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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정부 부처 중 유일한 24시간 2교대 근무…근무환경 ‘최악’

소방서·경찰서 등은 3교대 체제…“관세청 인력 증원 서둘러야”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 “일을 하는게 아니라 악으로 버티는 겁니다” 인천세관 공무원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 후 하루를 쉰다. 24시간 2교대 근무자이기 때문이다. A씨의 월 평균 근무시간은 288시간으로 일반 근로자(월 160시간)의 1.8배이다.


# 김해공항 휴대품과 공무원 B씨의 월 평균 근무시간은 285시간이다. B씨는 첫날 18시간(5시30분 ~ 23시30분), 둘째 날은 15시간(5시30분 ~ 20시30분) 근무 후 하루를 쉰다. 지난해 김해공항 연간 이용자 수가 8000만 명을 돌파하며 5년 새 2배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휴대품과 근무인원은 불과 5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 세관 직원의 15%, 월 근무시간 ‘288시간’…“건강상태 악화 우려”


관세청 공무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신음하고 있다. 조세금융신문이 입수한 ‘국민생활 안전을 위한 관세국경관리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세관 직원의 15%(613명)가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관계자는 “24시간 2교대 근무는 정부 부처 중 관세청이 유일하다”며 “근무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소방서, 경찰서, 출입국사무소 등의 경우도 3교대로 전환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관세청만 아직도 2교대 근무를 한다”고 하소연 했다.


본지가 입수한  ‘관세청 교대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 교대 근무 인원은 총 909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교대 근무 인원은 909명이 맞다”며 “특히 2교대를 3교대로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인원은 490명이고, 김해공항 같이 초과근무가 만연한 곳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세청 설명에 따르면 최소한 500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도한 근무시간도 문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현 자유한국당)은 “관세청의 항만·공항 등에서의 감시수요는 급증했지만 감시인력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주5일 정상 근무 시 근무시간이 월 160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128시간을 초과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출입국관리소 3교대 근무자는 100시간 초과, 경찰청은 89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관세청의 업무는 너무 과중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공항·항만의 경우 야간근무가 불가피하지만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보건공단은 ‘교대근무자 건강관리’ 보고서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을 할 경우 근골격계 질환, 만성피로, 수면장애, 소화기질환 등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수면학회는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주간 근무만 하는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2년 짧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또한 권고 지침에서 “2교대 근무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세청 공무원들의 24시간 2교대 근무와 과도한 초과근무가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 관세청 “인력 증원 절실”…행자부 “적극 검토하겠다”


관세청 관계자들은 밤샘 근무와 과도한 초과근무를 해결하려면 공항·항만 등의 감시부서에 한해서라도 하루빨리 증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고 직원들의 건강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인력 증원이 절실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생명·안전·보건 관련 공무원만큼은 우선적으로 늘리겠다고 언급한 만큼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세청 관계자는 “급한 것은 2교대 업무와 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하는 부서의 인력충원”이라며 “하루 빨리 공항 등 감시부서라도 증원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공무원 증원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는 관세청의 인력증원에 대해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관세청의 근무여건이 다른 기관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세청과 함께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24시간 2교대 근무와 월 평균 근무시간이 288시간인 사실은 파악하고 있냐”는 본지의 질문에 행자부 관계자는 “관세청에서 우리에게 세세하게 보고하지 않아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했다”면서 “2교대 근무 및 과도한 근무시간은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또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2교대 인원을 3교대로 바꾸려면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근무여건이나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필요성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검토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안건에 관세청 인력부분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혹시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관세청과 잘 협의해서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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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