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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목)


“한 병에 세금만 5만원”…‘반값 액상담배’의 종말

37년 만의 ‘담배’ 정의 확대
법망 피한 ‘유사 니코틴’ 꼼수 활개
자금력‧유통망 갖춘 ‘대기업’ 독주 체제 예고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매장 안 자판기 진열대는 액상 니코틴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스마트폰 성인인증만 거치면 점원 없이도 QR코드 결제로 손쉽게 제품을 손에 쥘 수 있는 구조다. 편의점 등 제도권 유통망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향의 합성 니코틴 액상이 2만 원대 저렴한 가격에 24시간 팔리고 있다.

 

매장을 찾은 30대 김모 씨는 “경고 그림도 없고 온라인 배송도 돼 덜 해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규제 사각지대’는 2026년 4월이면 사라진다. 정부가 합성 니코틴을 법적 ‘담배’로 규정하면서 유통과 가격 구조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 37년 만에 바뀐 담배의 정의…‘3조원 세수’ 잡는다

 

2025년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국내 담배 산업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다. 담배의 법적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잎‧줄기‧뿌리) 또는 니코틴(천연‧합성 포함)’으로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1988년 법 제정 이후 37년 만의 변화다.

 

그동안 합성 니코틴은 법적으로 공산품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와 판촉이 자유로웠다. 무엇보다 담배소비세 등 제세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입법 미비’로 인해 최근 4년간 징수하지 못한 세금만 약 3조 38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국회가 “조세 형평성과 국민 건강을 위해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칼을 빼 든 배경이다.

 

규제 도입의 결정타는 ‘유해성 입증’이었다. 2024년 11월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결과, 합성 니코틴 원액에서 연초 니코틴보다 1.9배 많은 발암성‧생식독성 물질이 검출됐다. “합성이라 덜 해롭다”는 업계의 방어 논리가 깨진 것이다.

 

이에 따라 법 시행일부터 온라인 및 무인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제조‧수입사는 엄격한 유해성분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포장에 혐오스러운 흡연 경고 그림도 부착해야 한다. 이는 담배 시장이 ‘연초에서 대체재로’ 이동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2.2% 줄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8.3% 늘어 점유율이 18.4%까지 치솟았다. 7년 만에 8배 급성장한 전자담배 시장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세금만 5만원, 가격 3배 뛴다…‘유사 니코틴’ 꼼수 등장

 

시장이 체감할 가장 큰 파장은 ‘가격’이다. 면세 혜택이 사라지고 일반 담배와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소멸한다.

 

내년부터 합성 니코틴 액상에는 담배소비세, 개별소비세 등 4중 과세가 적용된다. 이를 합산하면 mL당 1799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주력 제품인 30mL 액상 한 병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세금만 무려 5만 3970원이 붙는다. 현재 유통 마진을 포함해 2~3만 원대에 팔리는 제품 가격이 100% 과세 시 7~8만 원대로, 3배 가까이 폭등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충격 완화를 위해 시행 후 2년간 담배세 50% 한시 감면 등의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영세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무인 매장 점주는 “소비자가 3배 오른 가격을 감당하겠느냐”며 “결국 대기업 제품만 살아남고 골목 상권은 다 죽으라는 사형선고”라고 반발했다.

 

생존이 위협받자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규제 대상인 니코틴과 분자 구조는 비슷하지만 법적으로는 니코틴이 아닌 메틸니코틴 등 ‘유사 니코틴’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업체들은 이를 ‘타격감 향상제’라 부르며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변종 물질이라 인체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회는 이를 막기 위한 추가 입법을 예고하며 쫓고 쫓기는 규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

 

 

 

 

◆ 결국 승자는 대기업?…진입장벽 높아지며 ‘시장 재편’

 

유통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역설적으로 전자담배 시장을 대기업 중심의 과점 체제로 재편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과 높은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 그리고 편의점이라는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메이저 담배 회사들에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90%는 이미 KT&G와 필립모리스 등 대기업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그간 규제 불확실성 탓에 진입을 꺼렸던 이들 ‘공룡’ 기업은 제도가 정비되자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 다국적 기업 BAT로스만스는 이미 합성 니코틴 기기를 출시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사업자들이 난립하던 ‘저가 액상’ 시장은 정리되고, 검증된 브랜드 위주로 시장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편의점 채널을 통해 액상 시장까지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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