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가 신차시장을 뛰어 넘은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에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져 신차판매규모 168만대의 2배가 넘는 344만 대의 중고차가 거래될 전망이다.
1970년 애컬로프 교수(George A. Akerlof)의 ‘레몬(Lemon)시장 이론’에 의하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판매자보다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항상 품질이 낮은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고, 그 대표적인 시장이 바로 중고차시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점차 해소되고 양질의 중고차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피치마켓(Peach Market)’으로 불려야 할 정도가 됐다.
국내 중고차시장의 활성화는 다음의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첫째, 차량 내구성은 강화된 데 반해 소비자의 차량교체주기는 빨라졌다는 점이다. 어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년 이상 5년 미만의 차량을 교체하려는 소비자가 전체 응답자의 28.3%를 보였다.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신차 출시 덕분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주행성능을 비롯해 안정성, 연비 등이 개선된 모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차를 구매하게 되면 보유하고 있던 차는 팔아야 하기 때문에 중고차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중고차를 거래하는 매매상사와 중고차단지들이 소비자를 흡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들인 자구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고차 품질 신뢰 제고를 위한 품질보증제도 도입 ▲사전 매물정보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쇼핑몰 운영 ▲허위매물 근절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과 중고차판매사원의 회원제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고차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고차단지도 과거 나대지(중고차를 단순 주차해 판매)형태에서 백화점과 같은 고층빌딩 안에 차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쇼핑몰의 모습으로 진화해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것도 크게 기여했다.
셋째, 소비자가 중고차를 구매할 때 이용하는 금융상품 금리와 구조의 변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중고차 구매고객에게 제공하는 캐피탈, 저축은행 등의 금리는 20% 중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균금리가 10%대로 떨어졌고, 대출기간 확대는 물론 유예금융상품까지 등장해 소비자가 매월 부담하는 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중고차시장은 거래규모가 성장했으며, 개인당사자간 차를 사고 파는 과거의 거래 방식보다 중고차전문가를 통해 차를 구매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 들어 중고차시장은 이미 30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시장의 활성화는 국내 경제의 내수진작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바, 필자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선진국 수준의 중고차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중고차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신차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이를 개선하기위해서는 중고차거래의 복잡한 단계가 축소되어야 한다. 즉 중고차금융 이용시 금융회사와 직접 연결되는 채널이 확대된다면 중고차금융상품의 금리는 현재 수준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 다. 이러한 금융상품 활성화는 금융사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금융당국 차원에서 서민금융지원을 위한 제도 도입 및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신차와 마찬가지로 무이자상품, 잔가보장프로그램 등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유연한 시장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차의 경우 현대기아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메이커사와 금융사가 할부제휴 약정을 체결하고 자동차 판매증진을 위해 무이자상품을 비롯한 금융프로그램을 소비자에게제공하고 있다.
반면 중고차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매매상사가 소규모인 점과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요인 때문에 금융회사와의 제휴상품이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백화점식 중고차몰과 같은 대규모 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한계점은 극복되고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승용차시장 뿐만 아니라 생계형 중고차, 특히 운송용 포터, 트럭과 더불어 건설장비용 덤프, 굴삭기 등을 구매하는 개인사업자를 위한 금융지원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이들 중대형상용의 중고차시장은 이미 거래규모가 전체 중고차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 때문에 금융리스크가 높아 일부 금융사들이 취급을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이에 종사하는 생계형 서민을 위해서도 다양한 금융지원은 꼭 필요하다. 이를 지원하고 있는 중소형 금융사에 대해서 금융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고차시장이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성장과정에서 중고차를 이용하는 수많은 일반소비자와 생계형 개인사업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위의 내용이 시장에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

이력: 2008 대우캐피탈 혁신담당 인사총무 팀장, 2009 카이스트 대학원 GMP과정 수료, 2014 Assist MBA 석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