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꽃 / 김용호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고요히 창을 열면 마음이 젖는다 그 따스함이 오늘을 깨우는 시작이 행복은 그렇게 피어난다 말없이 곁에 있는 사람이 있다 눈빛 하나로 온기를 전하는 이가 그 존재만으로 숨이 고요해 사랑은 그런 모습으로 머문다 흔들리는 날들 속에도 가만히 피어나는 작은 웃음이 그 미소 하나가 하루를 견디게 하며 기쁨은 그렇게 자란다 마음의 구석진 곳 오래된 슬픔 곁에도 꽃은 피고 울음 뒤에 찾아오는 고요한 빛이 희망은 그런 곳에 머문다. [시인] 김용호 경북 안동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지회장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이 시를 읽으며 내 하루의 작은 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아침에 창을 열고 느끼는 공기, 말없이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가 떠오른다. 바쁜 일상에서도 스쳐 지나간 미소 하나가 나를 버티게 했음을 깨닫는다. 힘들었던 날들 옆에도 조용한 위로가 함께 있었음을 알게 된다. 행복과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 피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
새해 첫날에 _김정수 새벽에 출근하던 아내가 사진 한 장 찍어 문자를 보내왔다 예쁘지? 저렇게 달 가까이 빛나는 별 첨 봐 환한 그믐달과 샛별이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더라? 처음 같이 목욕하던 때처럼 쑥스럽게 부끄럽게 마중하다가 개밥바라기와 비너스를 생각하다가 오늘도 갈 곳 없는 날 자책하다가 고마워! 추운데 잘 다녀오라는 답장도 못 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베란다에서 달달 벌벌 떨고 있다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날카롭게 차오르는 말과 상처 잘 여미는 일 젊은 날의 약속 희미해지는 순간까지 그냥 사는 일 남들보다 일찍 늙은 직장 진작 스러져 아득하고 아뜩해도 새해 아침 하늘욕조에선 신혼 첫날밤의 어둠이 빛나고 있다 ―김정수 시집, 『홀연, 선잠』 (천년의시작, 2020) [詩 감상_양현근 시인] 이 시는 새해의 첫 아침을, 거창한 다짐 대신 사진 한 장으로 엽니다. 새벽 출근길 아내가 보내온 달과 별, 그 작은 빛이 집 안의 잠까지 조용히 흔들어 깨웁니다. 환한 그믐달과 샛별이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는 문장은,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하루를 살며시 닦아 주는 일임을 맑게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성대한 문학 잔치가 열린 날, 따뜻한 온기 속에서 문학의 꽃이 활짝 피어났다. 2025 연말 한국문학 문학대상 및 제86회 대한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상식, 그리고 2026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출간 기념식이 함께 열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일, 대한문인협회가 주최하고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가 함께한 가운데 대전시립미술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회자 박영애 부이사장의 개회사로 힘차게 막을 올린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시인과 작가, 그리고 축하를 위해 참석한 하객들이 함께하며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 문학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락호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같은 문인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이라며 “앞으로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을 합쳐 좋은 작품을 써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로운 문인을 발굴하는 데 있어서도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2025 명인명시 특선 시인선에 선정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47명에게 기념패가 증정됐으며, 특선시인선 대표 시노래 50곡이 담긴 USB 음원도 함께 전달됐다. 개인 저서
고무신을 신은 지게 / 김보승 萬古의 그 바람 불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푸른 물결 소리는 깎이고 닳아버린 몽돌의 눈물인 양 설움 같은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입니다 그 숨소리 보릿고개 넘나들던 허름한 지게엔 낡은 무명천 같은 가난이 실려있고 잔챙이 같은 배고픔이 담겨있습니다 얼기설기 꿰매진 고무신 속에는 허기진 고달픔이 걷고 있고 지친 육신의 무게가 걷고 있습니다 암울했던 아버지의 역사 위로 지팡이에 의지한 허름한 지게 하나 버젓이 버티고 있었으니 그때 그 시절 낡은 지게 속에서 빛바랜 고무신 속에서 서글픈 추억 같은 아버지의 애환은 고무신을 신은 지게에 실려 온 하얀 그리움입니다. [시인] 김보승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부산지회)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김보승의 「고무신을 신은 지게」 작품을 보면 한 개인의 아버지를 넘어, 가난했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한 세대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시다. 시 속의 지게와 고무신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아버지의 노동과 고통, 그리고 침묵 속에 쌓인 세월을 상징한다. 바람과 물결 소리를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에 빗댄 표현에서는 삶의 무게가 자연처럼 반복되고 쌓여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국밥 한 그릇에는 참 오랜 시간이 들어 있다. 소를 잡던 이른 새벽의 서늘한 공기, 칼과 도마가 오가는 부지런함, 커다란 솥에서 하루 종일 끓어오르며 뼈와 살을 풀어내던 국물의 숨, 그리고 그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텨야 했던 사람들의 삶까지. 국밥은 언제나 땀과 기다림이 빚어낸 음식이었다. 소머리국밥은 그 많은 국밥들 가운데서도 한층 더 깊고 묵직한 맛을 품고 있다. 예부터 집에서 소를 잡는 일은 집안의 큰일이었고, 소머리는 손질도 번거롭지만 가장 알찬 부위였다. 뼈와 살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부위마다 식감과 풍미가 다른 만큼, 한 번 삶아내는 데만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머릿고기는 귀한 손님이 오거나 집안 대소사를 치를 때 상 위에 올리던 특별한 음식이었고, 그것이 국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조선 후기, 장시(場市)와 시장 문화가 활발해지면서부터다. 장터 한 켠, 쉬어갈 틈 없이 분주한 국밥집에서 사발에 후룩 떠주는 소머리국밥은 장정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힘이었고, 전쟁 이후 가난하던 시절에는 값싸고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며, 오늘날에도 누구에게나 구수한 위로가 되어준다. 그래서일까. 소머리국밥 한 그릇을 마주하면, 단순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동시대 미술을 탐구하는 작가들의 서로 다른 회화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초대전시 ‘결과 겹’이 오는 16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회화적 결을 지닌 작품들이 하나의 공간에 겹쳐질 때 형성되는 관계성과 공존의 미학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 ‘결과 겹’은 서로 다른 회화의 결이 한 공간에 중첩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는 개별 작가의 작업 의도나 상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서로 다른 물질적 ‘결’의 표현이 상대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리듬을 조율하고 비트는 독특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겹’은 단순한 층위의 상태를 넘어, 작업을 구성하는 물질과 매체의 규칙, 그 사이의 틈과 시간, 그리고 전시장이라는 조건이 만나 형성되는 잠정적인 공존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는 권영빈, 김영은, 김지원, 김현정, 김혜진, 박은화, 송현정, 유아영, 이은영, 임우, 정소희, 정재은, 황민희 등 총 13명의 작가가 참여해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인간과 비인간, 감각과 물질, 표면과 환경이 함께 배열되는 동시대적 시각성의 양상을 보여준다. 전시가 제안하
병실에서 본 세상 / 최윤서 야윈 몸이 떨리는 짧은 비명이 가득한 병실 젊디젊은 시절 어디 가고 주삿바늘에 의지하고 계시는지 긴 세월에 남은 것은 굽어진 허리와 흔들리는 정신 가정을 위해 헌신했던 어르신들의 나약한 모습에 울컥 가슴이 젖어온다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 나듯 사람의 병도 고쳐 가며 사는 거라네 가족의 따뜻한 품에서 효도 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쇠약한 어르신 먼 훗날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시인] 최윤서 경남 김해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때는 그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한다. 젊었을 때는 그 젊음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누구나 나이를 먹으며 살아가다 보면 몸이 아프고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약해지고,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이 언젠가는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면,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을 더 아끼고 공경하며 정성껏 모셔야 함을 또 한 번 가슴으로 느끼고 깨닫는다.
(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 3)가 개봉 첫 주간 전 세계에서 5천억원이 넘는 티켓 매출을 올렸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아바타 3'은 이날까지 북미에서 8천800만달러(약 1천303억원), 북미 외 지역에서 2억5천700만달러를 벌어들여 총 티켓 수입 3억4천500만달러(약 5천109억원)를 기록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 영화는 지난 17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뒤 19일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상영을 시작했다. 다만 북미 지역 흥행 성적은 2022년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이 같은 기간 1억3천400만달러(약 1천985억원)를 벌어들인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 업계 예상치였던 1억∼1억2천500만달러 수준에도 못 미쳤다. 3시간 17분의 다소 부담스러운 상영시간에 더해, 첫 작품 이후 10년 만에 나온 2편에 비해 3편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번 영화가 시리즈 전작들에 비해 기술적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한 해의 끝에서 듣는 음악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입니다. 지나온 발자취들을 돌아보면서 일 년의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다짐으로 새해를 기다리는 시간들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 달이 아쉽기만 합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 F장조. Op.90 3악장은 바로 이러한 때, 한 해의 끝자락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브람스의 인생이 담긴 교향곡 이 교향곡은 1883년, 브람스가 50세가 되던 해에 쓰여졌습니다. 그는 이미 앞서 작곡한 교향곡의 성공으로 인해 베토벤의 정신을 이어받아 ‘고전적 균형과 낭만적 깊이를 완벽히 결합한 작곡가’로서 그 시대에 유럽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점에 있던 그 시절에 작곡한 이 3번 교향곡에서 거장다움을 과시하여 웅장하거나 비극적 긴장이 감도는 화려함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그 에너지를 안으로 끌어들여 인간 내면의 평화와 성찰을 그리기로 선택했습니다. 그 시절 브람스는 오랜 벗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클라라 슈만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겪고 있었습니다. 클라라는 스승인 슈만의 부인으로서 브람스가 평생 사랑했으나 결코 완전히 다가갈 수 없었던 존재였습니다.
가을이 오면 / 권미정 가을이 오면 고이 접어둔 그리움 하나 펼쳐 보이는 단짝 친구가 있다 빛이 갈라지는 이야기 샘물처럼 맑아지듯 바라보게 하는 마음들 낡은 낙엽 밑의 옛이야기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밑거름 위에 찾아드는 빛 길목 서성인다 나는 빛이라는 말 빗대며 새로운 세상 이야기들을 단풍잎에 새기러 떠나는 발걸음 흔들리는 낙엽 소리 바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을 이야기 [시인] 권미정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부산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가을은 많은 것을 사색하게 한다. 단풍잎이 물들고 잎이 떨어지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잊고 있던 지난 시간의 기억, 추억, 그 모든 것이 그리움이 되어 오랜 앨범을 펼치듯 스쳐 간다. 떨어지는 단풍잎에 시적 화자는 과거, 현재, 미래로 시간의 흐름을 이어가고, 흔들리는 낙엽 소리, 단풍잎, 가을바람 소리에 시적 화자의 마음을 실어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가을을 보내고 있는 것이 희망적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인천 지역 문화예술 교류 활성화와 시민 정서 치유를 목표로 한 인천홍예문프로젝트가 오는 7일(일) 인천 EOS 갤러리에서 두 번째 문화예술 프로그램 “예술이 건네는 위로, 마음의 풍경을 함께 걷다”를 개최한다. 행사는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며,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내면을 탐색하고 감정적 위로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지난해 우현문갤러리 협찬으로 첫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갤러리 EOS의 협찬과 MECCA SALT, 해오름인테리어 후원으로 프로그램 구성이 한층 강화됐다. 행사는 싱어송라이터 그룹 ‘피플엠(People M)’의 감성적인 통기타 공연으로 시작된다. 이어 피에로극단 박기철 배우의 1인 벌룬 퍼포먼스가 유쾌한 표현과 공감 가능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화예술 강연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손민수 갤러리 EOS 대표가 ‘예술로 마음을 읽다’를 주제로 강연하며, 오진이 인천홍예문프로젝트 대표는 ‘예술, 그 철학적 의미’를 통해 예술의 내면적 가치와 의미를 풀어낸다. 또한 양승수 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30년 넘게 가족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 온 안귀옥 변호사가 법정과 삶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인간의 감정을 엮은 법정 시집 3부작을 이지출판을 통해 출간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시집은 인천 최초 여성 변호사로서 수많은 이혼, 양육권, 상속 사건을 접하며 "판결 너머의 삶"을 지켜본 법률가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30년 조용한 관찰, '마음의 기록'으로 태어나다 안귀옥 변호사는 사건이 법정에서 종결된 후에도 사람의 마음은 오래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시집을 쓰기 시작했다. 법률가의 냉철한 기록 대신, 인간의 마음을 오래 지켜본 따뜻한 증언으로서의 역할을 이 시집에 부여했다. 시집 3부작, 상처부터 회복까지의 여정 이번 3부작은 상처의 순간부터 자기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단계별로 담아냈다. 첫 번째 시집은 '내 안에 머물고 있는 순간들'은 법정에서 시작되지만, 일상과 내면에 깊이 닿아 있는 감정들을 포착한다. 말하지 못한 침묵 속의 눈물과 마음의 잔향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다. 커피 시인 윤보영은 이 책을 "부부와 가족의 갈등을 시로 치유하는 귀한 선물"이라고 평했다. 두 번째 시집, '조용히
문틈으로 / 백승운 세월이 들락거린 발자국마다 쌓인 바람의 몸부림에 휘어지고 벌어진 문틈으로 어머니의 손끝에 꽃들이 초롱초롱 일어나 향기로운 아침이 걸렸고 이슬보다 순결하고 빛나는 아버지의 땀 냄새에 흙이 가득 묻어서 떨어진다 말라서 비틀어지고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에 이마의 주름처럼 골이 졌지만 세상의 모든 사물이 액자 속에 담겨 한 컷 한 컷 전해지는 작은 문틈으로 차곡차곡 마음에 쌓이고 삶이 머물러 있어 크고도 넓게 가슴에 담겨온다. [시인] 백승운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행정국장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시집 “가슴을 열고 심장을 훔치다”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자녀에게 힘들고 어려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다. 한없이 크고 건강할 것만 같던 모습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깊게 팬 주름 속에 삶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디면서 울타리가 되어 준 모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 부모의 자리를 또다시 이어갈 모든 자녀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익숙한 습관처럼 광주송정역에 내리면 들르는 곳이 있다.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십여 년 전의 일이다. 하던 사업이 원활하지 않아 아르바이트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던 시절, 이삿짐센터를 하는 후배에게 더부살이를 한 적이 있었다. 마침 서울에서 광주까지 이삿짐을 옮기는 일이 생겼고, 일을 무사히 마친 뒤 광주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해 얼굴도 볼 겸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친구가 만나자고 한 장소는 송정역 앞 곰탕집. 허둥지둥 곰탕 한 그릇을 먹고는 곧장 헤어졌지만, 그 곰탕 맛은 여태 먹었던 어떤 곰탕보다도 내게 강렬한 뒷맛을 남겼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데도 그에 못지않은 감칠맛이 났고, 무엇보다 깊고 구수한 국물 맛에 거기에 제대로 된 남도식 김치까지 어우러지니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워냈다. 그리고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광주에 지사를 설립하고 ‘광주 사람’이 되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갈 때마다 거의 거르지 않고 그 곰탕집을 찾는다. 이젠 얼굴이 익숙해져서일까. 세 분의 할머니는 십여 년 전보다 주름은 늘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히 씩씩하고,
가을바람 / 이종숙 해묵은 기억들을 들고 그 시절 그때의 초록빛을 쓰다듬으며 붉은 물이 든다 도란도란 속삭이며 피어오르는 벼 줄기 어머니의 손을 조물거리고 있다 산 능선을 타고 붉게 타오르는 기억의 시간 섬진강 줄기에 날릴 때 쏴 하고 흔들리는 소리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강줄기 따라 흘러간다 별빛 같은 은비늘 강줄기에 수선거리고 추억의 한 장면 노을빛에 흔들린다 내 삶에 스쳐 간 인연처럼 흔들린다 내 삶 안주한 그리움이 흔들린다. [시인] 이종숙 경남 창원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경남지회) 저서 : 1시집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2시집 <맞무는 시간들>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지는 노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삶의 발자취가 섬진강 따라 흘러간다. 그 섬진강에는 시적 화자의 유년 시절과 더불어 젊었던 어머니의 모습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해 질 녘 바라보는 섬진강 위에 비추는 노을 속에 수많은 세월의 흔적이 흐르고 행복했던 추억도 반짝거리며 흐른다. 또 그만큼 인생의 나이도 가을만큼 깊이 물들어가고 있다. 말없이 흔들거리는 노을빛에 화려하고 분주했던 젊음을 뒤로하고 이제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