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지점장의 답변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편법도 아닌 불법에 대해 지나치게 당당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점장은 변액보험 자격증이 없이 휘하 설계사들의 코드를 도용, 수 억 원에 달하는 계약을 허위로 모집한 상태였다. 사태는 심각했지만 전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뻔뻔한 영업 현장의 반응은 기자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복잡한 구조로 수익률이 널뛰기하고 소비자가 납부한 보험료 대비 보험금이 운용 수익에 따라 요동치는 변액보험 상품은 그만큼 판매와 가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때문에 금융당국과 정부는 보험업법과 시행령, 감독규칙 등을 통해 이중 삼중으로 안전판을 마련했던 것. 말 그래도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가’가 설계하고 판매해야 하는 상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었다. 해당 지점장은 ‘불법’을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유독 유난을 떨며 흠을 잡는다는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 수차례의 취재 거부와 격양된 반응 끝에 들을 수 있었던 ‘최후답변’이 그리 허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으리라.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해당 지점장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점장은 “이정도는 어느 지점 어느 회사나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영업 시장 자체의 신뢰도 추락에 대한 기자의 걱정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모집 계약 건수와 납입 보험료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설계사들은 늘 실적압박에 시달려 왔다. 3개월간 계약을 모집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내쫒기는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이와 함께 사람 수로 밀어 붙이는 ‘물량공세’식 영업 문화는 문제를 키우는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켰다. 부당 스카웃과 조직 빼가기라는 문제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다른 사람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유계약, 보험 계약을 타 상품으로 갈아태우는 승환계약, 설계사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는 보험료대납 등 불법인 행위들이 관행이라는 말도 안돼는 변명아래 거리낌없이 자행됐던 셈이다.
설계사는 영업 조직이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적에 따라 울고 웃는 영업조직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지켜야할 ‘선’은 엄연히 존재한다. 법은 이를 규정하는 최소한의 잣대다.
털어서 나와도 먼지는 먼지일 뿐이다. 소비자와의 ‘신뢰’로 먹고사는 영업직인 설계사가 스스로 눈앞의 수익에 눈이 멀어 이를 팔아치운다면 그 말로는 설계사 채널 자체의 몰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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