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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체재의(量體裁衣)]법률안 체계자구심사권, 법사위로부터 분리가 답이다

'양체재의(量體裁衣)’란 일을 실제 상황이나 형편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평소 법률과 정책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문병윤 변호사의 주장이 담긴 연재물이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21대 총선이 끝나고, 주요 정당의 원내대표까지 모두 선출이 완료됐다. 이제 본격적인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시작됐다. 국회는 이제 국회의장을 비롯해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등 각 상임위원회의장을 선출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모든 법률에 대한 ‘체계자구심사권’을 갖고 있는 법사위원장이 관심사다.

 

야당은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은 정부 발목잡기를 막기 위해 법사위 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체계자구심사권의 취지는 위헌 법률, 법률간 충돌 예방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국회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다. 첫번째 지위는 일반 다른 상임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소관 국가기관의 사무를 관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사위가 특별한 이유는 그 소관 기관이 헌법재판소, 대법원, 법무부(검찰 포함), 법제처,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라는 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상대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유리한 국토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을 선호하는데, 비록 예산과는 관련이 크지 않아도 법사위가 선호되는 이유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지위는 바로 두번째인데, 법사위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모든 법률안을 법체계 관점에서 검토하는 권한인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다. 체계자구심사란 위헌, 법률간 상호충돌 및 체계위반 등을 방지하기 위해 법체계의 관점에서 법률안을 검토하는 심사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이미 논의를 끝낸 법률안이라 하더라도 해당 상임위 소관 사항만 검토한 셈이라 헌법에 위배되거나 다른 상임위 관할 법률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도 실제로 적용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헌법상 기본원리에 위배되어 위헌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를 가리는 게 헌법재판소의 역할이지만, 그 가능성을 사전에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원래 취지를 넘어 법안 통과 자체를 가로막는 체계자구심사

 

문제는 체계자구심사권이 원래 취지를 넘어 법률 통과 자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해왔다는 점이다. 즉, 위헌 여부 또는 다른 상임위원회 관할 법률과 충돌하는 내용이 없음에도 논의 안건으로 아예 올리지 않거나, 집행 이전 단계에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사유를 들어 논의를 유보시키는 사례 등이 발생했다. 심지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률도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많았다.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세월호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고,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세월호참사법 개정안’, 형제복지원 등 진상규명이 미흡한 사건들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는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국적 아동을 양육하는 외국인도 한부모가족 지원대상에 포함시키는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한다는 취지조차 무색할 정도다.

 

물론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가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는 견제역할을 해왔고, 소관 상임위원회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쟁점을 객관적, 중립적으로 조정해왔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역할은 체계자구심사의 원래 취지도 아닐 뿐더러 주장 자체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야당이 이미 동의한 법률안을 또다시 법사위에서 야당이 견제한다는 건 논리적 모순이고,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소관 상임위가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는 논리라면 법사위도 일반 상임위원회로서 해당 이슈에는 객관적,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이고, 결국 법사위를 견제하는 또 다른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순환논리에 빠진다. 실제로 검찰이 당사자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개정안), 공수처설치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은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던 대표적인 안건들이다.

 

검찰 뿐만이 아니다. 대법원과 고등법원 사이에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내용인 상고법원설치안(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정치권과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판가름했던 법사위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동물국회니 식물국회니 할 때마다 그 중심에는 항상 법사위가 있었다. 즉, 그간 국회는 법사위심사절차를 건너뛰기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방망이가 불을 뿜는 동물국회가 됐다가, 직권상정은 다수당의 횡포이자 다수결원리 침해라는 반발에 따라 ‘작권상정’ 요건이 강화되어 법사위를 뛰어넘지 못하는 식물국회가 되기를 반복해왔다.

 

20대 국회는 사회적참사법, 유치원법, 선거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 등을 소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했다. ‘패스트트랙’은 3/5인 가중가결요건을 충족한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법사위심사를 거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사위 심사를 완전히 건너뛸 수는 없으니 심사기간을 제한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또다시 ‘빠루’가 등장하고 회의방해, 불법점거(퇴거불응), 감금 등 동물국회 모습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즉, 법사위에 걸리면 식물국회가 되고, 법사위를 건너뛰면 동물국회로 가는 공식이 재현된 셈이다.

 

체계자구심사권의 독립 필요성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 체계자구심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심사권을 굳이 법사위가 가질 일은 아니다. 사법부 및 국가기관을 관할하는 상임위원회인 사법위원회를 만들고, 체계자구심사를 전담하는 전문조직을 따로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그 전문조직은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 헌법과 법률 전문가, 국회 사무처 소속 실무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면 대표성, 정당성, 중립성 및 효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오로지 국회의원으로만 구성된 상임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까지 하다보니 발생했던 문제점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과거 16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여당과 야당에서 고루 발의되었던 내용이므로 공감과 합의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먼저, 국회의원 특히 법사위만 갖는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관점에서 시작하면 된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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