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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한국경제 비화 ㊲]편타대출과 화신산업(Ⅳ)

<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이국영 前 은행감독원 검사역) 한편 삼호(三護)의 정재호(鄭載護), 왜 편타대출에 의존하려 했던가.

 

1965년 3월 2일 국회 재경위로 돌아가 보자. 역시 고흥문 위원.

“…삼호재벌이 오늘날 그러한 지경에 도달했다고 하는 것이 어디서부터 병이 되었느냐 그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외자도입법에 의해서 장기차관을 해 가지고서 방직기라든가 기계를 수입을 해 들여와야 될 것을 무역 베이스로 차관을 해서 그 기계를 들여와 수출과 생산을 한다는 상공부의 조건부로 제일은행에 보증을 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니 삼척동자에게 물어보세요. 적어도 500만 달러라고 하는 거액의 자금이 3년 이내에 방직기가 들어와 수출을 해서 그것이(차관) 상환된다고 그러면 이 나라에서 사업안 할 사람이 없습니다.”

 

삼호재벌의 단기차관 병(病)과 정부의 과오(過誤)를 동시에 지적하고 나섰다. 단기차관 원리금상환기일이 도래하니 대지급금이 발생하고 한도초과 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은행은 은행법 제27조 4호 위배가 된다고 아우성이고 편타대출로 이를 메울 수밖에 없었다.

 

삼호는 제주도 목장, 퇴계로에 있는 동화통신건물, 제일화재 주식 등등 모든 재산을 자금조달을 위해서, 또 채무변제를 위해서 모두 담보로 내놓았다.

 

한편 서봉균(徐奉均) 재무부차관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하여 삼호무역에 거액 대출한 제일은행의 도산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산업은행이 대지급하고 삼호의 변제기한을 연장해 주는 조치가 수출목표달성을 위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하여 특혜조치를 해주기로 했다는 2월 11일 청와대 회의 내용을 보고했다.

 

국회에서 삼호재벌 관리에 대한 장기영 부총리의 답변.

“... 그래서 그 후 그 때 말씀드린 대로 제일은행에서 여기에 대한 관리책임자를 뽑아 가지고 제일은행 감사역(감사)이 반장이 되어 가지고 이것을 관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관리한 결과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것을 다시 산업은행으로 이관해서 관리하려고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회사관리라는 것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로서 볼 적에는 또 무역회사관리를 너무 철저히 하면 안 되는 면이 있습니다.”

 

기업체관리를 철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제일은행 관리로 인하여 삼호무역이 받았던 막대한 금액의 면포 수출 신용장(L/C)도 취소되고 말았다.

 

흥한화섬과 삼호방직 모두 소유재산를 투입하여 의욕적으로 섬유산업을 일으켜 보려고 했다. 그러나 장기차관으로 자본재를 도입하더라도 이에 따른 운영자금으로 내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하여 장기영 부총리의 답변을 들어보면, 준비 없이 경제개발을 서둘렀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마치 신부도 없는데 장가들러 가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다시 장기영 부총리의 국회답변.

“말씀드릴 것은 내자(內資)문제인데 이 내자문제에 있어서 는 종래 이 외자도입에 좀 의욕이 과다하여 거기에 따르는 준비가 불철저했다는 것은 시인했습니다. 그것을 지금 어떻게 수정해 나가는가하는 내자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금후의 경제건설 성패에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국회와 정부가 우리나라 산업체를 살리려는 것인지 죽이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내자조달방법에 대한 장기영 부총리의 말을 더 들어보자.

 

“그래서 정부는 이런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액을 자기 돈으로 내자를 동원할 방법을 가진 차관신청업체는 없습니다. 그래서 주식분이라든지 주식을 공개하든지 또 다른 부동산을 처분하든지 반액정도면 자기 자금으로 내자가 조달되는 것이고 그 반은 정부에서 산업자금이라든지 시중은행자금으로서 융자해도 좋다 그러면 자기 자금이 반이고 은행자금이 반이면 둘이 생기지 않습니까? 하나의 융자에 둘의 담보가 생기니 회수하는 데에도 우려가 없다 이런 의미입니다.”

 

무슨 해괴한 말인가. 자기자금조달도 어렵고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도 금고가 비어 있는데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것인지 땅에서 솟아난다는 말인지.

 

은행법 어긴 두 재벌업체의 조치

 

이러한 편타대출과 거액의 대출이 범법이냐 아니냐는 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불거지자 은행감독원은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은행법 제27조 4호의 금지조항을 어겼다는 해석에 이르게 된다.

 

‘금융기관이 자본금과 적립금과 기타잉여금 합계액의 100분지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자연인 또는 1법인에 대하여 대출할 수 없다’고 되어 있어 대지급금과 편타대출이 법적으로 대출금으로 해석되는 경우 은행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같은 해 3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경위 단일처리방안을 대정부 건의안의 형식으로 제안하였다. 제안자는 재정경제위원장대리 김주인(金周仁) 의원이다.

 

“국민의 주시와 여야의원 여러분의 수임을 받고 막중한 책임을 느끼면서 지난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11일 동안 금융정책에 대한 대정부질의와 토의를 거듭해 왔던 것입니다.

 

건의안의 내용을 3정파의 시안을 종합함에 있어서도 거의 야당 안의 시안을 그대로 반영시키기로 하였습니다.”

 

화신과 삼호에 대한 처리대책에는 두 재벌업체를 옥죄는 조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① 상기 두 기업체에 대하여는 향후 수출금융원조자재인수 등 제도상의 자동금융을 제외하고는 신탁자금대출 가지급금 대지급금계정 등 그 명목여하는 불구하고 일체 대출을 금지한다.

② 양 기업체는 즉각 산업은행에 전면 이관 관리토록 하고 산업은행이 일체 경영권을 장악한다.

③ 양 기업체에 대한 산업은행 및 각 시중은행에서 대출된 금액은 (제도상 자동금융제외) 산은투자계정을 거친 직접투자로 한다.

④ 산업은행의 직접투자분은 일체 연고권을 인정치 않으며 일반에게 이를 공매한다.

⑤ 금반 위규융자 및 기타 금융질서의 문란에 관련된 주책임자에 대하여는 강력하고 엄정한 인사조치를 시급히 단행한다.

⑥ 현재의 양기업체와 출자한 자기자금은 그 범위내(은행융자분제외)에서의 주식소유를 인정한다. 그러나 야당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야당은 이 ‘편타대출’ 사건을 은행법 위반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정치적 사건으로 다루고자 나섰다. 그래서 ‘대통령하야권고결의안’을 제안하는 선까지 발전한다.

 

야당 민정당의 주장은 이렇다.

“박 대통령이 ‘이번 금융조치는 수출증대를 위한 중점융자이지 특혜가 아니다’고 말한 것은 이번 특혜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온갖 부정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증거로 단정한다.

 

이제는 정부의 1개 장관을 상대로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야 하며 그 구체적인 방안은 당론으로 협의하겠다. 또한 대통령의 말은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모든 부정부패는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민정당이 제안한 ‘대통령하야 권고결의안’은 본회의에 보고하고 법사위원회에 넘김으로 이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역사에 기록될 편타대출 사건

 

한편 정부에서는 편타대출 가지급 대지급금 등 전례 없는 금융 특혜의 사후 수습책을 내세우고 시중은행장의 인사 개편을 추진하였다.

 

같은해 10월 변태 금융의 책임자로 지목된 제일은행장을 유임시키는 반면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업은행의 주총에서 은행장의 경질을 기도한 탓으로 민간 주주의 강력한 반발로 같은 해 10월 주총에서 파란을 겪었다.

 

정부에서는 금융 특혜로 말썽이 되었던 조흥은행장 서병찬(徐丙讚)을 자퇴시킨 다음 그 후임으로 상업은행장을 기용토록 밀고 나왔으나 조흥은행장이 자퇴할 것을 거부하였다.

 

민간 주주들이 아무 잘못도 없는 상업은행장을 아무런 보장도 없이 사퇴하지도 않은 조흥은행장 자리로 전출시키려 한다고 격분하여 주총은 정회(停會)되고 말았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10월 27일 밤 임시 각의(閣議)를 소집하여 기존 방침대로 강행할 것을 확인하고 군소 주주들의 무마책으로 서병찬 조흥은행장이 사표를 제출했음을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민간 주주들은 그들의 의사를 무시한 낙하산식 인사에 불복하여 인사 문제를 비롯한 모든 토의를 10월 30일까지 미루었다. 그래서 10월 28일 이후에 개최되는 시중은행 주주총회에서 연쇄반응을 일으켜 큰 곤혹을 치렀다.

 

문상철 은행감독원장. 그가 취한 조치는 무엇인가.

편타라는 말을 바꾸었다. ‘편타’를 ‘타입대(他入貸)’로. “종래 약칭 ‘편타(便他)’로 불려 온 타점권 교환전 편의 지급은 그 용어가 적합지 않으므로 앞으로는 ‘타점권 입금에 의하여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은 대출’이라는 뜻에서 ‘타입대’로 개칭한다.”

 

타입대를 당좌원장에서만 관리하기 어려우므로 ‘타입대취급기입장’을 별개 장부로 작성 비치토록 한다는 조치가 붙여졌다.

 

그 후 타입대 관리는 제대로 되었는가. 장기 타입대 취급은 근절되었으나 당좌계정을 통한 타입대는 맞교환이란 일시적인 자금결제수단으로 이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DC(국내여신)에 의한 통화량을 조작(造作)하는데 한 몫을 하였다.

 

편타라는 개념은 일반인은 물론 경제정책당국자들도 잘 모른다. 그런 것이 있다고만 안다. 편타를 잘 아는 당시 은행원들이 범법행위를 묵인 내지 조장해 준 행위는 경제적 사명을 망각한 처사로서 개탄해야할 일이라 하겠다.

 

이들의 무감각으로 국민경제는 방향을 잃게 된다.

마침내 편타대출 사건수습책은 금리현실화를 촉진하는 자극제가 되어 1965년 9월 30일자로 금리현실화가 단행되었다.

 

이 편타대출 사건은 정부가 제5대 대통령 선거를 은행의 특혜 융자로 치르고 그 책임은 은행장에게 전가한 하나의 모델케이스로서 우리나라 정치사(政治史)에 기록될 내용이라고 하겠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프로필] 이국영 前 은행감독원 검사역
• 효도실버신문 편집국장·시니어라이프 연구소 소장

• 전)한은 사정과장과 심의실장

• 저서 「금융기관 자점감사론(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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