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 여론지상에선 간혹 세금과 관련한 오해를 부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데이터를 일부만 편집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왜곡된 자료로 적극적으로 속이는 경우마저 있다. 최근 상속세 때문에 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대한상의 보도자료가 대표적이다. 오해를 바로잡는 길은 정확히 아는 것이며, 완전하진 않지만 큰 그림을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주간 연재로 ‘한국 세금의 실태’를 파본다.
23일 포털에선 2025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3년 만에 반등했고, 세금도 490조원 가량 걷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 자체의 내용은 맞고, 숫자도 틀린 건 없다.
그런데 2025년 기준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양호한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가 정답 쪽에 가까워 보인다.
아래의 표는 OECD 통계와 연례 보고서 내 숫자들에서 추출한 OECD 조세부담률과 한국 조세부담률 간 비교다.
한국은 버는 돈에 비해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가 아니다.
2025년 한국 조세부담률 18.4%인데, 2015~2023년 OECD 조세부담률은 24.3%다. 이를 단순비교하면 –5.9% 정도의 격차가 생긴다.
위에서 보듯이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021년부터는 25.0%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단순 대입하면 2024년엔 –7.4%, 2025년엔 –6.6%의 격차가 나온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시계열적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의 조세 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감세정책으로 이동한 것이 뚜렷해 보이는데, 특히 2024년의 경우 GDP 대비 법인세수는 2.8%로 전년대비 –1.1%p나 감소했다.
OECD 주요국과는 비교하긴 어렵고, 잘해봐야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국은 직접세는 낮고, 간접세 비중이 높은 후진국형 조세체계를 갖고 있다. 이는 부자에게 실질적 감세를 줘서 부를 몰아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지를 잘 안 하려는 나라들이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나마 정부가 직접세로 세금 벌이를 하는 곳이 법인세인데, 개인의 경우 대기업 근로자, 대자산가들의 세수로 충당하는 것과 같이, 법인세도 대형 기업 실적에 의존한다.
이걸 완전히 부러뜨려 먹은 정부가 윤석열과 추경호-최상목 경제팀이었다.
위 표에서 연한 살구색으로 칠해진 가로 부분이 한국과 OECD 평균 법인세 영역인데, 법인세가 GDP 대비 5.0%로 절정에 달한 2022년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22조원 정도였다.
코스피 기업 영업이익이 2023년 약 196조원, 2024년 약 250조원 정도 되는데, 거꾸로 한국 법인세수는 2023년 3.9%로 급감했고, 2024년엔 2.8%로 되려 줄었다.
세금을 경상GDP하고 비교하는 이유는 번 돈 만큼 얼마나 세금을 내느냐를 따지기 위해서인데, 2022년 코스피 영업이익과 2024년 코스피 영업이익을 비교할 때 법인세율이 거의 ‘반깎’ 수준인 –2.2%p나 줄었다는 건 버는 만큼 세금을 낸다는 원칙을 걷어차 버렸다는 것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건 한국 조세수입 역사에도 거스르는 시도인데 1990년대 GDP 대비 법인세수는 2.0% 정도였지만, IMF 극복을 하면서 법인세수가 2000~2010년엔 3.1% 정도에 안착했으며, 비록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법인세 감세기조가 있었다고 하지만, 3.2%대는 유지됐었다.
이밖에도 2022년에서 2024년 윤석열 정부로 이동하면서 확연히 깎인 영역이 한 세 곳이 있는데, 개인 자본 이득세(Taxes on capital gains of individuals), 재산세(Taxes on property) 그리고 부가가치세(Taxes on goods and services)다.
개인 자본이득세는 2022년 1.4%에서 2024년 0.7%로, 같은 시기 재산세는 3.5%에서 3.0%로 줄었는데, 시기적인 경기 변동이 있었다고 하지만, 윤석열 정부 감세 영향을 강력하게 받은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 부가가치세는 고환율‧고물가에 의해 직격탄을 맞은 곳인데 국세수입분 부가가치세는 환율 급등과 고물가 영향을 받아 2022년 80조원이나 되었다가 2023‧2024년 70조원으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9-1-5. 부가가치세 징수 현황 참고). 한 마디로 소비가 박살났다.
추가로 최근 개인소득세가 전체 세수대비 최대치에 도달했다는 보도들이 있는데, 월급쟁이를 쥐어짰다는 자극적 프레임을 빼고 좀 생각해봐야 할 측면이 있다.
OECD 평균은 개인소득세에서 8% 초반 정도, 법인세에서 3%대 후반 정도로 GDP의 12%를 직접 소득세로 걷는데, 한국은 개인소득세는 5% 초반, 법인세는 3% 중반 정도로 GDP의 9%를 직접 소득세로 걷는다.
이것만 봐도 한국은 개인소득세를 낮출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애초에 소득세는 상위 10% 이상 정도에서 유의미하게 걷힌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억대 연봉 대기업 근로자의 수천만~억대 상여금에 의존하고, 고소득자는 소득적출률이 낮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도 국감을 위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사이 국세청 고소득 사업자 세무조사 소득적출률은 2020년 43.6%, 2021년 42.4%, 2022년 29.3%, 2023년 28.9%, 2024년 28.8%로 약 30~40%에 달했다.
◇ 낮은 세금, 서민들에게 좋을까?
GDP 총액 기준으로 한국보다 높거나 비슷한 OECD 국가들과 한국 간 가장 큰 차이점은 재산세를 제외하면 세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개인소득세‧사회보장기여금‧부가가치세가 낮고, 법인세는 보통이다.
재산세는 한국이 높다고 뭐라고 하지만, 그건 하도 소득세나 사회보장기여금, 부가가치세 수준이 낮아서 상속증여세로 벌충한 측면이 있다.
재산세 가운데 부동산 보유세만 딱 초점을 맞추면 2024년 한국 부동산 보유세 수준은 GDP 대비 0.9%인데, 영국, 미국의 3분의 1, 일본의 2분의 1밖에 안 된다. 부동산 공화국이란 이명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한 성과다.
세금이 낮으면 서민들에게 좋을까?
코로나19가 있었던 2021년에서 2022년 시기를 비교하면, 한국과 OECD 주요국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주요국들은 우리로 치면 근로자들의 4대 보험금(사회보장기여금)을 깎아주었다. 한국 재경부식 조세부담률에는 4대보험을 넣지 않지만, 4대보험은 국제적으로는 명백히 세금의 일종이다(Tax Policy Reforms 2022).
그런데 그 시기 한국은 근로자들의 4대 보험금을 깎아 줄 수가 없었다.
주요국들은 근로자들의 4대 보험료를 깎아 줄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근로자보다 기업의 사회보장 관련 부담이 더 세다.
예를 들어보면, 2023년 기준으로 고용주가 근로자보다 사회보장금을 얼마나 더 내냐면, 캐나다 1.29배, 프랑스 2.79배, 독일 1.08배, 이탈리아 3.66배, 일본 1.09배, 스페인 4.90배, 영국 1.65배, 미국 1.06배다.
반면, 한국은 1.04배다. 한국은 근로자 반, 사업자 반 내기에 개인을 깎으면 바로 재정에 충격이 간다.
그러니 코로나 시기 한국의 서민 감세는 유류세 인하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고, 사회보장기여금 수입만 2019년 6.9%에서 2023년 7.9%로 증가했다. 그래도 4대 보험금 수준 자체가 OECD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나라 곳간이 없으면, 내줄 것도 없고, 내줄 것이 없을 정도로 적게 걷으면 부자들은 신이 나고, 서민들의 미래는 어둡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우·가족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약 17%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데, 선진국 평균인 24%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라며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를 거쳐 조세부담률을 전체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조세를 원상 복구하고 부담률을 높여가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실질적인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들은 이걸 탈모 치료라든가 확장 재정과 연결시키던데, 달을 가리키는 데 개를 가리키는 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한 곳은 탈모니 확장 재정과 관련없는 암병동, 희귀질환자 가족들 앞에서의 발언이고, 정상이라면 복지 지출을 떠올리는 게 합당하다.
한국의 사회복지-건강 부문 정부 지출 수준은 2021년 기준 GDP 대비 ‘5.6%’에 불과하다.
본지 기사 가운데 ‘[이슈체크] 중남미 수준의 복지지출…나라적자 부담하며 부자감세, 미래가 없다 <下>’에서 인용한 OECD 통계 수치다. 자세한 수치는 아래 표에 나와 있다.
OECD 평균은 9.0%, 의료보험이 문제라는 미국조차 10.3%고, 일본 9.2%, 영국 9.9%, 우리랑 경제규모가 비슷한 스페인 7.3%, 콜롬비아조차 6.1%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