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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⑧] ‘재난지원’의 경제학<下>

(조세금융신문=송두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재난지원’의 경제학<中>에서 이어집니다.

 

3. 표류 중인 포스트 코로나 경제 정책

 

“정부지출은 복지정책인가요, 경제정책인가요?”이재명 지사가 언론을 통해 경제부총리에게 던졌던 질문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재정지출은 가깝게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멀게는 기본소득과 관련된 정부지출을 의미한다. 논의의 대상을 재난지원으로 협소하게 규정해 살펴보도록 하자.

 

◈정부지출은 저성장 경제의 유일한 대안

 

유례없는 위기에는 전례 없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재난지원이 이 범주에 속하는 정책이다. 재난지원이 복지정책이나 구제책이라면, 취약계층이나 충격에 노출된 내수 업종을 가려 선별 지원하는 접근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지출이 경제정책이라면,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 진단에 기초해 재난지원의 추진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내수의 중심인 소비 기반이 수축되면서 그로 인한 영향이 가계와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제 침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수불황의 여파가 깊고도 넓다.

 

민생경제를 대표하는 730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은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은 기본적으로 생계형·저마진 업종 비중이 높고, 임대료 등의 고정비 부담이 큰 과잉산업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비중은 25% 수준(취업자 대비)으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게 현실이다. ‘1년 생존율 60%대’는 다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대출로 자영업에 진입했으나 과당경쟁으로 적정마진을 확보하지 못해 보증금으로 임대료를 충당하다 퇴출되는 구조다.

 

정부지출이 경제정책이어야 하는 이유다. 현 상황에서 정부지출은 극단적인 수요 위축에 따른 내수업황 부진을 방어하거나 돌려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소비 기반을 확충시키는 정부지출이 포스트 코로나 경제가 요구하는 경제정책인 이유다. 지난 1차 재난지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분모인 전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할 때 정책 시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편, 2차 재난지원 정책은 이도 저도 아닌 정체성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재정건전성 문제로 인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복지논리에 기초해 정책의사결정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재정의 관점에서 보는 재난지원은 경제정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둘째,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1차 재난지원의 경제적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빵값 정도의 소득을 나누어줘 봤자, 소득 증진, 소비 촉진 등의 효과가 크지 않고, 이에 대한 보다 세밀한 데이터분석이 필요하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매몰될 경우, 동일한 현안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위기 인식에 있어, 국민과 당국 간의 괴리가 너무나도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국민 대상인 1차 재난지원의 경제적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 토대도 실증적 근거도 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내용이다. “재난지원은 소비성향이 극히 낮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도 거의 없다.”

 

과연 그러한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1차 재난지원의 소비 성향은 올해 2분기 역성장 충격을 방어한 일등공신이다. 백약이 무효인 경제상황에서는 새로운 하나의 정책이 100개의 기존 정책보다 우위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한국경제의 소비 성향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에는 6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1차 재난지원의 소비 성향은 평균 소비성향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물론, 1차 재난지원 관련 통계가 없거나 발표되지 않아 지표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90% 이상일 것이다. 소비 여력이 높은 고소득자가 소비시장에 참여해 재난지원금 이상을 소비할 경우, 재난지원의 고유 목적인 소비 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 혹자는 고소득 계층은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얼마든지 지급방식을 통해 관리 가능한 사안이다.

 

 

 

1차 재난지원의 경제적 효과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경기도의 자영업매출 증가율을 보면, 1차 재난지원금이 경기도의 소비 절벽을 돌려내는데 기여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경기도 소재 재난지원금 가맹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타 지역도 참고할만한 지표가 존재한다면, 유사한 소비촉진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전국적으로도, 1차 재난지원이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반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29.2%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17.3%) 아래로 추락했다 6월에 다시 –18.2%로 급반등했다. 이러한 변화는 1차 재난지원의 소비촉진 효과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번에는 1차 재난지원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짚어보도록 하자. 1차 재난지원이 경제정책인 또 다른 이유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가장 폭넓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소득재분배가 특정 취약계층 등으로 협소하게 규정되지 않고, 그 범주가 전국민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국민 지원으로 소비시장의 크기를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1차 재난지원은 “전 소득계층(고소득자 포함)에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했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잘못된 지적이다. 재난지원이 구제 차원의 지원이나 복지정책이라면 타당한 지적이나, 경제정책으로 간주한다면 적절치 못한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2분기 분위별 소득지표를 기준으로 1인당 3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가정해 월평균 소득기여도를 계산해 보자. 월소득 대비 재난지원금 비중은 ▲1분위 20.3% ▲2분위 10.5% ▲3분위 7.5% ▲4분위 5.7% ▲5분위 3.6%로 소득계층별로 상이하다. 같은 액수라 해도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증진 효과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선별을 지향하는 재정정책, 보편을 요구하는 경제정책

 

재정정책에 대한 사상과 철학이 빈곤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오류는 무엇일까?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경제 원칙이 없거나 있다 해도 일관성 없이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선별과 보편을 결정하는 기준이 모호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 원칙이든 복지 원칙이든 그 기준이 명확해야만 국민들이 정책적 철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1차 재난지원은 소비촉진을 통한 경기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한 바 있다. 반면, 맞춤형 집중 지원으로 불리는 2차 재난지원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1차는 보편 지원이 맞고 2차는 선별 지원이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1차 때와 지금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다른가?

 

전국민 지원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를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십중팔구는 경제와 아무 개연성이 없는 재정건전성이 정책 결정 기준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선택과 복지에 대한 철학의 문제로 귀결된다. 선별 지원에 대한 신념이나 소신이 정책의 근저에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큰 문제는 2차 재난지원이 복지와 경제의 사선을 오락가락 하는 등 어떠한 경제 원칙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재난지원을 복지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인지, 경제정책으로 추진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선별과 보편의 중간에서 이루어진 정책 혼합(policy mix)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책을 설계·수립·추진하는 과정을 설명할 책무가 있다.

 

구체적으로, 2차 재난지원의 정책 목표는 피해 정도에 따라 선별 지급하는 맞춤형 집중 지원에 있습니다. 소비 충격에 노출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지원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2차 재난지원을 둘러싼 혼선은 선별과 보편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고유 목적인 ‘선별 집중 지원’이 희석되었기 때문이다.

 

2차 재난지원은 ‘지원대상 내 보편성 확대’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일견 합리적인 접근으로 보이나, 어찌 보면 선별도 아니고 보편도 아닌 모호한 정책이다. 특히, 집중 지원의 대상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전체의 41%(약 3.2조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이들에게 화력을 집중해 확실하게 지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선별 정책의 보편성을 높일 목적으로 13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로 인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본 취지가 희석되어 버렸다. 재난지원에 있어, 일관된 기준과 분명한 원칙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재난지원이 경제정책이라면, “선별은 선별답게 집중적으로, 보편은 보편답게 넓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선별과 보편의 문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달라질 수 있는가? 물론 달라질 수 있다. 국가들이 직면한 경제 환경에 따라 양자 간의 비교 우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예전처럼 고성장 시대의 풍요로움을 향유할 수 있는 궤도에 있다면, 선별 지원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성장하는 경제에서는 선별만으로도 오차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별과 복지에 뿌리를 내린 지금의 재정정책이 고성장 경제에 적합한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발 경기충격 이후 한국경제는 이전의 성장률 균형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코로나19펜데믹’이 진정되더라도, 1980~90년대의 10% 성장, 2000년대의 7~8% 성장, 심지어는 2010년대의 3% 성장으로 복원하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장기 불황의 주범인 저성장이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하고 있다. 즉, 선별정책으로는 저성장 경제의 주범인 내수 수축을 방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경제정책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경제정책만큼은 이념도 철학도 아닌 경제를 중심에 놓고 접근해야 한다. 저(低)성장을 넘어 역(逆)성장이 현실화되는 엄중한 시기에는 전국민 자체가 선별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코로나발 경기충격 이후 글로벌 경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새로운 위기에 이전의 정책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경제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재정 및 경제운영의 새 틀을 짜야할 때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가계 대출행태 분석을 통한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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