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민경종 전문기자) 증권가 명가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8천억원대 이익을 내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 지출은 달랑 12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눈총을 사고 있다.
게다가 직전연도 대비 영업이익은 31.9%, 당기순이익도 60.8%나 증가한 회사가 기부금만큼은 되레 95.1%나 급감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동종업종 내에서도 최하위권의 미미한 수치인데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도 조금씩 적립해 모은 소중한 금액을 매 연말 자치단체 및 사회단체 등에 기부를 펼치고 있는 익명의 기부천사들의 경우와 비교할 때 너무 대조적인 행보라는 것.
이 회사의 지난해 손익과 기부금 수치가 어떠했기에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 영업이익 8605억, 순이익 6816억 시현 불구 기부금 지출은 1200만원에 불과
메리츠증권이 공시한 지난해 사업 및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종속기업 실적을 배제한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약 8605억원으로 전년도 6523억 대비 2082억이 늘어 31.9% 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영업외 및 특별손익을 차감한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6816억을 시현, 전년도 4239억 대비 2578억이 늘어 무려 60.8%나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양호한 성적표를 시장과 투자자에게 내밀었다.
반면 기부금 지출은 약 1200만원에 그쳐 전년도 2.44억 대비 무려 95.1%나 급감해 눈길을 끈다. 사상 최대수준인 8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기업의 여러 사회공헌 활동 중 거의 유일하게 수치로 파악이 가능한 기부금은 겨우 1200만원에 그쳐 눈살을 찌뿌리게 만든 것.
이는 영업이익의 불과 0.001%에 해당하는 소액인데다 유재석, BTS 멤버, 이이유, 수지 등 유명 연예인들의 개인 기부액보다 턱없이 작은 금액이어서 다소 충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동종회사 중 영업이익 규모가 7~8천억대로 메리츠증권과 엇비슷한 KB증권(기부금 70억), 하나금융투자(57억), 신한금융투자(21억) 등과 비교해도 너무나 초라한 수치다.
특히 증권가 최장수 CEO 중 한명이자 2010년 이래 13년째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희문 부회장의 그간의 뛰어난 업적에 하나의 흠집으로 남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메리츠증권 측 입장은 무엇일까?
메리츠 증권 관계자는 “작년 기부금이 큰 폭 줄어든 것은 그동안 자본시장연구원에 회비로 내던 2억원 가량이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인해 타계정으로 처리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007년 2월 임직원과 가족들로 구성된 ‘메리츠참사랑 봉사단’을 창설해 15년째 나눔활동을 펼쳐왔다"며 "지난해까지 약 15년간 누적 기부액은 5억9813만원으로 총 200여 차례 봉사활동을 실천했으며, 작년에는 임직원들이 6616만원을 자발적으로 후원해 소외 계층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즉, 지난 15년 동안 한해 평균 약 4천만원 정도를 기부하고 봉사 활동도 약 13.3회씩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회사가 임직원들이 정성껏 모은 6616만원보다 적은 1200만원 기부에 그쳤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증권업계 사회공헌 담당자의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임직원들이 뜻을 모아 자신이 소장중인 물품이나 금전을 기부할 때에는 회사도 그에 상응하는 액수의 ‘매칭’ 기부를 통해 직원들 선행에 힘을 보태는 게 일반적인데, 그렇게 보기에는 메리츠증권 측 기부금액수가 너무 적어 매칭기부는 없었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봉사단원들이 봉사를 펼칠 때 식비 정도의 외에 회사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이 월급을 쪼개 모은 금액에다, 자신들이 기증한 의류, 신발, 가방, 도서 등 각종 물품을 (사)아름다운가게 매장으로 가져가 직접 팔아 조성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동안, 회사 측에서는 과연 어떠한 노력과 정성을 보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아울러 ‘메리츠참사랑봉사단’의 활동을 앞세워 자사의 사회공헌 활동 홍보에 생색만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임직원 봉사단이 자발적 봉사활동에 나갈때 고작 식비 정도만 지원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이란 법인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인정될 수 있느냐는 논란은 차치하고 말이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부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지, 액수의 많고 적음으로 선행의 크기를 가늠할 순 없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금융상품 등을 판매·중개해 8천억대 이익을 일궈낸 회사로서 결코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와 소비자단체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로써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을 시현함으로써 영리활동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얻었을지언정,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ESG경영의 한 축인 ‘사회적 책임’(사회공헌 등) 이행에는 너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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