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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1930년대 데자뷰인가

트럼프, 세계경제 무너뜨린 허버트 후버 뒤따라선 안돼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지금까지의 언행으로 보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굉장히 단순하다. 우선 자기의 타깃을 발견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돌진한다. 고급스럽고 우아하기는커녕 그가 쓰는 단어는 직설적이며 상스럽기까지 하다.

 

마치 초원의 하이에나 모습과 같다.
그 대상이 역사적, 전통적 우방이었었는지 여부는 그에게는 전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의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서 정치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물론 한국도 그동안의 과정 속에서 미국에 대한 우방으로서의 믿음은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가 당선 후 우리나라에 대해 이러저러한 공격적인 언행에도 ‘설마 우리한테 그럴 리가...’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남아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믿음이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있는 듯 보인다.

 


발효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이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등과 같은 구체적 행동을 보여줬다. 또 미국은 “They are not allies on trade.(한국 등은 무역에 있어서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결국 미국은 자충수가 될 것이 분명하며, 또 전 세계 모두가 죽을수 있는 길을 택하고 그 길을 거칠게 휘저으며 나가고 있다. 지금의 미국을 위시한 세계 경제상황은 1930년대의 데자뷰를 보는 듯해, 한편 흥미롭기까지 하다.


‘포효하는 20년대 (Roaring Twenties)’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1920년대의 미국은 경제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대호황을 누리던 시기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부는 이전에 비해 2배나 성장했고 주식시장도 연일 활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1929년 여름 들어 경기가 꺾이기 시작했고 결국 같은 해 10월 뉴욕증시는 폭락하였다.


생산은 급감했고 실업은 급증했다. 인간의 속성상 한참 잘나갈 때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추세가 반전이 되기 시작하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답안지에 마킹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마치 10대의 아이돌이 그 인기를 영원히 가져갈 수 없듯이 말이다. 아이돌이 나이를 먹어 중년이 되고 환경이 바뀌면 변화된 대로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대부분 실상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세계경제 무너뜨린 미 대통령 허버트 후버의 선택
당시 미국 대통령 허버트 후버는 정상적 판단력을 상실한 채 꺾인 호황을 되살리고자 최악의 무리수를 두게 된다. 1028명 경제학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민총생산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대며 1930년 6월 17일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에 서명하게 된다.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기도 한 이 법은 처음에는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이해관계로 엮여있던 지역 국회의원들의 요구로 관세품목을 2만 여개로 늘렸고 25.9%였던 수입 공산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도 59.1%까지 이르는 고관 세율을 부과하게 되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상대국가에게 관세, 환율 제재, 수입제한 등의 모든 무역 보복조치를 단행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이 결과 국제 무역의 규모는 형편없이 줄어들었고 세계 경제는 무너져 버렸다. 망가져 버린 경제로 인해 극단주의 세력들이 득세하게 되었고 이는 세계2차 대전을 부르는 결과를 낳았다.


1930년대로 돌아가는 일 없어야
보호무역의 끝을 본 세계 각국은 1945년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이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해 비극적 전쟁의 단초가 되었던 보호무역주의를 배제하고자 노력하였고, 여기가 자유 무역질서 토대가 마련되는 시점이 되었다.


노력의 결과물로서 1948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여 비교우위에 의해 무역을 일으키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이를 통해 국가와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는 자유무역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자유 무역의 트렌드를 꾸준히 이어나가 FTA 등 어렵지만 자유무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금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 세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2018년 3월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62년 무역확장법 제 232조(Section 232 of the Trade Expansion Act)」에 근거해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23일 00:01부터 멕시코, 캐나다, 호주를 제외한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해서는 25%, 알루 미늄 제품에 대해서는 10%의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 폭탄을 일견 피한 듯한 멕시코와 캐나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NAFTA 개정 협상의 진행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세계의 석학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먼(Paul Krugman)이 3월 3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The Macroe conomics of Trade War(무역전쟁의 거시경제학)”이라는 제호의 칼럼에서 자국산 물품으로 수입품을 대체한다고 해도 미국은 완전고용에 가깝기 때문에 생산은 늘지 않으며, 20% 의 관세는 오히려 3% 정도의 소비자 가격을 즉시로 올리게 한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미연준(Fed) 은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레버리지 효과로 막대한 부동산 부를 이룬 트럼프나 그 친구들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뉴스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출업자들에게도 매우 불리한 달러의 상승이 일어날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보호무역주의는 다른 나라의 보복조치가 없더라도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고통을 가하고 기업들은 공급망의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펼치고 있는 일련의 미국의 보호무 역조치는 끔찍하고 멍청한 정책이라고 까지 일갈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겠는가. 다른 나라도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벌써 EU에서는 미국에서 수입되는 소비재, 농산물, 철강 제품 등에 맞대응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드슨, 위스키생산업체 버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에 보복관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대두(콩)·수수 같은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는 이런 조치에 또 다른 보복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1930년대의 대공황이 걸었던 길과 더욱 흡사한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마치 그때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1930년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연상시키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의 최종 결과는 어떨지 우려를 자아냄과 동시에 경제 역사의 한 획이 될 수도 있는 태풍의 중심에 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궁금한 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너무 많은 피해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전에 그의 정신이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미국 지도자는 어떤 자리인지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기 바란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1930년의 멍청한 미행정부 결과물의 반복이 되지 않아야 한다.

 

[프로필] 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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