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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금융사, "원천징수, 부담도 부작용도 크다"

차명계좌, 해외 무상주 배당 등…금융산업 발전 저해 지적도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금융소득 원천징수 업무에 대한 금융업계의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상품들이 점차 다양화, 복잡화됨에 따라 원천징수세액과 시기, 의무 존재 여부가 불확실해졌고 그에 따른 피해와 부담을 금융사가 고스란히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천징수는 소득 및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측이 지급받는 측의 세금을 미리 징수해 국가에 납부하는 제도다. 과세 투명성과 징세 편의성 증대 등을 위해 도입됐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득 역시 원천징수가 의무화돼있다. 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예금이자와 국공채, 금융채, 회사채 등에서 발생한 이익, 그리고 상장·비상장주식 및 출자금에서 발생한 배당소득 등이 금융소득에 포함된다.

 

금융소득 원천징수에 대한 의무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게 있다. 원칙적으로 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 총 15.4%의 세율이 부과되며 금융사들은 원천징수한 세액을 내달 10일까지 관할 세무서 등에 납부해야 한다.

 

최근 금융사 원천징수 업무가 가장 문제가 된 사안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관련된 ‘차명계좌 금융소득 수정신고’ 논란이다.

 

지난해 초 국세청은 각 증권사들에게 검찰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차명계좌에 대한 과거 원천징수 내역을 수정신고·납부하도록 지시했다.

 

금융실명법 제 5조에 따라 비실명자산의 금융소득의 원천징수 세율은 90%가 적용되기 때문에 과거 정상계좌로 판단해 원천징수했던 세금을 추가 징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금융사에 지나친 업무 부담을 이유로 불복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의 한 관계자는 “최초의 거래관계를 사후적으로 부인함에 따른 결과로서 발생하는 세액 추징 및 납부 업무까지 원천징수의무자(금융사)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는 금융사에게 도를 넘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융사는 실질적으로 자신의 조세채무가 아닌 선납세액을 부담해야하며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민사소송까지 거쳐야 한다”며 “계좌 명의자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에는 구상권 행사 자체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사들은 실명확인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으로 비실명자산으로 밝혀질 경우 과세권자(과세당국)가 직접 납세자에게 부과·고지해야 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주식 무상주배당 문제도 원천징수 문제와 관련해 각 증권사들에게 업무부담을 가져다 주고 있다. 증권사들은 예탁원을 통해 권리(무상주 배당)가 발생한 외국 기업의 결의 정보를 찾고 이를 원천징수 실무에 적용하고 있으나 결의내용 설명이 불충분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의 담당 직원들이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구글링을 하거나 타 금융사 직원에게까지 적용 근거를 질의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정보 입수 한계로 증권사들이 각기 다른 배당소득 과세기준을 적용하는 등 고객들의 형평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CP(기업어음) 원천세 문제의 경우 최근 금융사의 원천징수 업무 과부담이 법적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CP는 발행기업이 증권회사를 통해 어음을 발행하면 매수자가 이를 인수·매매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중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되지 않은 어음들은 매수자가 제시은행을 통해 대금을 지급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업무는 실제로 수익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 발행기업과 당좌거래약정을 맺은 ‘지급은행’이 수행해왔다. 심지어 해당업무로 인한 원천징수불이행가산세와 지급명세서 미제출 가산세 등을 지불하는 경우도 발생해왔다.

 

이에 은행들은 CP원천세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달 대법원은 “CP지급은행은 이자소득금액을 지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천징수 의무의 계약상·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의 원천징수 업무 부담이 전체적인 금융산업 발전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 예적금 상품 출시는 원천징수 기준, 시점 등이 명확해 부담이 덜하지만 펀드 상품이나 집단 해외투자 상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금융사들이 신상품 출시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송상우 법무법인 율촌 공인회계사는 “금융기관들이 처리하는 원천징수 업무때문에 많은 금융사들이 금융상품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자유로운 금융상품 출시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보다 과세의 투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점차 개인이 소득에 대해 직접 과세당국에 신고하는 형태로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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