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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월급루팡’ 직원 탓만 할 수 없는 이유

 

(조세금융신문=함광진 행정사) 최근 기업 현장에서는 이른바 ‘월급루팡’ 문제로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 월급루팡이란 업무시간 동안 실제 일을 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급여는 정상적으로 받는 직원들을 지칭하는 말로, 경영자에게는 실로 골칫거리다.

 

예를 들어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A는 일주일 분량의 작업을 단 4일 만에 완수한 뒤, 남은 하루는 개인 블로그를 관리하며 보낸다. 이런 경우 A를 월급루팡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업무 마감기한을 잘 지켰고 결과물도 훌륭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생산성이 높은 인재일 수 있다.

 

하지만 직원 B는 업무시간 대부분을 책상 앞에서 보내지만, 실제론 인터넷 쇼핑이나 SNS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마감일도 자주 놓치고, 결과물의 질도 떨어진다. 이처럼 시간은 투자하지만 성과가 낮은 직원이 오히려 조직의 효율을 갉아먹는 진짜 월급루팡일 수 있다.

 

직원 개인의 문제인가, 조직 구조의 문제인가?

 

많은 경영자들이 이런 문제를 ‘직원의 태도 문제’로만 인식한다. 단순히 직원 개인의 게으름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오히려 업무 기준과 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기업에서 월급루팡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어떻게 보상할지, 어떤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부여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직원들은 성과를 내는 데서 보람을 찾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조차 허탈감에 빠지며 동기를 잃게 되고, 결국 전반적인 조직 생산성까지 하락하게 된다.

 

사규는 통제가 아닌 ‘경영 리스크 관리의 핵심 수단’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명확한 업무 기준과 공정한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사규가 필요한 이유다. 많은 기업이 사규를 ‘직원 통제 수단’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규야말로 경영 리스크를 예방하고,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며, 공정한 평가와 보상의 근거를 마련하는 핵심 경영 인프라다.

 

사규는 단순한 통제 수단이 아니라, 조직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경영 도구다. 구성원 모두가 공통된 기준 아래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사규는 기업 운영의 기준점이 되며, 리스크를 줄이고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첫째,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사규로 명확히 규정하면 인건비의 효율성을 높이고, 우수 인재를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둘째, 평가 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와 동기를 갖게 되며 자발적으로 성과 향상에 기여한다.

 

셋째, 관리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면, 리더십이 공정하고 일관되게 발휘되어 조직 내 소통과 신뢰가 강화된다.

 

넷째, 사규는 협력과 도전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여 자율성과 책임감이 균형을 이루는 환경을 만든다.

 

다섯째, 고용 안정성과 성과 평가 간의 균형을 잡아 직원들이 안주하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다. 이처럼 사규는 조직의 기준을 세우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의 핵심 장치다.

 

사규만으로 사람이 바뀌진 않는다?

 

일부 경영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사규가 있어도 일을 안 하는 사람은 안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직원의 태도 문제다.” 사규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낙관이다. 사람의 행동은 단순히 제도 하나로 바뀌지 않으며, 리더의 태도, 조직 문화, 동료 간의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규는 필요하다. 기준이 없으면 ‘태도 좋은 직원’ 조차도 방향을 잃고 자율성을 발휘할 공간이 사라진다. 조직이 ‘좋은 태도’를 요구하려면, 그 기대치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이 조직이 원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제도’이고, 그 제도의 핵심이 사규다.

 

좋은 제도는 직원의 태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기준이 있어야 성실함도, 책임감도, 창의성도 발휘될 수 있다. 성과 중심 보상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면, 직원은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어떻게 평가받을지 알고 행동할 수 있다.

 

사람을 바꾸는 건 어렵다. 하지만, 기준을 세우면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사람과 제도는 함께 움직일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낸다. 사규는 그 출발점이다.

 

 

[프로필] 함광진 행정사

•CS H&L 행정사 사무소 대표

•인천광역시청 재정계획심의위원

•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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