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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아리랑 곡조에 스며든 곤드레밥 한 그릇 - 정선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한 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님의 맛만 같으면 고것만 뜯어먹어도 봄 살아나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정선아리랑의 여러 가사 중 한 소절이다. 강원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악 지대이며, 그중에서도 정선은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지역이다. 최근 도로 사정이 나아지면서 접근성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일부러 찾아가기는 쉽지 않은 산간 마을이었다. 이런 지리적 특성 덕에 정선에서는 밭농사가 주를 이뤘고, 논이 귀했던 만큼 감자, 옥수수, 메밀 같은 곡물이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다행히 정선의 산에는 곤드레를 비롯한 취나물과 같은 산나물이 풍부했다. 이는 춘궁기를 견디는 데 중요한 구황식물로 활용되었으며, 정선 사람들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가 되었다. 필자 역시 강원도와 지리적 특성이 비슷한 무주에서 태어나 춘궁기를 경험한 세대다. 어린 시절, 보리밥에 고구마를 넣어 지어먹고, 고구마가 떨어지면 무를 썰어 무밥을 만들어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 혹은 곤달비라고도 불리는 엉겅퀴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성질이 평이하고 부드러워 탈이 나지 않아 어린잎은 데쳐 볶음이나 국거리로 먹고, 자란 잎과 줄기는 말려 묵나물로 보관해 두고 사용한다.

 

오늘날 식당에서 제공하는 곤드레밥도 대부분 말린 묵나물을 불려 조리하는 방식이다. 곤드레는 식이섬유, 비타민, 단백질 등이 풍부해, 《동의보감》에서도 어혈을 풀고 피를 멎게 하며, 해독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전민들의 구황식물로 여겨졌던 곤드레가 이제는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정선군은 백운산과 가리왕산 같은 청정 지역에서 자생하는 자연산뿐만 아니라, 고랭지에서 재배한 곤드레나물까지 전국적으로 공급하는 대표적인 산지다.

 

불린 쌀에 곤드레나물과 들기름을 넣어 지은 밥에 양념장을 곁들여 무생채 등과 함께 비벼 먹으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정선에는 이런 곤드레밥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정선상설시장 내 ‘회동집’에서는 곤드레밥과 함께 전병, 부침 등 다양한 메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명소로는 곤드레밥 전문으로 3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싸리골식당’이 있다. 이곳은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자박장과 양념간장, 배추된장국을 곁들여 정갈한 곤드레밥을 선보인다.

 

읍내를 벗어나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가 있는 여량으로 가면 ‘옥산장’이 있다. 이곳은 전통 음식점과 여관, 찻집, 수석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전옥매 할머니가 40여 년 전 여관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강가에서 직접 주워 모은 1000여 점의 수석이 전시되어 있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이곳에서는 곤드레밥 한정식을 주문하면 이 집만의 감자붕생이도 맛볼 수 있다. 또한, 고한읍에는 막국수 못지않게 곤드레 정식으로 유명한 ‘메밀촌막국수’가 있으며, 하이원리조트 초입에 자리한 ‘함백산 돌솥밥집’도 곤드레밥을 맛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한 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이 내 맛만 같으면 올 같은 흉년에도 농사를 않치”

 

곤드레는 과거에는 보릿고개를 버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구황식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식으로 주목받으며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고 있다. 집에서도 조리해 먹을 수 있지만, 현지에서 직접 맛보는 곤드레밥은 비교할 수 없는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정선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강원도의 진정한 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곤드레밥 한 그릇을 꼭 추천한다.

 

정선의 자연과 전통을 만나다

 

정선에는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명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역사, 문화,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네 곳을 소개한다.

 

 

정암사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국내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고려 시대에 조성된 ‘수마노탑(국보 제332호)’이 자리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사찰 주변에는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산사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우라지

 

조양강과 송천이 합류하는 곳으로,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된 명소다. 예로부터 뗏목꾼들이 왕래하던 나루터였으며, ‘아우라지’라는 이름도 두 강물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잔잔한 강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많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나룻배 체험과 아리랑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정선 5일장

 

강원도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매월 2일과 7일에 열린다. 정선의 특산물인 감자, 옥수수, 곤드레나물을 비롯해 메밀전병,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같은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시장을 거닐며 정겨운 사람들과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화암동굴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석회동굴로, 일제강점기에는 금광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내부에는 금맥길, 황금폭포, 석순과 종유석이 형성된 공간이 있으며, 과거 광부들의 생활을 재현한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여름에도 서늘한 기온을 유지해 피서지로도 좋고, 동굴 속을 탐험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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