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0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장병채 제32대 금천세무서장 명예퇴임...'영원한 국세청 맨' 제2인생 출발

인디언 켈트족 축복 기도문 "여러분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바랍니다"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금천세무서 직원 여러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인디언 켈트족의 축복 기도문처럼 ‘바람은 언제나 여러분의 등 뒤에서 불고, 여러분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바랍니다”

 

금천세무서 장병채 ‘제32대 세무서장’이 지난 28일 대회의실에서 35개 성상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명예로운 퇴임식을 마치고 국세청을 떠났다.

 

장병채 전임 금천서장은 퇴임사 소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퇴임소회는 그동안의 공직생활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항해의 돛을 높이 올렸다.

 

다음은 장병채 서장의 퇴임 소회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35년간의 공직을 마감하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야구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프로야구에서의 겨울은 이별의 계절입니다.

 

정규 시즌과 가을 포스트 시즌이 끝나면 어떤 선수는 FA로 고액 연봉을 받고 다른 팀으로 옮겨가고, 또 어떤 선수는 부상 등으로 현역 선수로서 더 이상 활약이 어려워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그동안 정들었던 동료들과 작별한다는 의미입니다.

 

저의 2023년 겨울 12월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예퇴직이라는 FA를 선언하고 연봉 보장은 없지만 이제 더 이상 국세청에서 현역으로 뛰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고,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여정을 위해 평생직장이었던 국세청을 떠나려 합니다.

 

사실 오늘 제 기분은 아주 홀가분합니다. 그동안 안전한 방패막이였던 동시에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철갑옷을 벗어 던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저는 35년 내내 다소 엄격한 규율이 요구되는 공직사회에 나름대로 적응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자유로움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그 무언의 통제를 별다른 고민 없이 수용하기에는 항상 어려움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 공직에 몸담은 이상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으로 자유로움을 스스로 통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더 자유로움을 그리워하고 꿈꿔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유보해 왔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예정보다 빨리 공직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막상, 퇴직한다고 지인들에게 알리니까 이른 퇴직을 아쉬워하는 분들보다는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의 말씀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신 분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생각해 보면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나온 날 누구를 위해 열심히 살았는지, 즐겁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35년간 큰 실수나 오점 없이 지내온 것에 대한 안도감이 작은 위안을 줍니다.

 

앞으로 퇴직 후 새로운 민간 영역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제2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지내야 할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지내온 시간을 정리해 보면서 느꼈던 것은 제가 베풀었던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훨씬 많이 받았고 제가 가진 재능과 잠재력보다 과대평가를 받고 살았으며, 이래저래 참 복이 많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지금 생각해 보면 주변을 살피면서 천천히 걸어갈 수도 있었는데, 뭣이 그리 바빴는지 그때 보아야 할 것도 못 보고, 있는 것도 제대로 못 보면서 지내온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공무원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고 전부였던 국세청에 빚을 많이 졌습니다.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지지와 사랑은 제가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이기도 합니다.

 

저의 공직 생활 마지막을 함께 한 여러분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어떤 좋은 날에 이곳 금천과 국세청에서의 추억을 안주 삼아 술 한잔, 차 한잔 나눌 기회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도 여러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인디언 켈트족의 축복 기도문처럼 ‘바람은 언제나 여러분의 등 뒤에서 불고, 여러분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바랍니다.

 

그동안 지내오면서 가능한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혹시라도 제 언행으로 상처를 입었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하고 잊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운영지원팀과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함께해주신 직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추위와 함께 겨울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 잘하시고,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와 가정에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12.29. 장병채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통화 주권 넘보는 스테이블코인, 한국은 준비됐는가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한국 정치가 마침내 디지털 자산에 손을 댔다. 그것도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서 산업 진흥과 생태계 육성까지 겨냥한 ‘판 뒤집기’ 수준의 입법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제도화 시도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 정립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금융위원회를 통한 인가·등록·신고제 도입 ▲스테이블코인 사전 인가제 ▲불공정거래 금지 및 이용자 보호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을 담았다.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한국형 디지털금융 패러다임’의 설계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다. 현행법상 민간의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 발행은 법적 공백에 놓여 있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준비금 적립, 도산 절연, 환불 보장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통화 주권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에는 꽤나 위협적인 메시지다. 민 의원은 이 법을 “규제가 아니라 가드레일”이라고 표현했다. 규제를 통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