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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학계, “예금보험공사, 자회사 손배소 승소했으니 배상 면제토록 명령해야”

— 신용주 세무사, 달랑 700만원짜리 세무조정 수임했다가 24억원 손배소 패소
— “세무조정때 이월결손금 발견, 수백억원 줄여줬고 고객사도 오류에 일정 책임”
— “사익추구 않는 공공기관…대법원 확정 판결났으니 민원으로 채무면제해줘야”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한 세무사가 700만원을 받고 예금보험공사(사장 김태현, 예보)의 자회사 세무조정을 해줬는데, 일부 조정 오류로 그 자회사 세금 부담이 수십억원 증가, 세금 증가액을 물어내게 된 세무사가 소송 끝에 예보에 “손해배상을 면제해달라”고 ‘이유 있는’ 민원을 냈다.

 

이 세무사는 당초 “주된 오류는 고객사측에도 책임이 있어 손배소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원의 최종 판결 뒤에는 “법적 판단이 났으니, 예보가 이제 자체 합리적 판단으로 자회사의 손해배상채권을 면제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위원회와 모회사 예보에 민원을 냈다.

 

신용주 세무사(세무법인 조이 대표)는 16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세무조정 오류는 자회사가 수임한 회계법인 잘못도 일부 책임이 인정되니, 예보는 자회사에게 손해배상액을 면제하라고 지시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신 세무사는 앞서 진행된 손해배상소송 과정에서 “예보 자회사인 고객법인 (주)KR&C사가 수임한 회계법인측 오류를 우리 사무실 직원이 처리하면서 부득불 세무조정 때 24억원 상당의 세금 증액사유가 발생했지만, 전체적으로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을 감액한 성과는 500억원이 넘는다”고 판사에게 항변했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그냥 넘어갈 뻔 한 (주)KR&C의 이월결손금을 찾아내 큰 세금혜택을 준 반면 다른 항목에서 오류를 내 그보다 적은 세금 추징을 당하게 된 것이니, 손해본 부분만 갖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었다.

 

신 세무사는 (주)KR&C 재무‧회계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월결손금을 찾아내 회사에 큰 이익을 준 반면 특정 항목을 이중계상하는 세무조정 오류로 (주)KR&C가 가산세 등을 24억원 물게 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하순 당시 학술토론회의 주제가 될만큼 유명하다. 세무사가 자신이 고작 수백만원을 받고 수임한 고객사의 세무조정 용역을 수행하면서 일부 오류가 인정돼 수십억원의 세금 증가 사유가 발생하면, 그 수십억원을 고스란히 해당 세무사가 배상해야 하는가가 쟁점이었다.

 

당시 이 문제를 발제한 학자는 “대법원이 전심의 법리오해와 위법이 있었음에도 피소된 세무사의 대법원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 예보 자회사 (주)KR&C와 신 세무사 간의 송사는 1~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갔다. 1심 행정법원에서 패소한 신 세무사는 항소했고, 항소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9년 1월18일 “피고 신 세무사가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의 익금산입을 누락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세무조정계산서에서도 이를 놓쳐 세무사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선고(2017나8854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또 신 세무사가 익금누락 오류가 포함된 세무조정계산서를 (주)KR&C에 작성, 제출해 2008 및 2009 사업연도 각 법인세를 적게 납부, 예보가 해당 연도 귀속 법인세에 대한 가산세로 총 54억5500만원을 추가 부담하는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고법은 이에 따라 신 세무사가 불법행위로 손해를 끼친 만큼 예보측에 손해액 중 일부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나머지 손해액에 대해서도 (주)KR&C와 신 세무사가 연대 책임을 지라고 했다.

 

신 세무사가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자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13일 “원고(신 세무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지 않아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한다”고 판결(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다2834 판결)했었다.

 

세무사 업계는 물론 세법 학자들은 당시 대법원이 원심법원의 판결 법리를 따지는 대신 심리불속행으로 결론 지은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었다. 고객사의 경영상 매출과 이익, 비용 등 큰 금액의 기업회계상 항목들을 세무회계(세법)에 따라 조정하는 과정인 세무조정 수임료가 낮은 것은 세무사의 책임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인데, 일부 오류에 대해 손해액의 대부분을 배상하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무사로서 법적 책임이 인정돼 손해배상액을 고객사에 지급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더라도, 적어도 공공기관으로서 자신들의 잘못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700만원에 수임한 세무사에게 24억원이라는 거액 손해배상금을 받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700만원 벌려다가 24억원 손해배상을 하게 생긴 신 세무사는 이런 학자들의 해석에 힘 입어 현행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7조 제3항) 규정에 따라 최근 금융위원회와 예보에 민원을 냈다. 금융위와 예보가 예보 자회사인 (주)KR&C로 하여금 손해배상채권 상당액인 24억원을 포기하도록 명령, 억울한 세무대리인의 피해를 구제해줘야 한다는 내용의 민원이다.

 

민원신청서에 따르면, 신 세무사가 대표자인 세무법인 조이 직원과 ㈜KR&C가 선임한 회계법인의 잘못으로 ㈜KR&C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무조사 과정에서 민원인과 ㈜KR&C가 손해를 감소시켜 ㈜KR&C가 2011년 7월15일 우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당시 ㈜KR&C에게 약 11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었다. 또 2018년 9월28일에는 ㈜KR&C에게 약 584억원의 이익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2019년 6월18일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금 및 소송지연가산금 24억원을 확정, 신 세무사가 ㈜KR&C에 그 금액을 손해배상해야 할 의무가 확정됐던 것이다.

 

신 세무사는 금융위와 예보 민원신청서에 “24억원의 손해배상채권액을 모두 배상하고도 560억원의 이익이 있으므로 24억원의 채권을 포기해달라는 고충민원의 내용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적었다.

 

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적절한 조치를 해 주도록 돼 있으니, 확정된 채권에 집행력이 부여돼 적법하게 집행되고 있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민원처리 관련 법령에 따라 금융위와 예보가 예보 자회사 (주)KR&C로 하여금 채권을 포기하도록 명령, 피해를 구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충민원의 처리를 정의한 현행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17조에 따르면, 행정기관장은 고충민원의 내용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지체 없이 원처분의 취소·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하고, 이를 민원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신 세무사는 “대법원 확정판결 전에는 법적 민원 대상이 아니었지만, 확정판결이 났으니 이제 금융위와 예보가 민원으로 구제해 줄 수 있게 됐다”고 본지에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의 경우는 불합리한 점이 있더라도 법원 확정판결 뒤 법집행을 번복할 의무가 없지만, 국가나 공공기관의 경우는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확정된 손해배상액을 자체 판단으로 포기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서 “예보는 불합리한 이유로 손해배상금을 취할 정도로 사적 이익을 구할 수 없는 공공기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세법 학계의 원로로 지금은 은퇴한 송쌍종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판사들은 물론이고 대법관들에게 원심 판결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야 하는 재판연구관들이 회계원리와 세법의 원리를 모른 채 판결해 놓고, 더 법리를 다툴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는 관행이 조세소송에서는 자주 있다”면서 기자에게 신 세무사의 딱한 사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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