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호반건설이 지난해 공사대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손실로 반영한 규모가 23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실 시행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대신 상환한 금액은 4395억원이다.
두 금액을 합하면 6776억원으로, 회사가 공시한 연간 순이익(4752억원)을 넘어선다. 공사비 회수 실패와 보증 이행이 동시에 발생한 결과다.
호반건설의 2025년 연결 실적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79% 증가했지만, 매출은 2조3706억원에서 1조2326억원으로 4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분양수익 역시 1조1476억원에서 2531억원으로 78% 급감했다.
순이익 증가는 보유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6152억원의 평가이익 영향이 컸다. 이는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장부상 이익으로, 실제 현금 유입은 아니다.
◇ 완공하고도 못 받은 돈…청구조차 못 했다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주요 공사계약 현황은 공사비 회수 관련 실태를 현장별로 보여준다.
준공기한이 지난 완공 현장부터 문제다.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은 공사 진행률 100%를 기록했지만 미청구공사로 인식된 89억원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이 설정됐다. 세금계산서조차 발행하지 못한 채 손실로 가정한 금액으로, 시행사 상황이 청구 자체가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광주 마륵공원 공동주택’도 진행률 100%다. 미청구공사 85억원과 공사미수금 161억원 등 총 246억원이 계상돼 있다. ‘천안 일봉공원 1BL’ 역시 지난해 12월 완공됐지만 공사미수금 33억원 중 일부에 대해 충당금이 설정됐다.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의 차이는 중요하다. 공사미수금은 청구는 했지만 받지 못한 돈이고, 미청구공사는 청구 자체가 어려운 상태의 공사비다. 완공 현장에서 미청구공사가 발생한다는 것은 시행사의 자금 여력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공사를 완료했는데도 시행사가 분양 실패나 자금 부족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해당 금액은 대손상각비로 반영된다"며 "미청구공사는 청구도 어려운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회수 가능성 자체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반건설 측은 “대손상각비는 일부 발주처의 지급불능(EOD)에 따라 개별 채권에 대해 설정된 것”이라며 “전년 대비 미청구공사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진행 중인 현장도 손실 가능성…구조적 확산 신호
완공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도 미청구공사와 미수금이 대규모로 쌓이고 있다.
‘인천검단 5차(AB19)’는 지난해말 기준 진행률 91%로 준공 단계(26년 2월)에 근접했지만, 미청구공사 잔액이 906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현재 회수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밖에 ‘대구칠성 주상복합’은 진행률 97%에 공사미수금이 244억원, 충당금이 33억원이다. 준공기한은 2026년 1월로 이미 지났다. ‘천안 일봉공원 2BL’은 진행률 79%임에도 미청구공사가 715억원 쌓여 있다.
‘광주중앙공원 2지구’는 진행률 79%에 공사미수금이 642억원, 충당금 42억원이다. ‘인천연희공원’은 진행률 73%인데 미청구공사 238억원에 공사미수금 112억원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더 이른 단계의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 오등봉공원 1BL’과 ‘2BL’은 각각 진행률이 21%에 불과하다. 착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장이다. 그런데 이미 공사미수금이 각각 352억원, 34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공사 초반 단계에서도 공사미수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신호는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경산 상방공원 1BL’은 진행률 1.59%인데 공사미수금이 벌써 25억원이고 충당금도 설정됐다.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개별 평가된 채권은 3574억원으로, 이에 대한 충당금 설정률은 100%다. 전년(1213억원)의 2.9배다. 또 장기미수금 대손충당금은 전년 55억원에서 1397억원으로 25배 넘게 뛰었다. 대손상각비 2381억원은 전년(438억원)의 5.4배다.
◇ PF 보증 4395억 현실화…현금까지 빠져나갔다
대손상각과 별개로 PF 보증 관련 현금 유출도 현실화됐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행사 두 곳의 PF 대출 원리금 4395억원을 대신 상환했다. 시공사로서 대출 보증 약정을 이행한 결과다. 전년도 감사보고서에서 우발부채로 분류됐던 항목이 실제 현금 유출로 이어진 것이다.
잔여 PF 보증 규모가 전년 9528억원에서 5233억원으로 감소한 것도 위험 해소가 아니다. 상당 부분이 이미 대위변제로 현실화된 결과다. 대위변제 이후 확보한 구상권의 실질 회수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는 것이 재무분석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행사의 재무 상태를 고려할 때 장부상 권리가 실제 현금 회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금흐름에서도 이 같은 구조는 확인된다. 호반건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728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장부상 순이익 4752억원과 현금흐름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구조다.
공사비 미회수와 PF 보증 이행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부담이 큰 시나리오다. 수익으로 인식했던 금액이 손실로 돌아서는 동시에, 보증 책임으로 현금까지 유출되는 이중 압박이다.
김 교수는 "이익이 발생했더라도 현금 흐름이 동반되지 않고 미수금과 보증 이행이 동시에 늘어난다면 이는 단순 실적이 아니라 재무 구조 변화로 봐야 한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이 큰 리스크가 현실화된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PF 대위변제는 계약상 의무에 따른 통상적인 보증 이행”이라며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는 토지 매입 증가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감사인 한영회계법인은 해당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무 구조의 건전성을 직접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공사를 끝내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시행사 빚까지 대신 갚는 구조가 한 해에 동시에 현실화됐다. 호반건설의 2025년 감사보고서는 그 실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 흐름이 괴리되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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