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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비(非)아파트 임대 등록제, 전세사기 방패인가 면죄부인가

감정가 제한·보증 장치에도 허점…‘등록 장려’ 중심 정책, 또다시 도마 위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오는 6월 4일부터 비(非)아파트에 적용되는 ‘6년 단기임대 등록제’를 도입하지만, 정책 설계의 허점과 실효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실패한 제도의 구조를 되풀이한다는 비판과 함께, 실질적인 임대 품질 개선 없이 ‘등록 실적 쌓기’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세금 감면 다시 등장…정책 신뢰 회복은 ‘글쎄’

 

이번 제도의 핵심은 비아파트에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허용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법인세 중과 제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등록 유도를 위한 수단으로 ‘세금 감면’이 또다시 전면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2020년 단기임대 등록제 폐지의 원인이 됐던 투기 유발 및 세제 특혜 논란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단기임대는 ‘합법적 탈세 수단’으로 전락해 제도 자체가 폐기된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 비아파트로 범위를 한정했다며 선을 긋지만, 기본 뼈대는 유사하다.

 

감정가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임대보증 가입 시 HUG 기준가격이나 공시가격을 우선 적용하고,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에만 감정가를 인정한다는 장치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는 감정 책임을 사실상 공공기관인 HUG에 전가하는 구조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HUG가 감정까지 떠맡게 되면, 사고 발생 시 공공이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선 이 같은 장치도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 기준은 나중, 시행은 먼저…실효성 논란 가중

 

제도의 뒷받침이 될 계약 종료 가이드라인도 미비하다. 국토부는 감가상각률에 따른 실비 정산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기준은 2026년까지 도입 예정이다. 제도 시행이 먼저고, 기준은 두 해 뒤라는 점에서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감가상각 정량화나 입·퇴거 시 입회 의무화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분쟁 가능성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등록 실적?…보호보다 숫자에 집중한 정책

 

정부는 이번 제도가 민간임대 공급을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정책 실적 확보에 급급한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업계에선 ‘6년만 채우면 언제든 장기임대로 전환 가능한데다, 종부세·양도세 혜택까지 받는 구조’라며 단기수익과 세제 회피를 동시에 노리는 투자자 유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임대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속력 없는 설계로 인해 정책 실효성은 담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등록 실적은 늘 수 있겠지만, 실제 임대 품질과 주거 안정은 뒤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비아파트는 투자 선호도가 낮고, 전세 수요 자체도 줄어 등록 유인이 크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폐지된 제도의 불안정한 기억이 남아 있어, 정책 신뢰도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은 늘 수 있겠지만, 임대 품질이나 주거 안정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름만 다를 뿐 본질은 과거 실패 정책의 반복”이라고 평가했다.

 

[기자의 눈]

2020년 단기임대 등록제가 폐지 이후 5년 만의 부활이다. 시장 건전화와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또다시 ‘등록하면 혜택 준다’는 구조적 반복, 정부 주도의 감정가 산정, 의무 없는 보증제도, 시행 전제 없는 가이드라인만 남았다.

 

이번 제도가 임차인의 삶을 보호하는 ‘사다리’가 될지, 또 다른 시장 왜곡의 ‘도구’가 될지, 그 결과는 6년 뒤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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