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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체재의(量體裁衣)]실수로 한 성추행 처벌할 수 있을까

'양체재의(量體裁衣)’란 일을 실제 상황이나 형편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평소 법률과 정책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문병윤 변호사의 주장이 담긴 연재물이기도 합니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문희상 국회의장이 동료 여자 의원의 뺨에 손을 댄 행위를 두고 성추행 논란이 벌어졌다. 경위는 다음과 같다. 다수의 야당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실로 찾아가 문 의장에게 항의하자 문 의장은 의장실을 벗어나려 했다.

 

한 여성 의원은 손‘ 대면 성희롱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문 의장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러자 문 의장은 순간적으로 해당 의원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며 ‘이것도 성희롱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게 성희롱일까, 성희롱이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먼저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성희롱, 성범죄, 성폭행, 성추행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지만, 각각의 개념은 엄연히 다르다. 먼저 성‘ 범죄’라는 단어는 경미한 강제추행부터 강간까지 성과 관련된 모든 범죄를 의미하지만, 실상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용어는 아니다. 가장 포괄적인 개념일 수 있으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법률용어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명확성 원칙).

 

‘성희롱’은 법률용어이긴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즉, 조직 내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위를 이용하지 않거나 업무와 무관하다면 법률상 ‘성희롱’이라 볼 수 없는 셈이다. 성희롱에 대한 처벌도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처분까지는 아니고, 조직 내의 징계 사유 정도에 그친다.

 

‘성추행’과 ‘성폭행’도 법률용어는 아니다. 형법의 용어는 ‘강제추행’과 ‘강간’이고 모두 처벌 대상이다. 강제추행이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하는 행위를, ‘강간’이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강제추행이든 강간이든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다만, ‘폭행’의 범위가 너무 좁아져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

행사됐다면, 힘의 크기, 세기와는 상관없이 모두 폭행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였다(이른바 ‘기습추행’).

 

이렇게만 본다면 문 의장의 행동은 ‘강제추행’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약하고 잠깐이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 행사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만 가지고 함부로 전과자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기에 범죄를 감히 저지른다는 의사, 즉 고의가 중요하다.

 

모든 범죄는 고의범 처벌이 원칙이다. 특별히 중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과실범도 처벌한다. 예를 들어, 과실 폭행은 불가벌이지만, 살인은 과실범도 처벌한다(과실치사). 만약 과실 폭행을 처벌한다면 매일 출퇴근 지하철에서는 수만 명의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다. 반면, 생명처럼 소중한 법익은 실수로라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강제추행은 고의범만 처벌한다. 여기서 ‘고의’란 범죄 일반에 대한 고의가 아니라 ‘강제추행’의 고의를 말한다.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이를 감행하는 확정적 의사인 것이다. 혹자는 ‘상대방의 신체에 나의 신체가 닿는다’는 인식과 의사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폭행’의 고의 정도로는 볼 수 있겠지만, 강제추행의 고의로는 볼 수 없다.

 

그랬다가는 이제 매일 출퇴근 지하철에서 수만 명의 강제추행범이 발생할 것이고, 폭행죄는 전부 강제추행죄로 바뀔 수도 있다.

 

문 의장, 성추행 논란 유죄인가 무죄인가

 

문 의장의 유무죄 판단은 결국 사법기관의 몫이다.

다만, 유죄로 인정되려면 반드시 ‘고의’가 존재해야 한다. 고의는 내심의 의사이기 때문에 자백하지 않는 이상 외부적 요인을 통해 추단해볼 수밖에 없다. 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정치적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장을 찾아간 공개된 자리라는 점, 문 의장이 자리를 피하려 하자 여성 의원이 적극적으로 그 앞을 막아섰다는 점, 여성 의원이 오히려 손을 댈 테면 대보라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일반적으로 추행 행위는 거부하지, 부추기지는 않는다) 등이 고려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간다면 과실에 의한 성범죄도 처벌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현행법으로는 공백이 많다는 의견도 있고, 오히려 현행법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많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성적 자기결정권과 광범위한 주의의무의 당부 등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분명한 점은 성범죄에 대한 과거의 틀이 이제 너무 낡았다는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과감한 논의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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