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동산 시장은 예상과 달리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통상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이지만 거래는 늘지 않았고, 매물 역시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대신 자산을 매각하기보다 넘기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등기 신청 기준으로도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은 최근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 거래 절벽 속 ‘매물 잠김’…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때 급증했지만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종합하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1월 23일 5만6219건에서 3월 29일 7만8739건으로 약 40.1% 늘었지만, 3월 21일 8만8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3일에는 7만7135건으로 3.7% 줄었다.
반면 거래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2026년 3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잠정 집계 기준 5694건으로, 2025년 3월 9798건과 비교해 약 41.9% 감소했다. 절세 목적의 매물 출회가 있었음에도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매물 증가세가 꺾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거래 감소를 넘어, 시장 참여자들이 매도 자체를 유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수 심리 위축과 가격 부담이 맞물리며 “내놔도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세금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매도 대신 관망을 선택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가격 조정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서둘러 매물을 내놓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이 우선된다. 기대 가격을 낮춰 거래를 성사시키기보다는 보유를 이어가려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 시장은 거래가 활발한 상황이 아니라 ‘버티는 시장’에 가깝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매각보다 보유나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서울 증여 5개월 새 71% 증가…거래 대신 ‘이전’ 선택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증여’다. 거래가 아닌 소유권 이전을 보여주는 등기 기준 통계에서는 자산 이동이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이 확인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증여) 신청 부동산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증여 신청 부동산 수는 2025년 11월 1455건에서 12월 2119건으로 늘었고, 2026년 1월 1479건, 2월 1616건을 거쳐 3월에는 2489건까지 증가했다. 이는 2025년 11월 대비 약 71.1%, 2026년 1월 대비 약 68.3% 늘어난 수치다.
전국 기준으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전국 증여 신청 부동산 수는 2025년 11월 16601건에서 12월 21459건으로 늘었고, 2026년 1월 18301건, 2월 15184건, 3월 22387건으로 집계됐다. 2025년 11월 대비 34.8% 증가한 규모다. 서울의 증가폭이 전국보다 더 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수치는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자산 이동 자체는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그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매수자 부족과 가격 부담으로 매매가 어려워지자, 자산가들이 매각 대신 가족 간 이전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등기 통계에는 순수 증여뿐 아니라 가족 간 저가 양도 등 특수관계인 거래가 일부 포함될 수 있어, 자산 이전 흐름은 통계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에는 시장에 나왔던 매물이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회수된 뒤, 증여 절차로 전환되는 흐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매물로 출회됐던 자산이 외부 거래 대신 내부 이전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여는 시장 가격이나 거래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거래 위축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거래 시장이 경색될수록 이전 방식의 자산 이동이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강남 고가주택 중심 확산…세 부담이 증여 밀었다
서울 내에서도 증여는 강남·서초·송파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며 전체 흐름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양도세 중과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양도차익 규모가 큰 만큼 매도 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기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매매보다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가 주택의 경우 가격 조정 부담과 세금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다. 기대 가격보다 낮춰 팔 경우 손실 부담이 커지고, 여기에 세금까지 더해지면 실질적인 이익이 크게 줄어든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산을 유지하면서 이전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김재경 세무회계 해봄 대표세무사는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매도 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매각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부담부증여 등을 활용하면 세금 부담을 일정 부분 조정할 수 있어 대안으로 검토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단순 증여뿐 아니라 부담부증여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며 자산 이전 전략이 구체화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 거래 묶이자 ‘버티기’ 심화…시장 기능 변화 조짐
이 같은 흐름은 세제 정책이 의도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매도 결정을 지연시키며 ‘버티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를 억제하는 정책은 거래량 감소로 이어졌지만, 자산 이동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막히면 자산은 다른 방식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특히 거래가 줄어들 경우 시장 가격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매가 활발히 이뤄져야 가격이 형성되는데, 거래가 끊기면 일부 사례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거나 시장 흐름이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시장은 매매 중심 흐름에서 벗어나, 보유와 이전이 병행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향후 정책을 통한 매물 유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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