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토)

  • 흐림동두천 -4.7℃
  • 구름많음강릉 2.8℃
  • 흐림서울 -0.8℃
  • 맑음대전 -4.3℃
  • 맑음대구 -3.2℃
  • 맑음울산 -1.7℃
  • 맑음광주 -1.9℃
  • 맑음부산 0.9℃
  • 맑음고창 -5.2℃
  • 흐림제주 5.5℃
  • 구름많음강화 -0.6℃
  • 맑음보은 -7.0℃
  • 맑음금산 -7.0℃
  • 맑음강진군 -4.4℃
  • 맑음경주시 -6.0℃
  • 맑음거제 -1.4℃
기상청 제공

문화

[김동식의 와인기행] 소주파 경상도 사나이 “쉬라가 최고”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경상도 사나이’는 1960년대 장안의 화제가 됐던 영화 제목이다. 언론사 기자 초년생의 어설픈 러브 스토리를 다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반전 상황, 즉 애틋한 속마음을 담아 애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목이다.

 

와인 모임에서도 ‘쉬라가 최고’라고 고백하는 경상도 사나이들이 많다. 웬만해서는 호불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지역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와인 사랑에는 평소와 전혀 다르고 약한 모습이다. 그들은 왜 이구동성으로 쉬라 칭송에 나섰을까. 그 답은 ‘매우 강렬함’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론지방에서 호주로 건너가 ‘쉬라즈’로 이름이 바뀐 ‘쉬라’는 컬러와 맛, 향이 매우 강한 포도품종이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조금만 집중하면 바이올렛 혹은 강한 후추향을 단박에 잡을수 있다. 한마디로 ‘강렬하고 야생적인 분위기의 남성 와인’으로 볼 수 있다. 알코올 도수도 다소 높아 주량이 상당한 애주가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DNA를 분석해보면 둘 다 늦게 수확하는 만생종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름이 다른 이들두 종류의 포도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쉬라에서는 강한 산미와 후추 등 매콤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쉬라즈에서는 풍부한 과일 향과 묵직한 바디감이 돋보인다. 당도도 좀 높은 편이다.


유전적으로는 같은 품종이지만 200년 가까이 서로 다른 환경적인 요소, 즉 ‘떼루아’의 영향을 받다 보니 와인 스타일도 덩달아 변했다는 것. 서늘한 구대륙과 따뜻한 신대륙의 기후, 큰 폭의 일교차가 그 중심에 있다.


‘벨라스 가든’ 블랙 레드 컬러 유혹
2014년 한국-호주 FTA 체결로 저렴한 가격의 호주 쉬라즈 와인이 국내로 대거 들어왔다. 그 영향으로 강한 맛을 기대하는 소주파들이 ‘최고’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쉬라즈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등 국제 품종처럼 그렇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과연 국내에는 어떤 종류의 쉬라즈 와인이 판매되고 있을까.


먼저 ‘투핸즈 벨라스 가든 쉬라즈(Two hands Bella’s Garden Shiraz)’를 꼽을 수 있다. 호주의 대표 포도 품종인 쉬라즈 100%를 사용해 만들었다. 풍부한 블랙베리와 체리, 오크, 초콜릿 등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 요리는 물론 불고기와 함께 마셔도 잘 어울린다.


“글라스에 담긴 와인을 흔들어보면 진하면서도 신비스럽게 퍼지는 블랙 레드 컬러를 감상할 수 있어요. 당장 마셔도 좋지만 잔에 따라 놓고 1~2시간 지난 후 마시면 또 다른 강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SMT서울, 플레이그라운드 소속 김정우 매니저의 설명이다.


1999년 설립된 투핸즈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미국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호주는 물론 남반구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 메이커’라고 극찬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10년 연속 와인 스펙테이터 톱100에 이름을 올려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안투 쉬라 ‘태양의 위력’ 실감

칠레 쉬라 와인도 호주산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다. 콜차구아 밸리에 자리잡은 비냐 몽그라스의 대표 와인인 ‘안투 쉬라(Montgras Antu Syrah)’ 역시 의리파 경상도 사나이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쉬라 100%로 양조된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짙은 자줏빛 컬러와 농염한 검은 과일 향이다.


첫 모금에서 은은한 오크와 발사믹, 마른 건초, 바닐라, 훈제 향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와인 향이 서로 섞이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포도밭 경사면이 적도를 향해 강렬한 태양의 기운을 포도송이에 흠뻑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투(Antu)는 원주민 언어로 ‘태양’이라는 의미로 남미 최상급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 때문인지 와인 맛에서 ‘태양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미디엄 바디와 부드러운 타닌, 잘 짜여진 구조감은 초보자라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그와 함께 길게 남는 잔향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은 가성비를 실감할 수 있다.


안투 쉬라는 14개월간 100% 프렌치오크통 숙성과 4일간 저온 발효시켰다. 그 덕분에 10년 이상 보관(숙성)이 가능하다. 알코올 도수 14.6%, 서빙 온도는 16~18℃가 적정하다. 진한 크림소스와 숙성된 육류요리는 물론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글렌넬리 더 글라스 콜렉션 쉬라(GLENELLY, The Glass Collection Syrah)’도 눈 여겨볼 만하다. 강한 맛과 향을 내는 쉬라 100%를 사용해 남국의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 이다.


잘 관찰하면 와인 글라스 가장자리에서 옅은 보라 색조를 발견할 수 있고 자스민 꽃과 제비꽃 향은 물론 화이트 페퍼와 어우러지는 강렬한 꽃향을 잡을 수 있다. 부드럽고 둥근 타닌과 좋은 질감도 와인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는 3주간 스킨 컨택 후 1차 발효, 12개월 배럴 숙성 등 특유의 제조 방식 덕분이다. 알코올 도수는 14%.


그르나슈 은은한 향 쉬라가 잡아줘
뱅 도랑스의 퀴베 아미나 쉬라(Vins d’Orrance, Cuvee Ameena Syrah)도 ‘강한 맛의 와인’대열에서 빠지면 서운하다. 포도 품종 역시 쉬라를 100% 사용했으며, 기본 구조는 스파이시 함과 부드러운 타닌감을 꼽을 수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생생하면서도 맑고 달콤한 과일의 즐거움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웨스턴케이프 주의 페더버그와 엘긴 두 지역의 떼루아 영향을 받아 견고한 타닌감과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남아공의 떼루아에 프랑스 북부 론와인 스타일이 더해진 타입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이 외에도 쉬라를 적절히 블랜딩해 포도 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와인도 많다. 그 중 그르나슈 외 세 종류의 포도 품종을 블랜딩한 미국산 오웬 로, 시니스터 핸드(owen roe, sinister hand)가 대표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움과 균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그르나슈 품종의 은은한 향과 맛을 쉬라가 적절히 잡아줘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이비 그랜지’로 더 잘 알려진 ‘펜폴즈, 빈 389 까베르네 쉬라즈(Penfolds, Bin 389 Cabernet Shiraz)’의 주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약간의 쉬라즈를 섞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맛과 향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필] 김 동 식
•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

•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매일경제)’,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헬스조선)’ 등 와인 칼럼 연재

• 서울시교육청 등 와인교육 출강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