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난해 국내 대출 증가액이 연간 기준 첫 100조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98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1000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연간 기준 가장 큰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 당국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 재정 악화를 최소화하려 소방수를 자처했으나, 갈팡질팡한 정책으로 빚만 더 늘어난 것이다.
올해 정부 당국의 행보를 보면 이렇다.
코로나19 여파로 몸살을 앓게 된 자영업자들이 앞다퉈 어려움을 호소하자, 국가 정책 차원의 유동성을 동원했다. 경기 악화를 막으려 사상 초율의 ‘제로금리’를 단행했고,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가 시행됐다.
그런데 이렇게 동원된 돈은 엉뚱하게도 부동산‧주식시장으로 흘러가 ‘영끌’, ‘빚투’를 양산한 꼴이 됐다.
결국 가계 대출 총량이 급증하자 다급해진 정부 당국은 은행을 압박해 또다시 초강력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지만, 부동산‧주식 시장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고 자금을 유통하려는 수요는 계속 쌓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까지 마찬가지로 여전하다.
어쩔 수 없이 지난해 말 막아뒀던 신용대출 문이 다시 열렸고, 수요는 물밀 듯 쏟아졌다.
정부 당국은 ‘유동성→조이기→유동성’ 흐름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가계대출 총량은 줄지 않은데다 빚투와 영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조이기’ 시행 직전 수요가 집중되는 가수요 문제와 대출절벽에 몰린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고개를 돌려야 하는 풍선효과 등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은행들이 정부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모든 충격을 흡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서민 금융지원 역할도 부담스러운데 부동산·주식시장 과열로 인한 부작용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 정책에 금리는 내려가고 유동성은 증가하면서 부동산·주식시장에 돈이 몰린 것인데 그 충격은 은행이 흡수하는 꼴인 셈이다.
눈앞의 불 끄기에만 급급한 ‘땜질 식 처방’ 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풀었다, 조이기를 반복하며 잠깐 위기만 모면하도록 눈감아주기 보다는 회생 불가능한 것은 떼어내고 회생 가능한 것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튼튼한 금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 경제는 물론 중소기업,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을 살리는 길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