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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직역 다툼에 마침표, 세무사의 승리이자 제도의 승리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세무사와 변호사 간 직역 다툼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에게 세무사 업무를 포괄적으로 허용한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세무사의 고유 업무가 헌법적 보호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판단은 단순한 직역 간 승패를 가르는 결론이 아니다. 조세 행정의 전문성과 납세자 보호라는 제도의 원칙을 다시 세운 결정이다.

 

그동안 직역 갈등은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세무 업무의 본질과 위험성,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보다는 자격과 명칭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반복됐다.

 

제도는 흔들렸고,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납세자는 누구의 조언을 믿어야 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직역 다툼의 장기화는 결국 공익의 후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그러한 왜곡을 바로잡았다. 세무 대리는 단순한 법률 부수 업무가 아니라, 회계·재무·신고·세무조사 대응까지 아우르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며, 납세자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고위험 업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가가 별도의 자격시험과 실무 요건을 통해 세무사를 관리해 온 이유를 헌법적 차원에서 확인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세무사 사회의 조직적 대응과 문제 제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그동안 직역 갈등을 감정적 대립이 아닌 제도와 헌법의 문제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

 

세무사의 고유 업무가 왜 필요한지, 그것이 국민과 조세 행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꾸준히 설명하고 논리를 축적해 온 노력은 이번 결정의 중요한 배경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판단은 단순히 “세무사들이 이겼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문성을 무기로 한 제도의 승리이며, 동시에 납세자 보호를 위한 공익의 승리다.

 

세무사들이 지켜낸 것은 밥그릇이 아니라, 조세 제도의 신뢰와 책임의 원칙이다. 전문 영역의 경계가 무너질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언제나 국민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헌재의 판결을 어떻게 완성하느냐다. 헌재 결정의 취지를 존중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더 이상 직역 다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역할 분담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각 전문 직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협력할 때, 국민은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이 소모적인 갈등의 종착역이자, 성숙한 전문자격 제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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