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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가 칼럼] 팀장 지시를 거부하는 직원, 문제는 태도가 아니라 기준

 

(조세금융신문=함광진 행정사) “이 자료, 오늘 안에 정리해주세요.” 팀장의 지시가 끝나자마자, 직원 한 명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 회의실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팀장은 말문이 막혔고, 옆에 앉은 직원들도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날 이후, 팀장은 지시를 조심스럽게 하게 되었고, 다른 직원들도 입을 닫기 시작했다. 일을 맡기면 먼저 책임부터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태도가 아니다. 팀 하나의 문제가 아닌, 회사 전체가 무기력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많은 기업이 이런 장면을 겪고도, 문제의 본질을 놓친다.

 

갈등의 원인은 ‘사람’이 아니라 ‘기준의 부재’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와 책임이 요구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조직은 결국 누군가 멈춰설 때 무너진다. 그 기준은 어디에 담겨야 할까? 그 해답은 ‘사규’다.

 

사규가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갈등

 

만약 이 회사에 ‘업무분장 규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직무가 누구에게 배정되어 있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 명시되어 있었다면, 해당 직원은 “제 일이 아닙니다”라는 말 대신, “제가 맡은 영역은 아니지만,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반응했을 것이다.

 

사규가 있었다면 팀장은 근거 있게 지시할 수 있고, 직원은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게 된다. 사규는 감정 충돌을 줄이고, 책임과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기준이 된다.

 

규정‧규칙‧지침으로 이루어진 회사 운영의 구조

 

사규는 단순히 몇 장짜리 문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회사 규칙’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규는 회사를 움직이게 하는 운영의 설계도다. ‘복무규정’은 임직원의 근무 태도와 책임을, ‘자산관리규칙’은 비품과 자산 사용 기준을, ‘고객서비스지침’은 대외 서비스 태도를 정한다.

 

각각의 문서는 이름만 다를 뿐 아니라 목적, 강제력, 적용 방식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사규를 작성하는 담당자뿐만 아니라,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가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규정‧규칙‧지침의 차이를 모르면 생기는 일들

 

‘규정’은 모든 직원에게 강제 적용되는 회사의 헌법이다. 채용, 승진, 퇴직 절차 등 관리의 기준이 된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몇 명 안 되는데 이런 문서가 꼭 필요할까?”라고 생각하는 소규모 기업도 많지만, 인원이 적을수록 오히려 기준이 명확해야 감정적 분쟁 없이 업무를 유지할 수 있다.

 

대표가 매번 임의로 결정하거나, 경험에만 의존해 기업을 운영한다면 불만이 쌓이고, 회사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게 된다. 소기업에게도 사규는 ‘과잉’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규칙’은 특정 상황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실무 기준이다. 작업장에서의 안전 수칙, 고객 응대 프로세스, 점검 절차 등이 이에 속할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이 있어야 현장에서 즉각적이고 일관된 행동이 가능하다.

 

어떤 경영자는 “규칙을 너무 딱딱하게 만들면 융통성이 떨어진다”고 걱정하지만, 사실 기준이 있어야 예외도 설득력 있게 허용된다. 명확한 규칙 위에서 조정하는 것이 진정한 유연성이다. 기준 없는 융통성은 곧 선심이 되고, 차별과 불공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침’은 실무자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권장 사항이다. 보고서 작성 요령이나 내부 회의 운영 방식 등이 지침에 해당한다. 지침은 강제가 아니므로, 이를 바탕으로 업무 품질 향상과 조직 문화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지침을 규정처럼 강제하고, 이를 어겼다고 징계를 내리는 바람에 직원과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인사규정처럼 중요한 내용을 ‘지침’ 수준으로 가볍게 다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공정하지 않다는 시비가 붙는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문서는 목적에 맞게 구분하고 운용해야 한다. 사규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과 ‘강제력’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을 줄이고, 사규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운영되고 교육되어야 ‘살아 있는 기준’

 

일부 경영자는 말한다. “사규를 만들어도 직원들이 안 본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된다.” 이는 사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방식의 문제다. 사규는 입사 오리엔테이션, 연 2회 전직원 교육,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안내되고, 실제 사례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 안에서 살아 있는 기준이 된다.

 

경영자에겐 방향, 직원에겐 나침반

 

사규의 구조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경영자와 실무자가 있는 조직은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규정이 명확하면 인사 분쟁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고, 규칙이 정리되어 있으면 현장의 효율성과 안전이 높아지며, 지침을 통해 업무 품질과 조직문화가 성장한다.

 

사규를 안다는 건 단지 문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조직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사규를 ‘법무팀이나 인사팀의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사규는 경영자에게는 방향이고, 실무자에게는 나침반이다. 그리고 이 둘이 일치할 때, 조직은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프로필] 함광진 행정사

•CS H&L 행정사 사무소 대표

•인천광역시청 재정계획심의위원

•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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