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강민수 제26대 국세청장이 2025년 7월 23일 오전 11시 국세청 본부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공직을 떠났다.
1993년 치러진 행시 37회로 입직하여, 2024년 7월 23일 국세청장에 취임했던 그는 1년전 취임했던 그날 퇴임하면서 국세청 역사상 가장 최단명 국세청장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국세청장까지 이르지 못한 채 직을 마무리한다.
국세청 행시 37회는 본래 기수 자체가 선후배 사이에 끼인, 운이 나쁜 기수였었다.
그러나 정세 변화로 행시 10회 이래 동 기수에서 두 명의 국세청장을 배출한 기수가 되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취임 당시 문민정부 이후로 역대 최장수 국세청장이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국과장 시절 주변 평가는 ‘일’솜씨가 탁월하다였으며, 취임 당시에는 ‘일’ 하겠다고 말했고, 슬로건도 ‘일’이었다.
약 2370여자의 취임사는 일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차 있었다.
의욕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적어도 자기 몸 편하자는 의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격의없이 친절함이 있었으나, 엄격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보통 퇴임사는 2000자는 넘기는데, 그의 맺음말은 1480여자로 짤막했다.
대신 어느 퇴임사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간절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말 줄임표는 먹먹하고, 한 마디로 할 수 없을 때 사용한다고 한다.
그의 후임자인 임광현 제27대 국세청장은 3년 전 국세청을 떠났었다.
이후 비례 국회의원이 됐고,
2024년 12‧3 내란 때 목숨을 걸었고,
2025년 7월 23일 국세청장으로 돌아왔다.
다음은 강민수 국세청장 퇴임사 전문.
여러분께 입은 은혜, 영광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강민수입니다.
제가 1994년에 공직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막연히, 오늘같은 날이 언제 올까 싶었는데, 드디어 그 순간이 31년 3개월만에 왔습니다^^.
저는 초임지가 1996년 제주세무서였는데, 지금 와서 뒤돌아보면, 저는 그 시절에도 또 그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만, 그래도 그동안 국세청에 근무해오면서 조직과 또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 왔고, 모자란 점이 많이 채워져 왔던 거 같습니다.
조직과 동료 여러분의 덕분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온 저에게, 특히나 지난 1년은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이였습니다.
제가 본청장 취임시에 내걸었던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 이라는 슬로건은 사실, 제가 본청 운영지원과장하던 2012년 당시에 청장님께 제안해서 그때 업무보고에서 사용했었고, 이미 그 시점에, 다음에 혹시나 저에게 지방청장이나 그 이상의 기회가 온다면 꼭 다시 쓰겠다고 마음 먹었었던 구호입니다.
그런데,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생각만 해도 늘 안쓰러운, 어려운 여건에 있는 우리 직원분들 특히 일선에 있는 우리 동료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나가면서, 그 마음을 잘 헤아리고, 보듬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외부로부터 필요한 인사와 조직과 예산을 더 따오고, 또 법령개정(예를 들어, 우리 일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이행강제금이나 징수포상금 등의 입법화)도 해야 했고, 실제로 우리 함께 많이 노력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또 어디에서든 가리지 않고, 우리의 애로사항을 열심히 읍소하고 뛰고 또 뛰면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저희 집사람이 저한테 한 번씩 말합니다 “아마 당신만큼이나 국세청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은 없을꺼다”라고…. 그런데도 역시 되돌아보면… 저는 지난 몇 년 간 공직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그때 그때의 자리에서, 같이 근무하는 우리 동료들에게 좋은 사람, 좋은 청장이 되야겠다고 계속 다짐하였습니만, 떠나는 이 순간도 ‘더 잘할 수는 없었나’라는 후회가 남습니다.
제가 본청장에 취임하면서 했던, ‘국세청 직원들의 어려운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서 뭐라도 하겠다’는 약속을 이제 더는 지키지 못하고, 그간 조직과 국세청 가족 여러분께 받은 은혜를 다 갚지 못하고 나가게 돼서, 그런 부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제 후임으로, 최고의 능력과 인품을 갖춘 분이 오시니, 또 그런 생각은 기우(杞憂)이지 않을까 합니다.
국세청 가족 여러분,
저는 제일 좋아하는 한자어가 ‘인연’할 때 그 ‘연(緣)’자와, 또 ‘초코파이’ ‘정(情)’ 자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제가 맺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여러분이 제게 나눠준 정을 잘 기억하겠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건,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항상 응원하고, 여러분께 더 좋은 시간이 앞으로 계속 계속 계속되길 늘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국세청에서 받은 은혜,
여러분들과 같이 근무할 수 있었던 영광 잊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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