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아진다. 에어컨을 켜놓고 외출을 한다거나 약속을 잡아놓고도 완전히 잊어버려 뒤늦게 출발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혹시 치매 아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년 인구라면 듣는 것만으로 두려워지는 치매와 건망증이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가진 만큼 건망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방심하지 말고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 장애가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건망증의 원인은 치매의 원인과 유사하다. 연결고리를 미리 끊어주지 않는다면 언제 악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안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건망증과 치매는 스트레스, 음주, 노화, 혈액순환장애 등의 영향을 받아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중추신경계에서 각종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혈압이 올라가면서 일시적으로 뇌의 혈류를 막아 산소, 포도당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뇌 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 또한 지나친 음주를 즐길 경우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를 손상시켜 블랙아웃 현상을 유발하고 이것이 지속되면 알코올성치매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혈액이 온몸을 막힘없이 순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혈관에 이상이 있는 경우 영양소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뇌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으로 인해 뇌 세포간의 신호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억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두 가지는 언뜻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깊이에 대하여 명확한 차이를 가진다. 치매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엄연한 질병이며 건망증은 생리적인 뇌의 현상이다. 핸드폰으로 비유하자면 흠집이 난 것과 액정이 완전히 부서진 것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건망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힌트를 주면 금방 떠올리거나 경험 중에서도 비교적 덜 중요한 일을 잊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치매의 경우 아무리 힌트를 줘도 해당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중요한 일임에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건망증이 치매로 발전하기 전에 거치는 단계가 있다. 바로 경도인지장애로 옥상 난간에 걸쳐 앉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언제 치매로 발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관리해야 한다. 방치할 경우 1년 내로 10~15%, 6년 내에 80%가 치매로 발전한다.
노화로 인해 신체의 전반적인 능력이 약화되는 것처럼 뇌 역시 퇴행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때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체계적인 두뇌훈련으로 뇌를 트레이닝 시켜주면 개선될 수 있다.
치매뿐만 아니라 뇌졸중, 파킨슨병, 공황장애 등 인간에게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 다양한 만큼 예방을 위해서라도 1년에 1회 정도는 주기적으로 뇌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글 : 소올한의원 박주홍 원장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