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4 (수)

  • 흐림동두천 3.9℃
  • 흐림강릉 7.8℃
  • 연무서울 5.3℃
  • 구름많음대전 7.6℃
  • 맑음대구 10.0℃
  • 구름많음울산 10.1℃
  • 맑음광주 8.6℃
  • 구름조금부산 10.4℃
  • 맑음고창 10.1℃
  • 맑음제주 12.9℃
  • 흐림강화 5.8℃
  • 구름많음보은 6.3℃
  • 구름많음금산 7.0℃
  • 맑음강진군 10.7℃
  • 구름조금경주시 9.3℃
  • 구름많음거제 8.9℃
기상청 제공

엄정숙 변호사 "보증금반환청구권 상실, 중개업자가 책임져야"

서울고법, 대리권 미확인 중개업자에 배상 명령
가짜 대리인과 계약, 보증금 2억 날려
중개업자 대리권 확인 의무 소홀, 본인 직접 확인 절차 필수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공인중개사가 대리인의 권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상실하게 된 경우 중개업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항고부는 지난 25일 2013나79810 손해배상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2009년 5월 시작됐다. A씨는 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로 집주인 C씨 소유의 아파트를 임차하기로 했다. 그런데 집주인 대신 E씨가 C씨의 대리인이라며 나타나 계약을 진행했다. A씨는 E씨에게 보증금 2억2000만원을 지급하고 입주했다.

 

문제는 2년 뒤 계약이 끝나면서 불거졌다.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던 A씨는 E씨가 집주인 C씨로부터 정식 권한을 받지 않은 가짜 대리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C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E씨에게 C씨를 대리할 권한이 없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C씨와는 애초에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전세금 반환을 둘러싼 분쟁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 본안소송 접수는 2023년 7,789건으로 전년(3,720건) 대비 약 109.4% 늘었다.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의뢰인은 중개업자를 믿고 계약했는데, 대리인이 가짜였던 탓에 집주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이는 중개업자의 명백한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의 주장대로 법원은 원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중개업자는 대리인이 진정한 대리인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B씨는 E씨가 대리권을 받았는지 집주인 C씨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인감도장과 위임장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인지를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대리인에 의해 체결되는 계약을 중개하는 경우 그 대리인이 진정한 대리인인지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 변호사는 "중개업자가 형식적으로 서류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며 "특히 대리인이 나서는 거래에서는 반드시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변호사는 "B씨는 C씨의 인감도장, 위임장, 인감증명서도 없이 E씨의 말만 믿고 계약을 중개했다"며 "심지어 잔금 지급일에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았다고 하나,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인감도장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원은 A씨도 대리권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며 중개업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B씨는 1억1000만원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공제 한도인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부동산 중개 과정에서 대리인 확인 의무의 중요성을 명확히 했다"며 "임차인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은 것은 아쉽지만, 중개업자의 대리권 확인 의무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초대석] 정재열 관세사회장 "마약· 특송·외화 밀반출 등 국경관리...관세사가 앞장"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1976년 관세사 제도가 처음 생길 때 우리나라 수출액이 80억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1조 3,0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 10위권 무역 강국이 됐죠. 지난 50년이 우리 존재를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국가 무역 안전망의 ‘재설계’ 기간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 강남. 빌딩 숲 사이로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날, 기자는 한국관세사회 회장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냉기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온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했다는 소식이 무색할 만큼, 정재열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 미소 뒤에는 창립 5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온 수장으로서의 고뇌와 확신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마주 앉은 그는 차 한 잔을 건네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해 온 한국관세사회의 발자취를 차분히 되짚었다. 그의 시선은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100년’을 향한 다짐 속에서, 혁신을 향한 굳건한 의지는 또렷이 전해졌고, 그 울림은 강남의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녹이기에 충분했다. 80억 달러 수출국에서 1.3조 달러 무역 강국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