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수교 기자)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미행사가 채권시장 경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흥국생명은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한 “최선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문제없다”라며 투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2일 흥국생명 관계자는 조기상환 미행사와 관련해 “미국 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기조에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악화된 시장 환경 영향이다”라며 “투자자들이 새로 발행하게 될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흥국생명이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차환 문제가 거론된다. 통상 자본성 증권은 발행 후 약 5년 뒤에 발행사가 채권을 되사주기로 하는 조기상환 조건이 있다. 이에 흥국생명은 당초 2017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5억 달러 가운데 3억 달러는 신종자본증권으로 1000억원은 국내 후순위채로 조달할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새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차환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받으려 시도했는데 2017년 당시 연 4.475%였던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지금은 10% 이상까지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조기상환을 포기하면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스텝업’ 조항이 적용되도 기존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6.7%대로 오른다.
흥국생명에 따르면 달러 강세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경향도 조기상환 미행사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계속 올라간다는 신호가 나오는데 새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의 하락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환 발행 없이 기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면 RBC 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RBC 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웃도는 157.9%(2분기 기준)다.
그럼에도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미행사는 투자자들에게 불안을 심어줄 수 있다. 흥국생명의 결정으로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려던 일부 보험사들에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흥국생명 “투자자들과의 신뢰도 문제가 있지만 이게(콜옵션 미행사)가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라며 “향후 시장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흥국생명은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 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에 흥국생명은 채권발행 당시의 당사자 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조정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 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기재부 및 금감원, 흥국생명과 소통하고 있으며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시장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날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 2017년에 발행한 5억 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콜옵션 행사 기일은 오는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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