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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체재의(量體裁衣)] '무오류'의 신화는 '견제'를 통해 깨진다

'양체재의(量體裁衣)’란 일을 실제 상황이나 형편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평소 법률과 정책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문병윤 변호사의 주장이 담긴 연재물이기도 합니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지난해 말 정경심 사건에서 공소장 변경을 두고 법원과 검찰이 설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재미있는 점은 재판장이 공소장변경 불허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에게 했다는 얘기다.

 

‘검사님, 재판부는 토론하고 합의해서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결정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검사들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합니까’.

 

판사마저 답답함을 내비친 검찰의 ‘무오류 신화’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보도한 MBC에 대한 강압수사를 반대하다가 검찰을 떠난 임수빈 변호사도 비슷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국가권력의 무오류 신화는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수사와 기소에서 두드러졌을 뿐이다. 건물을 가진 사람은 신경을 곤두세우는 소방청의 화재 안전조사,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 등 오히려 국민이 크게 체감하는 분야는 바로 행정청의 각종 조사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다보면 행정청이 어디든 비슷한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기록을 받아보면 일단 행정청의 처분사유는 매우 추상적으로 제시되어 있고, 처분사유의 증거로는 처분 대상자가 작성한 사실 확인서가 대부분이다.

 

이해하기 쉽게 범죄수사에 비유하자면 공소장의 범죄사실에 일시·장소 등이 특정되지 않은데다 증거는 피고인의 자백이 전부인 셈이다.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는 ‘3월에 종각역’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는데 재판이 진행되다 보니 3월이 아니라 7월이고, 종각역이 아니라 강남역이라고 하면서 마음대로 일시, 장소를 바꾼다면 피고인은 알 수 없는 범죄사실과 끝도 없이 싸워야 한다.

 

더욱이 그 증거가 피고인의 자백뿐이라면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7항은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고문, 폭행, 협박, 부당한 인신구속 등으로 자백을 받아내던 관행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다.

 

형식적 동의에 의한 광범위한 자료제출도 문제다. 검사가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그 사유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법원은 그 타당성을 검토한 후에 영장을 발부한다. ‘주거지’라고 명시하면 주거지만 할 수 있고, ‘신체’라고 명시하면 신체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포괄영장금지원칙’이다.

 

반면, 행정조사는 강제처분인 영장청구권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행정조사를 받는 사람은 ‘다 가져와보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즉, 신체든 주거지든 사무실이든 어디에 있는 자료이든 알아서 가져오라는 요구다. 제출을 거부해도 상관없지만, ‘제출하는 게 서로 좋지 않겠느냐’는 말에 ‘못하겠다’고 버틸 수 있는 대상자는 거의 없다.

 

불응시 입게 될 불이익을 외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법 같은 경우에는 자료제출요구에 응하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형사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다.

 

대법원은 ‘행정조사는 수사기관의 강제처분과는 다르기 때문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형사법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고, 행정조사 시에 작성된 사실 확인서의 증거가치를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문제는 행정청의 행정조사가 형사고발로 이어지고,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형사재판에 증거로 제출되어 결국 유죄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경찰의 수사과정에 대한 견제는 유래가 깊다. 경찰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의자가 부인하면 곧바로 증거능력을 상실한다. 강압과 회유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에서 강제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 전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얻을 권리가 철저히 보장된다. 각종 형사법 원칙이 도입된 이유를 살펴보면 행정조사와 다르지 않다. 행정조사도 이러한 견제가 시작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의 ‘무오류 신화’는 달콤하다. 문제는 국가기관에는 달콤하지만, 국민에게는 쓰디 쓸 뿐이라는 사실이다.

 

행정청이 지금처럼 형사절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장주의, 자백배제법칙,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등의 견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개선은 가능할까? 역사를 보면 자체개혁이라는 말은 언제나 사‘명’으로 분식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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