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은 우리 몸에서 해독, 면역, 신체대사 등 매우 다양한 일을 소리 없이 처리한다. 언제나 말 없이 묵묵하게 곁을 지키는 친구처럼 든든한 존재이지만 문제는 간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가 뚜렷한 증세를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치료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일컫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간암의 발병 경로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만성간염으로 시작해 간경화로 악화되고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병이 진행되는 기간은 10~20년으로 매우 긴 편이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서 별도로 검사를 받지 않는 한 발견하기 어려워 가족이나 환자 본인이 놓치기 쉬운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간암은 전체 암 중 사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간암에걸리는 환자의 숫자도 적지 않아 문제다. 지난 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7년에 발생한 간암 환자는 1만 5405명에 이른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걸리는 편이고 50대 이상의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지만 최근에는 30~40대 젊은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간암 중 병변 크기가 2~3cm 넘지 않는 암을 소간암이라고 부르는 데 이 때 발견해 치료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조기에 발견, 치료하면 재발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암은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고 간 건강을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간암 초음파검사는 간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암검진을 통해 만 40세 이상의 고위험군에게 간암 초음파 검사를 6개월에 한 번씩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만성 B형, C형 간염환자나 간경화 환자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간암 초음파 검사를 제 때 받지 않는 사람들이 50%가 넘는 상태이므로 수검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간 건강을 고려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술, 탄산음료 등 물 외의 음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한다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녹즙, 각종 건강식품도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간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한 번이라도 간염에 걸려본 적이 있다면 40세 이상이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간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은 자신이 보균자라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아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글: 의정부 맘편한내과의원 정은호 원장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