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한 조각 / 경규민 먼 길로 돌아서 천 사백여 계단을 가쁜 숨 몰아쉬며 부리나케 올랐다 사뿐히 내려앉은 파란 하늘 한 조각 티 없이 맑아 빛까지 발(發)하는 데다 빙그레 미소 짓는 너그러운 모습에 그만 단번에 달려가 뜨겁게 포옹했다 가슴이 쿵쿵 뛰어댄다 이 기분 이 기쁨을 무슨 수로 다 형용할 수 있으랴 오 가는 이들 손 끌어 꼭 잡고는 심경(心境)을 토로하며 마구 타박이라도 할 법한데 당최 그런 기색(氣色)이라곤 티끌만치도 보이질 않으니 긴 긴 세월을 인내와 너그러움 그리고 정갈함으로 히무던하게도 살아왔나 보구나 너는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으리라 구색을 갖춰 오든 불쑥 다가오든 간에 그날이 오면 가슴을 활짝 열고 여과 없이 함성을 토해내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자는 약속을 담보(擔保)로 남기고도 모자라 네 모습을 고스란히 품었는데도 못내 아쉬움에 슬며시 옷자락을 잡는 너를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만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한 발짝 한 발짝 옮기면서 우리 만남을 곱씹어 봐야만 했다 나는. [시인] 경규민 경기도 고양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경기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제1시
봄과 함께 춤을 / 경규민 기세가 하늘을 찌르더니 세월 앞엔 묘수가 없나 보다. 원성(怨聲)이 무성한데도 양수까지 마련하고는 기어이 봄을 잉태하고야 마는 네 심성과 뚝심엔 오히려 두말없이 손뼉 칠 일이다 검은 토끼가 지혜와 풍요를 잔뜩 안고 찾아온 것도 희망의 서막이요 지루하고 답답하던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징검다리 되어 준 2월도 아무 탈 없었으니 이들 또한 길조(吉兆) 아니겠나. 오랜 진통 끝에 옥동자를 생산하듯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분명, 모두가 흠모(欽慕)해야 할 장한 모습으로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으리라 몸도 마음도, 주위까지도 정결히 하고 그리던 임처럼 기꺼이 맞이하련다. 멀고도 험한 길 마다치 않고 찾아와선 숨 고르며 마침내, 곱게 수채화 그려 내면 새소리 물소리 벌 나비들 어우러져 대대적으로 향연을 펼칠 테지 함께 신나게 춤을 추어야겠다 이 봄엔, 덩실덩실 춤을 [시인] 경규민 경기도 고양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경기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제1시집 <작은소리>, 제2시집 <아름다운 유혹>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생명을 태동하는 봄, 그 봄과 함께 지쳐있던 우
봄의 여울목 / 경규민 봄을 품은 대지 위에 비가 축축이 내렸다 마을 어귀 낮은 골짜기 따뜻한 햇볕이 모여 있는 곳에 버들가지가 실눈을 떴다. 대지 위에선 노란 새싹들의 옹알이가 새어 나오고 나목(裸木) 가지들도 귀 쫑긋이 세우고는 멀리서 다가오는 봄의 소리를 엿듣고 있다 얼음장 밑 졸졸 흐르는 물에선 버들치 송사리가 애써 몸을 숨기며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아이들의 봄맞이 소리도 한 테 어울려 엄동설한을 이겨낸 기쁨으로 와글와글하다 봄이 점점 넓게 흩어져 내린다. [시인] 경규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한국문학 올해의 작가상 (2016.12) 이달의 시인 선정 (2016.3)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2014) 유화에 시의 영혼을 담다 공모전 당선 한 줄 시 짓기 공모전 장려상 (2016) 한국문학 올해의 우수 작품상 (2018) <저서> 제1시집 "작은 소리" 제2시집 " 아름다운 유혹" [시감상] 박영애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고, 여기저기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비껴갈 수 없지만, 힘든 시기에 새록새록 연둣빛이 올라와 그나마 희망을 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