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전문가칼럼] 삼쩜삼 수사와 경찰 능력의 한계

 

 

 

(조세금융신문=서희열 강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세무사회는 2021년 3월 ㈜자비스앤빌런스(김범섭 대표)를 ▲무자격세무대리 ▲무자격 세무대리 취급 표시‧광고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였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세금 환급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세무사의 명의를 빌려 형식상으로는 세무사에 의한 세무대리 외관을 만들고 실질적으로 직접 세무사가 할 수 있는 세금환급신청 등 세무대행 업무를 하였다.

 

경찰은 지난 8월 18일 기획재정부가 “① 납세자가 직접 환급신청서를 작성할 경우 플랫폼의 역할이 자료 수집 및 단순 세액 계산에 한정된다면 무자격 세무대리로 볼 수 없고, ② 세무대리인에 의해 신청서가 작성된 경우 세무사의 지휘‧감독이 있는 경우에는 무자격 세무대리로 보기 어렵다”라는 유권해석을 근거로 해당 사안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하였다.

 

이는 세법 기본통칙은 물론이고 그보다 낮은 단계인 즉, 행정청 내부를 규율하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며 국가와 국민 간에 법규적 효력이 없음(대법원 2007.2.8.선고 2005두5611판결)에도 세무사법 위반 관련 법원의 판결 하나 찾아보지 않은 채 불합리한 판단을 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도 “4월 말 ⌜세무사법⌟ 위반 여부를 묻는 문의에 대하여 기재부의 법 해석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조사해 위반되는지를 경찰이 판단할 사항”(내일신문 2022.7.7.기사 참고)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최근 대법원은 ⌜세무사법⌟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한 취지 등에 비추어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의 지휘‧감독 없이 납세자를 대신하거나,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납세자를 대신하거나 사실상 신고를 주도하면서 외부적인 형식만 납세자가 직접 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세무지식의 이용이 필요한 신고 등을 하였다면 ⌜세무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20.5.28.선고 2015도8490판결).

 

이는 피고가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서를 작성한 후 세무사의 명의로 신고한 경우는 무자격 세무대리가 되며, 세무사는 명의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사단법인 000지회가 부가가치세 신고에 필요한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작성한 다음 대여받은 세무사 명의로 홈택스에 접속하여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변환‧전송하고 약 1000여 명의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게 한 것이다.

 

피고는 삼쩜삼이 셀프 환급신청 서비스라고 주장하나, 김 모 세무사의 세무대리인 아이디를 이용하여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환급 신고업무를 대행하였기 때문에 위 사건과 매우 흡사한 사건이다.

 

특히. 피의자인 김 모 세무사가 운영하는 00세무사 사무소는 세무사 본인 1명, 직원이 1명에 불과하고, 이후 합류한 세무법인0000은 세무사 5명, 사원수가 20여 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무려 1000만 명이 넘는 납세자의 신고를 대행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경찰은 무감각한 것 같다.

 

앞선 판결에서 대법원도 세무사가 1000여 명 납세자의 신고서를 결제하였다는 주장에 대해 세무사의 지휘와 감독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삼쩜삼은 이보다 훨씬 많은 납세자의 신고건수를 처리해야 하므로 세무사의 지휘와 감독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자비스앤빌런스 및 세무대리인의 세무처리 내역, 신고대행 시스템 운영방법, 실제로 일을 처리했다고 하는 직원들에 대한 진술 등은 전혀 확보조차 하지 않은 채 아무런 고민 없이 사건을 종결시켜버렸다.

 

이는 삼쩜삼의 고발 이후 1년 6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조사한 경찰이 실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의 흔적을 살펴볼 수 없고, 형사소송에서 다뤄질 법원의 판례도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로부터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가지게 된 경찰의 공정성과 자질에 대한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재 이번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가 경찰을 경유하여 검찰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조사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은 지체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검사는 해당 사건을 검토한 후 경찰에게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직접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삼쩜삼과 그 세무대리인들에 대한 ⌜세무사법⌟ 이외에 ⌜개인정보보호법⌟ 등도 위반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플랫폼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현행 법률을 위반한 사례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서희열 강남대학교 명예교수

(사)한국조세법학회 이사장

(전)한국세무학회 학회장

건국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통화 주권 넘보는 스테이블코인, 한국은 준비됐는가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한국 정치가 마침내 디지털 자산에 손을 댔다. 그것도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서 산업 진흥과 생태계 육성까지 겨냥한 ‘판 뒤집기’ 수준의 입법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제도화 시도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 정립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금융위원회를 통한 인가·등록·신고제 도입 ▲스테이블코인 사전 인가제 ▲불공정거래 금지 및 이용자 보호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을 담았다.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한국형 디지털금융 패러다임’의 설계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다. 현행법상 민간의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 발행은 법적 공백에 놓여 있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준비금 적립, 도산 절연, 환불 보장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통화 주권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에는 꽤나 위협적인 메시지다. 민 의원은 이 법을 “규제가 아니라 가드레일”이라고 표현했다. 규제를 통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