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공간이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움직이는 것처럼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어지럼증 또는 현기증이라고 통칭한다. 만약 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데 관여하는 전정신경계에 문제가 생겨서 빙글빙글 도는 양상이나 자세불안정, 눈떨림 등이 동반되는 어지럼증은 현훈이라고 한다.
이러한 어지럼증을 수개월 또는 수년간 만성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막상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도 귀속 전정기관이나 다른 신경계에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신경학적 이상소견 없이 정신심리적인 문제로 인하여 어지럼증이 일어나는 경우 ‘심인성 어지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심인성 어지럼증은 전체 어지럼증 환자의 20~50%를 차지할 만큼 많으며 전정신경계의 진성 어지러움이 아니기에 주로 멍하다거나 아찔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환자마다 다양한 증상으로 호소한다.
심인성 어지럼증 환자의 1/3 정도는 불안장애가 어지럼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럴 경우 공포와 불안으로 인해 뇌의 편도체가 과도하게 흥분하면 전정신경핵이나 시상을 흥분시키게 되고 잘못된 정보가 전정피질로 전달되어 우리 뇌가 어지럽다고 착각하게 된다. 불안장애 환자의 어지럼증은 명확하지 않은 어지러움과 자세 불균형, 혹은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 약 1초동안 지속되는 짧은 어지러움 발작이 특징이다. 당연히 공포나 과도한 불안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빈발 또는 악화된다.
특히, 공황장애 환자의 50% 이상에서 어지럼증이 기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공황장애 환자의 어지럼증은 심장이 멎거나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같이 호소한다. 또한 자율신경계의 항진 증상으로 가슴 두근거림, 발한, 오심감 등을 동반할 수도 있다. 광장공포증 환자는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느낌, 앉거나 일어설 때 넘어질 것 같은 공포감을 호소하며 주위가 움직이거나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느낌을 주로 호소한다.
우울증 환자 또한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는데 주로 명확하지 않은 어찔어찔함을 호소하며 집중력장애와 사고흐름의 저하, 피로감, 수면장애 등을 동반한다. 신체형장애의 어지럼증은 그 호소에 일관성이 없고 애매모호하며 어지럼증 외에 다른 여러가지 신체증상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전정신경계의 신경학적 문제 즉 진성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까지 겹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기존의 정신장애를 악화시키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불안장애나 우울장애 등의 정신장애를 유발시키면서 어지럼증을 훨씬 더 악화시키고 불량한 예후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정신경염을 앓게 되면 어지럼증이 급성으로 극렬하게 발생하고 대개의 경우 며칠 안에 회복되지만 평소 불안이나 공포에 취약한 정신심리 상태를 가진 환자는 그 이후 회복되지 않고 심인성 어지럼증으로 만성화될 확률이 높다.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은 심인성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어지럽다고 호소하지만 진성 어지럼증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나지 않으며 어지러움보다 정신과적 증상이 먼저 나타날 때가 많다.
불안하거나 공포 상태에 있는 사람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흔하며 과호흡으로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심인성 어지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안과 공포 조절을 담당하는 뇌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글 :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