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금융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던 흥국생명이 결국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 행사일(9일)을 앞두고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조기상환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한 지 엿새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인데, 향후 금융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흥국생명은 7일 "2017년 11월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 결정은 최근 조기상환 연기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 발표를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연기 발표 이후 당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는 한국 시장 내 투자 심리의 위축과 보험계약자의 해약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조기상환 자금은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공시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 등이 자본 확충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자본 확충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별도로 낸 보도자료에서 “당사의 수익성 및 자금유동성, 재무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황이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을 뿐이다.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콜옵션 미행사'로 촉발된 시장 불안도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흥국생명은 이달 9일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 기일 도래를 앞두고 조기상환권을 행사 시일을 연기한 바 있다.
흥국생명은 당초 3억 달러(약 4천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해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려 시도했으나 시장 여건 악화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흥국생명은 주요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조기상환 자금 마련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결정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Korean Paper)은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되는 현상을 불러왔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으로, 주로 금융기관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해왔다. 만기(30년)가 돌아오면 자동적으로 연장되지만, 발행기업은 통상적으로 5년마다 새로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조기상환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질적 만기를 5년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이 외화채권 조기상환에 실패한 사례는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흥국생명이 처음이었다.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불발 직후 시장이 크게 요동쳤던 까닭이다.
흥국생명 고위 관계자는 "기존 결정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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