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산부인과 진료 후 종종 듣게 되는 낯선 이름, 자궁경부이형성증. 진단서에 이 단어가 적혀 있는 순간, 많은 환자들은 ‘암’과 연관된 병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 진단이 곧바로 보험금 지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자궁 목(경부)의 상피층에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비정형세포가 국한되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지속 감염이며, HPV 감염은 이 질환의 발생 위험을 무려 250배 이상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대개 세포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최초 발견되는 자궁경부이형성증에 대해서는 병변을 포함한 자궁경부 일부를 절제하는 원추절제술이 시행되며, 절제된 조직은 반드시 병리조직검사를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궁경부이형성증으로 확인되면, 진단서에는 N87 코드가 기재된다. 그러나 이 코드는 보험약관상 ‘암’과는 무관하며, 단순 종양으로 취급되어 대부분의 경우 보험금 지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편,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CIN1~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의 경우 경증에 해당하며 자연 소실 가능성이 높다. 다음의 2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환자가 진료실에서 듣는 한마디, “대장 점막내암”. 낯설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순간, 누구나 본능적으로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 진단이 곧바로 일반적인 암진단비 지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의사의 진단 목적은 환자의 치료에 있으며, 보험금 지급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단명과 코드는 환자에게는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지만, 의사에게는 행정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이 괴리 속에서 분쟁이 잦아지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대장 점막내암(Intramucosal adenocarcinoma)이다. 대장 점막내암은 대장의 점막층에 국한된 악성세포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악성종양은 점막을 넘어 근육층으로 침윤하며 전이 가능성을 가지지만, 점막내암은 점막층 이상으로는 침윤하지 않으므로 전이 가능성이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조직학적으로는 ‘adenocarcinoma(선암)’라는 표현이 사용되지만, 임상적으로는 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악성종양과는 달리 취급된다. 한편,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따르면 대장 점막내암은 제자리암(D01 코드)으로 분류된다. 보험사들은 이 분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의사의 진료 목적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을 뿐, 보험금 지급을 염두에 두고 진단서를 작성하는 게 아니다.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수령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는 진단명과 질병분류번호가, 의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행정적 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신경절종(Paraganglioma)은 상당히 까다로운 분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종양이다. 부신경절종은 희귀 종양으로, 부신 자체에서 발생하지 않고 신경절·신경능선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부신에서 생기면 ‘크롬친화세포종’이라 부르지만, 부신 외 다른 부위에서 생기면 부신경절종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종양은 교감신경계(복부·흉부)뿐 아니라 부교감신경계(두경부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는 두통, 고혈압, 심계항진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수술적 절제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분류 체계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종양은 양성–경계성–제자리암–악성(암) 단계로 분류되는데 반해, 부신경절종은 양성(D코드)과 악성(C코드) 두 가지로만 갈린다. 때문에 침윤이나 전이가 명확하지 않으면 의사는 진단서에 D코드를 기재할 수밖에 없다. 보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의사의 진료 목적은 환자에게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목적성으로 인해 진단서에 적히는 질병분류번호는 의사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한 환자의 입장에서 질병분류번호는 보험금을 수령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말트림프종(MALT Lymphoma, 점막연관 림프조직 림프종)이다. 말트림프종은 위 점막에서 자주 발견되며, 만성 위염이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이 질환이 병리학적으로 저등급 악성 림프종임에도 불구하고, 조직검사만으로는 확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세포학적 변화가 미세하고, 위염성 변화와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의 조직검사에서 애매한 소견이 나오면 병리의사는 ‘의심(suspicious)’ 또는 ‘consistent with MAL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환자는 의사에게서 “말트림프종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듣고 치료를 받는데도,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는 “조직검사로 확정된 악성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의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과거에는 이름조차 몰랐던 희귀 종양들을 이제는 정밀하게 구분하고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밀한 분류가 오히려 보험금 지급 문제에서는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성인형 과립막세포종’이다. 성인형 과립막세포종은 난소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자궁 출혈, 무월경, 생리 이상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진단 시점에서는 이미 병리학적으로 ‘악성’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는 분명히 악성 신생물로 간주되지만,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는 애매하게 처리되는 일이 잦다. 왜냐하면 보험사가 암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병리학적 정의 그 자체가 아니라, ‘질병분류번호’와 ‘약관의 문구’이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 분쟁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점이 등장한다. 첫째 병리 결과에 ‘악성’이라는 표현이 있더라도, 보험사가 요구하는 분류번호 C56(난소의 악성 신생물)이 아니라면 일반암으로 보지 않는다. 둘째 D39코드가 기재되면, 소액암이나 유사암으로 취급하려 한다. 환자 입장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피부암이란 인체의 가장 바깥층인 피부에서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병리학적 분류에 따라 편평상피세포암, 기저세포암, 악성흑색종, 카포시육종 등으로 나뉘며, 다른 부위에 발생하는 암과 비교해 그 성격은 매우 온순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암이란 질병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침윤’과 ‘전이’이다. 최초 발생한 부위(원발 부위)에서 주변 조직으로 침윤을 하고, 종국에는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암의 무서운 특징인 반면, 피부암은 이러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 두꺼운 피부를 뚫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피부암은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기 전에 발견되고 또 치료된다. 광범위 절제술 등을 통해 제거된 피부암에 대해서는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렇게 양호한 예후를 갖는 피부암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에 비로소 실감한다. 상대적으로 중(重)한 진단에 대해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원리에 따라 피부암은 가입된 암진단비의 약 20% 상당액에 불과한 소액암 또는 유사암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보험상품과 약관은 의학의 발전과 법리 해석의 변경 등으로 인해 꾸준히 새롭게 개정된다. 불완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인간의 뇌는 인체에서 수행되는 모든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가 없으며, 심한 경우 남은 생을 침상에서 보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뇌에는 그에 비례하여 다양한 병변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질환들을 통상 ‘뇌혈관질환’이라 칭한다. 흔히 듣게 되는 뇌졸중, 뇌경색과 뇌출혈 또한 뇌혈관질환의 일종이며, 쉽게 접하기 힘든 진단명으로는 허혈성 뇌질환, 뇌동맥 폐쇄 등이 있다. 한편, 뇌에 발생하는 질환들을 확정하기 위한 검사로는 영상 검사가 대표적이다.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뇌혈관조영술(TFCA) 등이 있으며, 보조적 검사로 초음파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뇌혈관질환으로 진단되는 많은 환자들이, 정작 가입되어 있는 보험회사로부터 뇌혈관질환과 관련한 진단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영상 검사를 판독하는 주체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되는데서 발생한다. 모든 진단에는 그 진단을 부여하기 위한 검사가 필수이다.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필히 조직 검사를 시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체내의 면역 및 염증 반응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 숙주의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이를 약물로 만들어낸 것이 스테로이드제이며, 주로 소염제의 역할로 사용된다. 초기에 신속하게 증상을 개선시킨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 장기간 투여 시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오늘 다루는 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또한 스테로이드의 장기간 투여 또는 지나친 음주에 의해 높은 발병률을 보이게 된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라 함은 골반뼈와 맞닿고 있는 넓적다리뼈의 윗쪽 끝부분(골두)에 다양한 원인으로 혈류가 차단되면서, 결국 골두가 괴사되는 질환을 말하는데, 문제는 괴사된 골두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로 진단이 되면, 관절 기능을 재생시키기 위해 인공관절 삽입술을 시행하게 된다. 인공관절 치환술 또는 인공관절 삽입술을 통해 새로운 인공 대퇴관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삽입된 인공관절에 대해 보험약관 장해분류표에서는 ‘한 다리의 3대 관절 중 관절 하나의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라고 정의하며, 가입된 후유장해진단비 한도에 해당 지급률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갈색세포종(Pheochromocytoma)은 주로 부신수질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신경내분비세포를 기원으로 하며, 알파∙베타 아드레날린 분비로 인하여 고혈압성 두통, 발한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크롬친화세포종’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갈색세포종’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한편, 일반적으로 기타 장기에서 발생하는 종양들은 병리학적으로 악성, 경계성, 제자리암, 양성으로 네 가지 분류가 가능한 데 반해 갈색세포종은 조직병리학적으로 악성과 양성 두 가지로만 분류된다. 종양이 하나의 장기에 국한된 경우는 양성으로 판단하며, 임상적으로 부신에서 발생한 갈색세포종이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는 경우에는 악성(암)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제8차 개정판에서 갈색세포종을 악성과 양성 두 가지 분류가 아닌 악성(암) 한 가지로만 규정하는 데서 발생한다. KCD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하는 국제질병분류(ICD)를 따르고 있는데,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적용된 제8차 KCD에서 양성 갈색세포종 항목이 삭제된 것이다. 이렇듯 의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동맥인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가슴이 조이듯한 통증이 오는 증상을 협심증이라 한다. 협심증(狹心症)이란 이름은 가슴이 조이듯이 아픈 증상을 한자로 따온 것이며, 의학용어로는 통증(Angina)과 가슴(Pectoris)을 합친 말로 Angina pectoris라고 기재된다. 뜻하지 않은 협심증의 발병으로 검사 또는 치료를 받게 되면, 보험회사에서는 가입되어 있는 심혈관질환진단비 또는 심질환진단비를 지급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많은 경우들에서 보험금 지급에 제동이 걸린다. 보험약관에서 정해 놓은 심혈관질환의 진단 방법으로는 ‘병력과 함께 심전도, 심장 초음파, 관상동맥 촬영술, 혈액 중 심장효소 검사 등’이 있으며, 해당 검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심혈관질환의 확정 진단 여부를 가름하게 되는데, 문제는 협심증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과, 각 협심증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진단 방법이 상이하다는 데서 발생한다. 협심증은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 불안정 협심증(Unstable angina), 그리고 변이형 협심증(Variant angina)으로 구분된다. 이 중 안정형 협심증과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보험은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하여 미리 일정한 돈을 내게 하고, 약정된 조건이 성립될 경우 그에 맞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핵심은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일’은 ‘예견되지 않은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 약관에서는 “고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 또는 정신질환 상태에서 발생한 자살 사고는 어떠할까? 현대화, 고도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정신질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질병이 되었다. 심한 경우 우울증 등의 여러 정신과적 진단을 받게 되고 오랜 시간 치료를 받게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정신질환을 겪는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보험회사에서는 ‘면책사유’에 해당됨을 이유로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 보험 약관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면책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견되지 않은 일’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보험금이 지급되는 생리에 따라서 피보험자 스스로가 예견할 수 있었던 사망(고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