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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반복되는 CEO 잔혹사…지배구조 탓?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 바뀔 때마다 수장교체…정치권 영향력 줄여야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KT의 정기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노조와 일부 정치권, 시민단체, KT새노조 등의 반발로 KT가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번 주총에서 다룰 안건은 △지배구조 개편안 △신임 사외이사 선임 △목적사업 추가 등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안은 KT가 회장 최종 후보 선정 주체를 기존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심사·선정하고 이사회가 결정하는 구조였지만 개편을 통해 회장 후보 선정 권한을 이사회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또 후보 심사 기준에는 기존 정관에 ‘경영 경험’이라고만 명시됐던 항목을 ‘기업경영 경험’으로 구체화했다. 아울러 회장이 사내이사 중 1인을 추천해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를 추가 선임할 수 있도록 복수대표이사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그간 외풍에 취약하다는 비판과 비경영 전문가가 낙하산 인사로 온다는 지적을 반영해 향후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식으로 선임되지 못하도록 일종의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KT새노조 등 일부 반대세력들이 이번 개편안을 놓고 개악에 불과하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외이사는 이사들이 추천하는 셀프 추천 구조인데 여기에 CEO 추천 권한과 미래 CEO를 양성하는 기능까지 신설해 이사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려고 한다”며 “지금의 졸속 개편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KT CEO 리스크는 정치권의 외압 이전에 내부 견제의 실종에 원인이 있으며 그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며 “대안으로 소비자대표,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통해 견제가 가능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 CEO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CEO 추천 제도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KT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KT 지분을 10.34%를 가진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연내 가입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KT에도 이사 선임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가뜩이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린다는 비판을 받는 KT에 정부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에서도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결정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가 있었다.

 

더군다나 KT는 지난 2002년 5월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물러나는 ‘잔혹사’를 이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이용경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임을 포기했고 뒤를 이은 남중수 전 사장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 조사에 불명예 퇴진했다.

 

그 뒤의 이석채 전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 조사를 받고 물러났다. 특히 남 전 사장과 이 전 회장은 정권이 교체된 지 1년도 안 돼 각각 납품 비리 혐의와 배임·횡령 혐의로 사임했다. 민영화 이후 16년 동안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한 모든 CEO들이 정치적 외풍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이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13년 11월부터 KT를 이끌고 있는 황창규 회장도 최근 불법 정치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소환을 앞두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잔혹사를 비켜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황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돼 오는 2020년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개월 만에 안팎으로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무사히 임기를 마칠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KT의 CEO 잔혹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배구조 개편이 절실하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아울러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T는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총수가 없어 정권의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KT는 16년 전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해 주주들로 이뤄진 상장기업”이라며 “노동자 및 소비자대표 사외이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주주의 대표자인 이사회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KT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주인을 찾아주는 게 정치적인 외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개선안이 내부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물론 지배구조를 개편하더라도 KT가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라며 “KT 자체만의 문제 해결 능력뿐 아니라 정부가 지속적으로 불개입 원칙을 선언하고 독립 경영을 담보하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며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잘 정착돼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경영구조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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