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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우울증 고의사고 발생 시 사망보험금 지급 가능성에 대한 판결례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보험은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하여 미리 일정한 돈을 내게 하고, 약정된 조건이 성립될 경우 그에 맞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핵심은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일’은 ‘예견되지 않은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 약관에서는 “고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 또는 정신질환 상태에서 발생한 자살 사고는 어떠할까?

 

현대화, 고도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정신질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질병이 되었다. 심한 경우 우울증 등의 여러 정신과적 진단을 받게 되고 오랜 시간 치료를 받게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정신질환을 겪는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보험회사에서는 ‘면책사유’에 해당됨을 이유로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

 

보험 약관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면책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견되지 않은 일’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보험금이 지급되는 생리에 따라서 피보험자 스스로가 예견할 수 있었던 사망(고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생명보험 일반사망보험금의 경우 가입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발생하였다면 고의 사망 또한 보상을 하고 있지만, 그 어떤 보험에서도 스스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대해 재해사망 또는 상해사망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쟁점이 생긴다. 큰 틀에서는 분명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동일하지만, 원칙이 있다면 예외도 있는 법이다. 보험 약관에서는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거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러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라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말인즉, 보험 대상자(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를 당시에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거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이 인정된다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인정받고 재해사망 또는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받는 유족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까닭은 바로 입증책임에 있다. 고인이 위와 같은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음을 입증할 책임은 유족에게 있는데, 그 입증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판결례에서는 유서가 발견된 경우 또는 목을 매고 사망한 경우 등에 대하여, 고인이 유서를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명료한 상태였다든가 혹은 심신상실 상태에서는 목을 매기 위해 매듭을 짓는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유로 고인들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판결례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모든 입증의 책임은 유족들이 감내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 되는 것이다. (보험사는 입증이 아닌 반증을 한다.)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치료를 받던 중 사망에 이르렀다면, 그리고 이를 재해사망 또는 상해사망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험 보상 전문가와의 동행을 통해 환자의 정신 상태가 스스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고인이 남겨놓은 소중한 유산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프로필] 최윤근 손해사정사

•現) ㈜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前) ㈜에이플러스손해사정 

•前) ㈜DB손해보험 사고보상팀

•前) ㈜동부CSI 사고보상팀

•(사)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사)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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