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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칼럼] 미번역본 베스트셀러 읽기 《미국 화폐와 재정의 역사: 1961년~2021년》

전 연준 부의장 앨런 블라인더가 통화주의와 대결을 작정하고 쓴 책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앨런 블라인더의 통화주의와의 대결, 제목부터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는 벤 버냉키가 연준 의장으로 있던 시절 연준 부의장이자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다. 이런 그가 지난 60여 년 동안의 미국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째로 설명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관심 받을 가치가 있다. A. 블라인더는 이 책을 “이론”이 아니라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하는데, 이 책의 흥미는 제목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살펴볼 A. 블라인더의 《미국 화폐와 재정의 역사: 1961년~2021년》(2022)은 케인스주의를 한 방에 물리쳤다는 전설의 밀턴 프리드먼이 안나 슈워츠와 공동으로 집필하여 통화주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든 《미국 화폐의 역사: 1867년~1960년》(1963년)을 연상시킨다. 프리드먼은 케인스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통화주의의 창시자이다. 안나 슈워츠는 폴 크루그먼의 표현에 따르면 “가장 위대한 통화주의자 중 한 명”이다.

 

A. 블라인더는 책의 제목은 우연이 아니라 프리드먼과 슈워츠에 대한 “의도적인 오마주”라고 밝혔다. 알다시피 오마주는 존경과 존중이란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A. 블라인더는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미국 화폐의 역사: 1867년~1960년》이 통화주의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대공황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 줬다고 말하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 이 말이 마냥 칭찬만은 아닌 것 같다. 막상 책을 펼치면 통화주의적 현실 경제에 대한 해석과 정책에 대해 가차 없이 공격하고 있는 대목들이 빈번하게 보이는데, 너무 심하게 비판해서 “의도적인 오마주”라고 한 것은 예의를 차리기 위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A. 블라인더는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미국 화폐의 역사: 1867년~1960년》을 바로 이어받아 1961년부터 시작하여 2021년까지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더는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도 그들의 속편이 아니”며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유령과 논쟁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일반적인 오마주하고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중요한 것은 제목에 “그리고 재정(and finance)”이란 두 단어가 추가된 것이다. A. 블라인더는 이를 “포커스가 크게 바뀌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책이 “미국의 경기 침체, 실업률,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때로는 협력적으로, 때로는 경쟁적으로 노력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60년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지난 60여 년 간의 미국경제를 움직인 거시경제정책이 종합적인 시각에서 고려되지 못한 채 통화정책의 측면에서만 분석된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미국 화폐의 역사: 1867년~1960년》을 비판한 것이다. 물론 그 자체의 성과와 노력에 대해서는 오마주 하지만 말이다.

 

“이름이 대수냐? 실제가 중요하지.”

 

“역사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은 없지만, 보통 라임(rhymes)은 있다.” 역사에 라임이 있다는 것인데, A. 블라인더는 이 인용을 통해 경제정책입안자들이 역사의 압운형식(rhymes schemes)을 모른다고 주장하는 데까지 밀고 나간다.

 

즉 경제학자들은 역사적 사건(라임: 운율)이 반복되는데도 경제사상이나 정책적 기준의 무지 때문에 압운형식(rhymes schemes)을 알아채지 못하고 실패만을 반복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자신이 케인스주의자인지 아니면 통화주의인지도 모른 채 경제정책을 써 왔다는 것이다.

 

블라인더는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재정정책을 수행하는 것을 케인스주의 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미국 대통령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그룹은 원칙적으로나 실제 정책적으로 모두 케인스주의자에 해당되는 사람들로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 카터, 오바마, 바이든을 꼽았다. 다음으로 케인스주의자라는 수식어를 피했지만 실제로는 케인스주의자처럼 행동한 사람들로는 레이건, 부시 2세, 트럼프를 꼽았다.

 

마지막으로 1961년 이래 진정한 반-케인스주의로 불릴 수 있는 대통령은 딱 두 명인데 부시1세와 클린턴 정부에서 발생했는데, 이 두 대통령은 경기침체 탈출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정책을 집중했던 사람들이다.

 

블라인더는 통화정책의 분류는 훨씬 쉽다고 하는데 1951년 재무부-연준 합의 이후 연준 의장이 된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에서 파월까지 모두 케인스주의에 따라 총수요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했다. 사실 버냉키와 재닛 옐런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케인스주의자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블라인더가 말한 대로 “이름이 대수냐? 실제가 중요하지(What’s in a name?).”

 

미국에서 케인스주의 정책이 꽃을 피운 것은 1961년 케네디가 취임하고서부터였다. 월터 헬러와 제임스 토빈이 활동했던 케네디 임기부터 존슨까지 감세정책 기조가 재정정책의 가장 주요한 기조를 이루었다. 케네디-존슨의 감세정책은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후 진행된 일련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늦장 대응이 프리드먼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물론 프리드먼의 득세는 경제학사 측면에서 중요한 사건이지만, 재정정책의 수립과 수행이란 측면에서 케인스주의의 사망은 레이건에 의해서였다.

 

A. 블라인더에 따르면, 사실 레이건의 재정정책은 “공급중시경제학”이란 레떼르를 붙이고 이어졌지만, 케인스주의적인 감세정책의 힘과 매력을 모두 보여주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거시경제적 안정화장치로써 재정정책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재정정책의 새로운 포커스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클린턴 재임기에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클린턴의 정책담당자들은 재정적자 감축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A. 블라인더는 이를 두고 반-케인스주의 세계관이라 불렀다. 클린턴은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통령이다(이들의 세계관은 오바마 정부에서 다시 부활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클린턴의 재정적자 감축정책이 케인스주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일종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A. 블라인더는 No라고 주장한다. A. 블라인더에 따르면 클린턴의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재정적자 감축 약속이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되면 현재의 경기부양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자율기간구조의 작동을 통해서 달성 가능한데, 쉽게 말해 미래 특정 시점에 단기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통화당국의 약속을 시장이 신뢰하게 되면 곧이어 장기금리의 인하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는 구조다.

 

요약하면, 클린턴의 경제적 성공은 재정적자감축을 밀어붙인 덕분이 아니라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었던 당국의 자질과 이들이 수단으로 삼았던 이자율기간구조 덕분이었다는 것이 A. 블라인더의 핵심 주장이다.

 

코로나19로 바뀐 시대, 이제 우리 모두는 케인스주의자다!

 

사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경제정책의 세계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누구도 작은 정부를 주장하지 않는다. 트럼프처럼 오히려 왜 덜 지출하느냐고 몰아붙이는 것이 현실이다. A. 블라인더는 코로나시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뤘던 것으로 보는 것 같다.

 

A. 블라인더에 따르면, 국가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위해 재정정책을 동원했고, 연방 정부만이 충분한 차입 여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재무부는 매우 낮은 이자율을 통해 차입금을 지급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준이 신규 발행 재무부 채권의 상당 부분을 매입하여 금리를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이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코로나19가 경제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친 것이다.

 

블라인더는 적극적인 시장실패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는 거시경제정책 기조는 케인스주의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A. 블라인더가 보기에 케인스주의는 논문이나 언론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A. 블라인더의 견해가 아쉬운 것은 중앙은행에 대한 테크노크라트적인 태도다. A. 블라인더는 중앙은행은 정치인들의 조직이 아니라 경제학자들, 테크노크라트들의 조직이라고 분명히 못 박고 있다. 연준은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부 사람들로부터 이 같은 연준의 행동이 민주주의 결핍을 야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A. 블라인더는 말한다.

“지난 60여 년 동안 많은 관찰자들이 연준의 독립성이 우수한 거시경제 성과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략) 저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두려움 없는 예측을 하고자 합니다. 재정정책 결정은 계속해서 주로 정치적 근거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고, 통화정책 결정은 계속해서 기술주의적, 경제적 고려에 따라 이루어질 것입니다. 당분간 이 둘이 만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프로필] 송종운 경제학박사

•(현)금융경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

•(현)지방의정센터 센터장
•(현)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
•(전)백석예술대 초빙교수
•(전)울산과학기술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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