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 여론지상에선 간혹 세금과 관련한 오해를 부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데이터를 일부만 편집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왜곡된 자료로 적극적으로 속이는 경우마저 있다. 한국 주류 언론 상당수는 4대 보험(사회보장기여금)에 대해 대단히 왜곡적인 사선을 갖고 있다. 재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다면서, 보험료를 올리려고 하면 미래세대를 약탈한다고 비난하고, 나중에 가면 못 받을 돈을 왜 자꾸 인상하려고 힐난하는 식이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나 낮은 공공지출 수준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고, 오로지 세대 간 갈등만 조장하려 한다. 하지만 OECD 통계를 보면 실제 의미는 뚜렷하다. 국가 보험 보장성 강화는 그 사회에서 생명에 부여하는 최저한의 선이다. 기업 또는 개인에게 얼마나 적절한 세금‧4대 보험금을 부과하는지가 그 선을 결정한다.
◇ 1. 공보험, 국가의 기초 신뢰 자산
국가 보험(공보험)에는 세상 그 어떠한 보험사보다도 우월하고, 따라잡을 수 없는 강점이 있다.
확정적으로 보장이 보증된다는 점이다.
가입자가 불리할수록 이익이 발생하는 사보험에선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할 수가 없다.
사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고, 보험심사를 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유는 가입자 잘되라고 보험사 하는 게 아니라 돈 벌려고 보험사를 하므로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 보험은 영리추구가 아닌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다.
가끔 특정 정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같은 걸 지급액을 줄이기 위해 심사를 낮춰 수급 등급을 낮추는 일이 발생하며, 고용보험 수급자를 부정수급자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보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없다. 연기금은 아니지만, 기초연금의 경우 심지어 수급자를 찾아 돈 주겠다며 연금신청 안내도 한다.
따라서 공보험은 위험의 분산이란 보험의 특성과 더불어 직접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에 강한 공적 속성과 보장성, 보증 등 국민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국가가 국민을 위한다는 신뢰 자본의 뿌리이기도 하다.
불안에 떨지 않는 사회는 사람들을 더욱 강하게 단결할 수 있으며, 더 빠르게 더 좋은 발전으로 이끌 수 있게 한다. ‘평화가 곧 경제다’는 말처럼 ‘공보험은 곧 신뢰 자산이다’라고 할 수 있다.
◇ 2. 미래세대가 더 낸다? 담세력 외면한 주장
한국 4대 보험의 현재와 미래는 모두 별로 밝지 않다.
고령화‧저출산 때문에 버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갈 돈은 늘어나기 때문이다(납부자 수 대비 수급자 비율 증가).
현재 한국 정부의 전체 보장성도 높다고 하기 어려운데, <표1>을 보면, 다른 영역들은 그럭저럭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보건 그리고 특히 노후가 크게 낮다.
노후 보장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는 젊을 때는 일해서 버티다가 은퇴하면 빈곤 속에서 버티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6세 이상 노인가구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절반 이하, 2023년 기준)은 39.8%에 달하며, 시장소득 빈곤율(기초‧국민연금을 받지 않은 경우)은 57.0%까지 벌어진다. 그나마 이것도 노인 공공 일자리로 겨우 붙잡은 수치로 2018~2020년엔 시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60%대였다.
OECD 평균에 비하면 세 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선진국들과도 비교하면 3~7배 정도 더 높은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 1인 가구의 빈곤율은 무려 71.8%에 달하는데, 고연령층일수록 더욱 가난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당연하지만, 노후 보장성이 약한 이유는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4대 보험 재원 증대는, 미래세대 착취라며 세대론 프레임으로 끌고 가지만, 좋은 진단은 결코 아니거니와 정확한 진단도 아니다.
보험료 인상은 미래세대가 아니라 돈 있는 사람들에게 더 걷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근로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대 평균 급여총액은 2601만원, 30대 4006만원, 40대 4544만원, 50대 4173만원, 60대 2720만원이다. 돈을 더 낼 사람은 30~50대다.
20대도 언젠가 30~50대가 되니 미래세대 부담 아니냐는 반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30~50대가 다 같은 30~50대는 아니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임금 근로자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소득은 613만원, 중소기업 근로자는 307만원으로 두 배 차이가 났다. 보험료율을 올려도, 대기업 근로자들의 부담이 더 늘어난다. 결국 4대 보험료 인상은 대기업 근로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서 간과하는 존재는 기업이다. 한국은 4대 보험료 절반을 수익자(근로자)가 아닌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이 낸다. 사회적 기여 등 선한 의도 때문은 아니다. 기업이 4대 보험료를 내는 근본 이유는 근로자가 정상 가동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4대 보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4대 보험이 더욱 강화될 필요성이 있는데,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크고, 대기업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직원 복지를 제공하지만, 중소기업에는 4대 보험 외 복지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3. 4대 보험 징수 주축은 ‘기업’
그럼 실제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느냐?
OECD 주요국 가운데 근로자 급여 7% 이상 4대 보험으로 가져가서 복지 하는 나라로는 노르웨이‧미국‧이태리‧핀란드‧프랑스‧일본‧독일 그리고 한국이 있다.
아래 표2는 해당 국가들이 소득 수준별로 얼마나 4대 보험을 걷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는데, 일단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4대 보험료를 별로 안 걷는다.
제일 큰 이유는 개인 납입 수준보다도 한국 기업의 4대 보험료 부담이 매우 낮다는 데 이유 있다. 한국은 기업이 근로자 소득 대비 9~11% 정도를 부담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최대 5.0배가량을 오간다. 미국을 제외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아래 표3은 이를 평균치로 환산하여 비교한 수치다.
한국보다 4대보험이 저조한 나라는 미국 정도인데, 그럼 미국이 한국보다 복지를 덜 하는 나라냐, 그렇지 않다. 표2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은 한국보다 GDP의 6.4%p나 공공지출로 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위의 표4를 보면, 미국은 한국보다 법인세 수준이 70% 정도지만, 소득세를 두 배 이상 걷는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보다 4대 보험료는 조금 낮지만, 높은 소득세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 한국은 세금, 보험료 둘 다 안 되고 있다.
표2와 표4를 같이 보면, 법인세 수준이 한국과 같이 GDP 2%대인 이태리, 핀란드, 프랑스, 독일의 4대 보험료 수준은 한국보다 월등하면서 동시에 소득세 수준도 훨씬 높다.
한국과 유사하게 소득세 수준이 낮은 나라인 일본의 경우 4대 보험료가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높으면서, 법인세 수준은 한국의 1.7배 정도다.
◇ 4. 고소득자 부담 증가 문제
고소득자 부담률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4대 보험은 세금처럼 누진구조로 만들 수 없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분담이고, 연금은 낸 만큼 받는 구조라서 공보험이 자칫 고소득자 연금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4대 보험료는 어떤 형태로든 납부 상한선을 그어야 한다.
상한선을 긋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보험료율과 금액이다.
표2로 가서 개인소득별 근로자 4대 보험료 수준을 보면, 노르웨이‧미국‧핀란드‧프랑스는 고소득자나 저소득자나 급여에서 4대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비슷하다.
반면, 한국‧일본‧독일은 고소득자일수록 소득에서 4대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진다.
노르웨이‧미국‧핀란드‧프랑스는 사실상 보험료율에 상한을 두었고, 한국‧일본‧독일은 사실상 금액을 기준으로 4대 보험료 상한선을 그었다는 뜻이다.
둘 중 더 나은 방법이란 건 없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고소득자에 대한 부담이 너무 낮다. 한국의 고소득 근로자 소득세 실효세율(싱글가구, 평균소득 250% 초과, 4대 보험 제외)은 2024년 기준 18%대인데, 위 국가 중 노르웨이‧미국‧이태리‧핀란드‧프랑스‧독일은 25%~34%에 이른다.
일본은 19%대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4대 보험료에서 3.6%p를 더 걷기에 일본 고소득자는 한국 고소득자보다 총급여의 4.7%p를 세금과 4대 보험료로 내야 한다(자세한 건 [세금실태] ⑤번 기사 참조).
한국이 낮은 공공지출을 개선하기 위해선 세금 또는 4대 보험료 둘 중 하나 내지 둘 다 올려야 한다.
4대 보험의 경우 노르웨이‧미국‧이태리‧핀란드‧프랑스처럼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률의 보험료율을 매기는 방법이 있고, 일본‧독일처럼 소득 하위부터 전반적인 지출 수준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이것도 완벽한 정답은 아닌 게 위 국가들은 이렇게 했음에도 재원이 부족해 보장을 줄이거나 추가 인상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료 증액을 해봤자 답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뭐든 빨리 증액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 5. 삶의 최저선, 우리의 생존 방식
최저임금, 생활임금은 그 사회가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노동의 가치를 의미한다.
공공지출 수준과 4대 보험은 한 사람의 생명이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공공지출은 한국인 삶의 하한선이자 생명의 최저가치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가 4대 보험으로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고, 호주‧뉴질랜드는 4대 보험 대신 세금으로, 덴마크는 대부분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영국‧캐나다는 4대 보험 수준이 위 예시 국가들보다 50~60% 정도지만, 역시 세금을 걷어 재원을 조달한다.
그렇다고 국가 재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한국의 국가채무 수준은 대단히 양호한 편인 것은 맞다. 쓸 여력이 상당히 있는 것 역시 맞다. 세금과 4대 보험료가 일종의 근육 역할을 한다면, 국가채무는 일종의 연골 역할을 하기에 함부로 부하를 주기는 어렵다.
이젠 고민할 시간이 너무 없다.
각국은 ① 전체 납부자 부담을 높이는 방법 ② 고소득 납부자 부담을 높이는 방법 ③ 기업(사용자) 부담을 높이는 방법 등 다앙한 방법으로 4대 보험 재정 확충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① 전체 납부자 부담을 올리는 방식을 썼다. 매년 물가상승률 비례 요율 조정, 지난해 3월 여야의 국민연금 합의가 딱 이런 방법이다. 나름 장점은 있다. 모든 납부자에게 조금씩 걷어가니 상대적으로 저항이 작아진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방식은 너무 늦다.
②과 ③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2004년 연금 개혁 당시 ①번 방법으로 전체 요율을 빠르게 증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부자들의 정체된 소득, 수급자의 급격한 증가와 맞물려 현재 재원상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한국은 낮은 4대 보험료율과 낮은 국세‧지방세 실효세율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동해 일본보다 더 안 좋아지는 미래가 남아 있다.
그때 가서 하려고 하면 반발이 더욱 커지게 된다. 기업에게 무조건 더 내라고 하는 것도 꼭 올바른 건 아니다. 과도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임원-근로자 간 소득격차를 해소하는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중소기업 부담을 증가시키고, 대기업의 채용 회피만을 부추길 뿐이다. 따라서 4대 보험 재정 문제는 노동 개혁과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건 생산가능인구가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는, AI의 인간 대체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금 내야 한다. 그 답은 ‘우리 사회가 허용하는 최저한의 삶이 무엇인가’만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의 생존 방식’에 대한 답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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