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을 비롯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조세정의와 조세공평의 관점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유호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14일 열린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이 조세공평주의”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가업상속과세제도는 충분히 그 시행목적을 실현하고 있어 더 이상의 조세우대는 필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조세공평에 관한 논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헌법에 조세정의에 관한 규정을 명문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개편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공제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으로 명확히 선을 그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중견기업이 매출액 3000억 미만, 자산 총액 5000억 미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500억원 한도로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1997년 최초 가업상속제도 도입 시 한도는 1억원이었으며, 적용대상을 2008년 중소기업으로, 2010년 중견기업으로 확대해 2014년 지금의 500억원으로 인상됐다.
유호림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범위 확대 시 적용대상기업의 숫자는 불과 320여 개에 불과하다”며 “소수 자산가의 상속세 감면을 위한 불공정, 불평등, 불합리의 3불 개편이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는 국세청 통계연보 자료를 인용해 “2017년 연간 피상속인 중 총상속재산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불과 12명”이라며 “가업상속공제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연간 한두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유력한 개편안으로 언급되는 사후관리요건 완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도 있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는 “상속인이 정상적인 경영과정에서 도산했음에도 대표이사직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이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용유지 요건을 인원수가 아닌 인건비총액으로 규정하고, 업종유지 요건도 변경을 허용하도록 완화해야한다”고 사후관리 요건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부 부장도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중소기업들은 10년동안 고용·업종·자산유지 등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며 “특히 업종유지 조항은 매 시각 새로운 업종과 제품이 탄생하고 있는 시대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의 가업상속공제 한도나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사후상속보다는 사전증여를 더 선호하므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 확대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태주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 정책관은 그간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정책 입안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주 정책관은 “아직 정부 입장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아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으나, 공제의 대상과 한도는 더 이상 확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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