국 사람들 있다고까지 해준다. 8~10여명이 들어가는 도미트리 몇 개로 구성되어 있다. 2층 침대가 아닌 1층 침대로만 되고 공간도 넓은 편이라 머물러 가기에 편한 곳이다.

 

 

 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안내하는 까미노 표시를 따라 들어오는데 입구에 순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간식거리도 먹고 있었다. 카메라들 들고 사진을 찍으니 한껏 웃으며 반겨준다.

 


 순례자 동상이 있는 곳 뒤에는 성당이 있고 좀 더 왼쪽으로 돌아가면 알베르게가 나온다. 이 길을 중심으로 순례자들을 위한 여러가지 편의 시설이 있다.

  

 알베르게에 들어서면 보이는 숙소 앞마당과 오른쪽은 철문을 열고 들어올 때 보이는 성모상이다.

 

 

오늘의 일기

어제는 마을을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광활한 땅 위에 혼자 걸어가는 체험을 했다. 마치 이 땅 위에 혼자라는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을 갖게 하는 체험을 했지만 오늘은 많은 순례자들과 함께 걸어가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론과 형식과 같이 걸어가며 사진도 찍고 수시로 만나는 순례자들과 인사도 하고 말도 나누는 어제와는 극적으로 다른 날이었다. 그렇게 다른 날의 느낌이 한편으론 묘하게 닮아 있기도 하다.

멀리 빨리 혼자 걷는 것과 비교적 가까이 천천히 함께 걸어 가는 대조적인 이틀을 보내고 나니 그냥 우리가 살아 가는 날들이 이와 같이 때론 혼자, 때론 같이 걸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다가오는 순간마다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좋은 점을 느껴 보자는 생각도 해본다.

15일동안 걸었다는 시간의 개념이 잘 느껴지지는 않는다.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 나그네의 삶에 익숙해진 것일까? 도착해야 할 목표가 명확한 이 길을 걸으며, 삶의 목표도 명확 했으면 하지만 도착하면 끝남이 분명하다는 것이, 인생에서라면 반대로 재미없지 않을까? 걸어서 자기 길을 만들고 삶이 되는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 그로 인해 주어지는 불명확 함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루를 사소한 어려움에서 견뎌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 하루 무사히 걸어 감사하고, 아직 아픈 다리가 그런대로 잘 버텨주니 고맙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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