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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추는 고강도 행정명령 서명을 예고하면서,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은 글로벌 약가 통제 강화가 국내 바이오 수출기업에도 직접적인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국민들이 더 이상 의약품 가격으로 고통받아선 안 된다”며 고가 수입의약품 제한과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12일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나라 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 55분 기준, 한국거래소(KRX)에서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 대비 3.86% 하락한 15만 1900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04% 하락한 99만 8000원에 거래되며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국내 바이오 업계, 미국 가격 규제 강화에 '촉각'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단순한 약가 인하를 넘어, 외국산 의약품에 대한 규제 강화 및 자국 생산 유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및 위탁생산(CMO) 분야에서 미국 매출 비중이 높아, 가격 통제와 관세 부과 가능성이 모두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이번 조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공보험 시장에 국한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사는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주요 타깃으로 한 정책이 오히려 바이오시밀러의 대체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도 기대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가 여전히 7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격 인하 정책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확대를 유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미국 시장을 겨냥한 CMO 계약을 맺고 있어 향후 트럼프 행정명령에 따른 공급계약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국내 CMO업계가 그동안 미국 등에 해외 생산기지를 두는 것을 주저해온 건 높은 인건비와 설비 투자 등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다만 회사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당장의 결정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관세 조치와 행정명령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이 명확해진 이후에 현지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변수도 부각…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가능성
문제는 행정명령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은 과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 사용된 바 있다.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 예고에 따라 업계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의약품에 이 조항이 적용되면 한국산 바이오의약품도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단가 경쟁력이 핵심인 바이오시밀러 기업 입장에서는 중대한 구조적 리스크가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2023년 미국 상대 3조 원 흑자…94%가 바이오의약품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인용한 UN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39억 7000만 달러(약 5조 724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94.2%인 37억 4,000만 달러가 바이오의약품이었다.
같은 해 미국으로부터의 의약품 수입은 17억 8000만 달러로, 한국은 총 3조 원이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통계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국 의존도가 절대적임을 보여준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부·업계, “공급망 안정 기여 강조…대응 전략 다각화”
이에 따라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국산 의약품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미국 측에 전달한 상태다.
국내 업계도 ▲미국 내 재고 비축 ▲현지 CMO 생산체계 확보 ▲유럽 및 아시아 시장 다변화 등의 전략을 통해 리스크 완화에 나서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정책이 실행 단계로 진입할 경우, 미국 시장에 집중된 국내 바이오 기업은 가격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하락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향후 관세 부과까지 병행될 경우, 중장기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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