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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영권신수설? 가업상속공제의 우생학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 여당이 기업주 상속세 감세를 사실상 확정했다.

 

가업상속공제란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 사주의 자손에게 최대 500억원의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업종·자산·근로자를 10년간 유지하라는 것이 조건인데, 이걸 7년으로 줄이고, 업종·자산·근로자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가닥을 잡았다. 상장사 최대주주에 한해 30% 할증(세율로는 최대 15% 증가)도 줄일 계획이다.

 

정부는 최대 500억원의 상속세 감면혜택을 창업주 자손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겠다고 하고 있다. 7년간 사업유지를 할 ‘능력’이 있다는 게 근거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능력’의 근거가 사실상 창업주의 ‘혈통’ 외에 딱히 없다는 점이다.

 

가업상속공제가 우리 사회에 득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우선 전제가 불안하다. 사주의 자손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를 깎아주면 이를 재투자해 경제가 발전한다는 논리다. 10년도 기업유지가 힘드니 7년으로 줄이자는 경영자들에게 말이다.

 

혈통은 믿을 만한 걸까? 2010년 가족경영을 분석한 맥킨지 리포트를 보면 투명한 의사결정구조, 역동적 포트폴리오, 장기실적을 위한 단기손실감수 등을 성공비결로 꼽고 있다. 가족이어서 잘 된 게 아니라 유능해서 성공했다는 게 요지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아도 혈통 하나만 보고 상속세를 깎겠다는 나라는 없다.

 

2006년 독일은 중소기업들이 경제난에 내몰리자 회사는 7년간 직원을 해고하지 말고, 직원들은 그 기간 연봉동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가업상속공제를 도입했다. 노사공동으로 희생을 감수하는 게 목적이었다. 노동권이 잘 보호되는 독일이기에 경영진의 배신을 견제할 수 있었다.

 

일본은 100년 넘은 가업이 2만~3만이 된다는 나라다. 일본의 가업상속공제는 지역밀착형 업종 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일본의 가업은 단일 업종을 유지하며, 도제식으로 자녀에게 기술을 물려주거나 직원 중 유능한 사람을 양자로 맞아들여 맥을 유지한다. 그런데 그 노포의 40% 가량은 종업원 수가 5명 미만에 불과하다. 성장보다 가업 유지 자체가 목적인 셈이다.

 

이 가운데 한국 국회는 갈지자 행보를 걷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4년 최경환 경제팀의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크게 반대했다.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등이 엇박자를 안 냈다면 방어에 실패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은 찬성표로 돌아섰다. 의원실에 이유를 물으니 시대가 바뀌었다고 한다. 20대 들어 국회 파행이 허다한데 이것만은 여야가 굳세게 일치단결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가업상속공제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영권을 하늘이 내려준다고 생각하는 '경영권신수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왕권신수설'처럼 말이다. 그만큼 현재의 가업상속공제 확대 논리를 이해하는 것은 합리의 영역이라기 보다 맹신의 영역에 가까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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