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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목)


[전문가 칼럼] 중소기업이 공무원 조직에서 배워야 할 것

 

(조세금융신문=함광진 행정사)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상담을 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요즘 직원들은 책임감이 없어요. 주인의식도 없고요.” 많은 대표들이 겪는 공통 고민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되묻는다. “직원이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회사 안에 갖춰져 있나요?” 이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 공무원 조직을 떠올려 보자.

 

공무원 사회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다. 누군가는 책임감이 높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회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평가가 아니다. 공무원 조직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도록 만들어진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 개개인이 특별히 뛰어나서 책임감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 과정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추적되는 시스템 속에서 일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책임을 만드는 네 가지 장치

 

공무원 조직을 움직이는 구조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준이 명확하다. 업무 내용, 절차, 결재 기준이 법령, 지침, 가이드라인 등으로 정해져 있어 개인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둘째, 모든 과정이 기록된다. 결재 문서, 보고서, 대응 기록이 일의 흐름을 그대로 남기므로 책임이 사라질 수 없다.

 

셋째, 감사·감독 시스템이 상시적으로 작동한다. 사소한 실수조차 외부 검증에 노출되기 때문에 업무는 늘 투명한 상태로 유지된다.

 

넷째,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 담당자, 팀장, 과장, 국장으로 이어지는 결재 라인이 있어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누구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네 가지는 공무원의 개인 성향과 무관하게 책임감 있는 업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장치다.

 

중소기업이 반복해서 실패하는 이유

 

반면 중소기업은 이런 구조가 거의 없다. 업무 기준은 모호하고, 직무 분장은 형식적으로 존재하거나 아예 없으며, 성과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직원에게 “책임감 있게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직원이 책임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만들어낼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직원이 “어디까지가 내 책임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데 책임감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면, 이는 회사가 만들어낸 문제를 직원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직원 교육이나 동기부여가 아니다. 책임이 자동으로 생기는 구조, 즉 사규를 만드는 일이다.

 

해답은 사규에 있다

 

사규는 노무관리 문서가 아니다. 업무 기준을 만들고, 보고·결재 흐름을 정리하고, 책임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운영 시스템이다. 공무원 조직이 구조의 힘으로 책임감을 유지하듯, 중소기업도 사규를 통해 직원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원에게 “책임감이 없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책임감이 생길 수 있는 구조조차 없다면 그 책임을 직원에게 돌릴 수 있을까? 중소기업이 공무원 조직에서 배워야 할 것은 태도나 성격이 아니다.

 

책임이 생기도록 설계된 구조 자체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좋은 사람을 찾는 것보다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사규다.

 

사규, 책임감, 주인의식의 연결 고리

 

결국 중소기업이 바라는 ‘책임감 있는 직원’, ‘주인의식 있는 직원’은 교육이나 성격에서 나오는 산물이 아니다. 구조가 먼저 책임감을 만들고, 책임감은 그 안에서 주인의식으로 자란다.

 

사규는 그 구조의 첫 단추다. 사규가 있으면 직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자신의 책임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기준이 명확해지면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책임감이 자리 잡으면 비로소 주인의식이 자란다. 즉, 주인의식은 ‘좋은 직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절차·책임 구조가 만드는 결과물이다.

 

물론 사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규를 일관되게 실행하고, 왜 필요한지 구성원과 소통할 때 비로소 구조가 살아 움직인다. 사규+실행+소통이 갖춰지면 직원은 “시키니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역할과 책임을 아는 사람”, 즉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 변한다.

 

조직이 바꿔야 할 것은 직원의 태도가 아니라, 그 태도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그 구조를 세우는 첫 단추가 바로 사규이며, 사규는 ‘책임감이 자라는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프로필] 함광진 행정사

•CS H&L 행정사 사무소 대표

•인천광역시청 재정계획심의위원

•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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